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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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으로 자국 내에 수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몰고 왔다는 기사나 천만 관객을 돌파한 우리나라의 한 영화가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다는 뉴스를 볼 때면 잘 만들어진 영화, 더 나아가 잘 만들어진 문화 하나가 그 나라의 경제를 살찌울 수도 있다는 걸 느끼곤 한다.

 

한편 이러한 성공으로 야기된 문화가 돈이 될 수도 있다는 신념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여러 지자체에 영화나 드라마 유치 경쟁을 불러왔고, 한류열풍에 기대서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을 부추겨 투자를 이끌어냈으며 '문화에 투자하세요.'라는 공익광고까지 만들어 내기도 했다. 바야흐로 문화 중흥시대.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문화가 힘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

 

유병률 저의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문화가 충분히 부를 창출할 수 있으며 지금은 물론 미래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여긴다. 즉 문화가 충분히 돈이 되는 일이며 이는 갈수록 명백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뉴욕을 예로 들어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뉴욕에 의해 탄생된 작가가 다시 뉴욕을 풍요롭게 만들고, 사람들을 위한 문화가 다시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해 더욱 더 풍성해진다는 그 이야기는 문화가 촉발하는 놀라운 효과를 잘 보여준다.

 

나 역시 이 이야기와 관련해서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이태리의 한 택시기사가 턱시도를 입은 채 운전을 하고 있었다. 정말 묘한 일이기에 차림이 왜 그러냐고 취재진이 질문을 하자 그가 하는 말이 일을 끝마치고 바로 오페라 공연을 보러가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택시기사와 오페라라니 만약 그 상황을 우리나라로 옮겨왔다면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곳은 이태리였고, 이색적인 풍경이기는 하나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 끄덕임에는 중요한 사실 하나가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이태리는 문화적 저면이 튼실한 나라라는 인정과 공감이다.

 

택시기사마저도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중 과연 어느 곳의 국민이 문화를 제대로 향유하는 곳에서 산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둘 중 어느 곳이 문화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일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문화적 토대가 빈약한 곳에서 경제적 파급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영화 일변도로만 뻗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 저변은 더더욱 그렇다. 어서 빨리 우리의 택시기사 아저씨들도 당당히 아이다 같은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이 오기를...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 강조되는 '문화의 저력'은 문화 저변 확대에 대한 외침과 문화적 마인드 함양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후 '20대여, 자기만의 연구실을 갖자'라는 제목의 단락으로 마무리된다.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내용을 담은 이 짤막한 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부단히 연구하는 건 경쟁력의 원천이 되며 험난한 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커다란 힘이 될 거라고 강조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 알기만 한다면 정말 좋으련만 그 일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으니 한 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내가 진실로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찾는 일을 당장 포기하지는 말자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후련하게 목청껏 외친 저자는 마지막 장을 통째로 글쓰기의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해낸다. 미국 유명 대학의 글쓰기 강좌를 언급하며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합리적인 사고의 정리를 위해서 글쓰기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소통'을 여는 중요한 도구이며 리더가 되기 위한 선결조건이라는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그 사람의 자질과 리더십이 드러나는 만큼 글쓰기를 소홀히 해서는 돋보이는 사람 나아가 한 집단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토록 중요한 글쓰기.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이 될까? 저자가 언급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단순명료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며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것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의 마음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방법은 간단하되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지금 쓰는 이 글도 불필요한 부분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지는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이 그러하듯 쌓이는 경험은 진리의 한마디보다 더 빛나는 법이다. 좋은 글쓰기는 많은 글쓰기를 통해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문화가 경제의 핵심 코드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곳곳의 생생한 정보를 토대로 이야기가 꾸며져 내가 확연히 느끼지 못한 우리 시대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게 해주었다. 점심을 간단히 때우며 최고의 문화를 즐기는 그들을 보면서 단순히 삶의 질을 결정짓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사회 자체를 풍성하게 만드는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글쓰기에 꾸준히 시간을 할애했던 내 생활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법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 안도감과 함께 묘한 성취감도 들었다. '문화를 이해하고 글쓰기에 투자하라'는 이 짧은 문구는 이제 가슴 깊이 아로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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