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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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의적으로 행하는 습관에 담긴 의미

 

습관이란 이름의 익숙한 행동을 누구나 한 가지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집에 있는 손톱깎이를 무용지물로 만들 만큼 아주 오랫동안 손톱을 물어뜯어 왔으며 앉은 자리에서 이따금씩 다리 떠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렇게 눈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것부터 개인 스스로에게 내제된 채 생각으로만 존재하거나 아니면 혼자 있거나 생각에 골몰해 있을 때처럼 특수한 상황에서 출몰하는 경우 등 습관은 이 세상에는 널리 만연해 있다. 하지만 얼굴에 바르는 로션만큼이나 가까이 있고 자주 애용하는 이 습관을 제대로 인지하고 발생 원인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에게 습관은 그냥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의미없는 행동일 뿐인 것이다. 그러니 생각할 것도, 고치려 노력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습관에는 나름의 원인과 감춰진 이유가 있다는 것에서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는 시작한다. 당신이 손톱을 물어뜯는 건 불안을 잠재우거나 분노를 표시하는 행위이며 다리를 떠는 것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침자에게 심각한 짜증을 선사하는 코를 골거나 이를 가는 행위는 억압받거나 불안해하는 심리와 관계가 있으며 지나치게 꾸물거리거나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경우는 낙천적인 성격에서 기인된 것이 아니라 소극적인 저항의 표시이자 낮은 자긍심으로 인한 회피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밖에도 정말 많은 습관들이 억압되고 뒤틀린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튀어나와 우리의 행동에 묻어나고 있으며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내가 자주 범하는 작은 행위가 나를 차츰 낭떠러지로 몰고 있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잘못된 습관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모든 습관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앞에서 밝혀두었다. 그렇기에 잘못된 ’습관 고치기’는 자신이 의식 또는 무의적으로 행하는 습관이 도대체 어떤 것에서 기인한 것인지 찾아내는 게 먼저다. 이를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 좀더 관심을 갖고 본성을 찾기 위해 내면과의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 나는 분노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분노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나를 정말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가족,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과의 마찰이나 감정싸움을 일으킨 적은 없는가? 등등 억압된 채 짓눌려 있는 감정의 원형을 찾고, 조금은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해야 한다. 솔직한 모습의 자기 자신과 만나는 일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로 죄의식과 자책감을 주기도 하지만 ’처음 만나는 자신’에게 느끼는 낯선 감정으로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 두지는 말자.

 

순수하고 진실된, 잘못된 습관의 원형인 감정과 만났으면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안해하거나 분노하는 등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마음에 남아 어떤 습관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떨쳐버려야 한다. 불안은 단전호흡이나 기체조 등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분노는 감정을 배제한 대화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른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생각을 내 안으로 자꾸만 깊숙이 넣으려 하지 말고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 감정을 억누른 채 폭식이나 과음 등의 방법으로 잠시나마 고통스런 감정에서 해방되려 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서 그 감정의 뿌리를 찾아 뽑아내야 한다. 우리가 자주 행하는 '덮어주기'는 '해소시키기'보다 훨씬 편하고 익숙한 방법이지만 근원을 제거하지 않았기에 '감정이입된' 나쁜 습관이 생기고 이것이 순환과 복합의 과정으로 이어져 후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보단 덮어두려는 것, 나아가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것 역시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과 관계돼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변화에 부딪히는 일이 많을수록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평온하고 순탄할 때가 아니라, 변화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감정적,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고난은 개인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유인이다. 정체되어있는 자신을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로 변화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디뎌라.’ 결국 잘못된 습관을 안고 사는 건 자신을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현실에 안주하며 정체된 삶을 사는 것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내가 내 자신을 알지 못하고, 알기를 두려워하고, 치료를 망설이는 사이 나는 더 깊은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라도 나 자신을 더 나아가지 못하게 옭매고 있는 감정의 원형들과 만나고자 한다. 그리고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서랍을 열어 보관용으로 전락해버린 오래된 손톱깎이를 꺼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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