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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가지 결정 - 한국인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택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사를 움직인 역사적 선택
우리는 삶 속에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물건의 구입에서 시간의 활용, 일의 선결 문제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결단을 요하는 수많은 상황들이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다. 그리고 나서 내가 했던 선택과 결정은 다시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다시말해 그 결정으로 일의 결과가 좋아진 경우는 좋은 감정이 생겨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게 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한 경우는 밀려오는 후회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즉 모든 선택과 결정은 항상 그것으로 인한 결과와 관련되어 있으며 그 결과에 의해 선택과 결정의 가치가 비로소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결정의 순간에 신중해야 하며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주어진 대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이런 우리의 삶처럼 우리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직면한 상황에서의 결정과 선택, 그것이 결과적으로 개인과 나아가 한 국가의 운명을 갈라놓은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108가지 결정>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빛나는 ’역사적 결정의 순간’들을 다루고 있다. 위만의 쿠데타에서 비교적 최근의 일인 부계성 강제조항 폐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가히 운명을 뒤바꾸었다라고 표현할 만한 사건 108가지를 시대의 순서로 구성했다. 이는 우리시대 역사학자 105명이 함께한 거대 프로젝트이며 한국사의 흐름과 우리역사의 임계점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시도라 생각된다.
내가 책에서 주목한 내용 중에 하나는 ’역사적 선택’ 하면 으레 떠오르기 마련인 ’위화도 회군’에 관한 내용이다. 장차 조선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사건인 위화도 회군은 단순히 전쟁의 불가함을 표시한 반란이라기보다도 당시 두 핵심 세력이었던 최영과 이성계의 정치적 야망을 드러낸 대리전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좀 더 상상력을 더해서 이성계의 위화도까지의 진군과 거기에서의 ’머뭇거림’은 명분을 위한 쇼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참 이색적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만주를 향한 첫 진출이 좌절됐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늘 방어하기만 급급했던 우리의 역사에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 될 수도 있었으리라는 생각은 나 역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회군은 당연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당시의 정황상 회군을 하지 않았다면 안팎으로 심각한 불안정에 휩싸였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내적인 정치 불안과 소요에 더해 대외적인 전쟁은 민족의 존속을 위협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위회도 회군 외에도 다양하고 중요한 역사적 결정들이 그 상황과 함께 짤막하게 그려진 <108가지 결정>은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과 시간이 아닌 중요한 결정을 이어서도 우리역사의 굴곡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역사서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역사적 결정이 현대로 오면서 약간 의구심이 드는 게 많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사는 시대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다 보니 그 중요성과 파급성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는 또 어떤 역사적 결정이 이루어질지 그래서 그 결정으로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때면 이 책의 제목도 바뀌어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