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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ㅣ 판타 빌리지
로라 위트콤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과 영혼 간의 감동적인 사랑얘기를 다룬 [고스트]는 인간이 죽는 순간 몸에 있던 혼(령)은 천국 또는 지옥으로만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대로 세상에 머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독특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 지상에 남은 혼령은 특별한 바람을 일으켜 깡통을 넘어뜨리거나 다른 이의 몸을 통해 혼령 '본인'의 소리를 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소수의 인간에게는 혼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되기도 했다. 이 참신한 영화의 백미는 먼지처럼 부유하던 남자주인공의 혼령이 마침내 자신의 한을 풀고? 천국으로 가는 장면으로 혼령의 상태에서도 아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선행이 천국행이라는 궁극의 결과를 이끌었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영화[고스트]와 로라 위트콤의 소설 <고스트 인 러브>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인간 세계를 배회하는 혼령이 등장한다는 점이 그렇고, 혼령 역시 보통의 인간들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과 아주 당연하게도 혼령은 공간의 경계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유유자적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비슷한 설정과는 달리 두 작품의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다. [고스트]가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이야기에 치우쳐 있는 반면 <고스트 인 러브>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 뿐만 아니라 죽음의 순간마저 떨쳐버릴 수 없었던 한 인간의 죄의식과 지독한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고, 상반된 가정환경 속에서 겪는 아이들의 정체성 문제와 기성세대의 위선을 그리고 있다.
130년 전의 죽음 이후로 혼령의 상태로 뜻하지 않게 인간 세계에 머물게 된 헬렌은 지독한 '영혼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호스트'라 불리는 인간들 곁에 살아야 했다. 브라운씨는 그녀의 다섯 번째 호스트로 그에게 마음의 동요를 일으킬 만한 애정을 느끼지만 둘의 관계가 나아질 방법은 없다. 학교 선생인 브라운씨를 따라 그의 수업을 함께하던 중 헬렌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보는 제임스를 발견하고 그와 교감을 나눈다. 제임스는 특이하게도 혼령이 비어있던 블레이크라는 아이의 육체에 기거하고 있었고, 제임스의 조언에 따라 헬렌 역시 자신이 들어갈 혼령이 빈 육체를 찾게 된다. 그렇게 찾다가 만난 제니. 이제 헬렌은 제니가 되었고, 블레이크가 된 제임스와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교분을 쌓는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킨다.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 제임스와 헬렌은 종종 자신의 과거 기억과 만나며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또한 그들 자신이 온전히 블레이크와 제니가 될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영혼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정을 한다.
제니의 몸을 빌려 살면서 헬렌은 분명 많은 것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생전에 전혀 맛보지 못한 음식에서부터 달콤하고 격정적인 사랑에 이르기까지 태어난 지 150년이 넘은 그녀에겐 모든 것이 새로웠을 것이고 건강한 육체로 살아있음이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곧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데 한계를 느꼈고, 진정으로 제니 자신만이 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떠나버린 제니의 영혼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그녀는 자신을 억눌렀던 고통스런 기억에서 해방됨과 동시에 구원의 길에 이르게 된다. '네가 베푼 선행이 너를 구원하리라'는 단순한 진리가 새삼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구원받고 싶은 모든 영혼이 나에게 찾아와서 선행을 베풀기를 망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