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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 정태남의 유럽 문화 기행
정태남 글.사진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7월
평점 :
로마는 그 이름 자체로도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 로마(Roma)의 철자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amor(사랑)가 되니 말이다. 사실 로마에 관한 여행기는 이미 여러 권 접해봤다. 김미진씨의 <로마에서 길을 잃다>와 '오기사'로 잘 알려진 오영욱씨의 <깜삐돌리오 언덕에서 그림을 그리다> 등이었는데 로마의 풍경과 아름다운 유산과 그 곳을 찾은 수많은 여행객들 그리고 현지인인 이태리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어 여행의 감흥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은 '문화기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로마의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따라 여정이 이어진다. 여정에 등장하는 수많은 유적과 건축물, 각종 조각품들은 로마의 유구한 역사를 눈으로 확인케 해주는 역사의 산증인들로 로마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는 문화의 꽃을 피웠던 과거의 영광과 그것을 소중하게 돌보고 지켰던 후손들의 노력이 빗어낸 아름답고 의미있는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여행의 시작은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했다고 하는 '세계의 머리'란 의미의 캄피돌리오 광장이다. 광장의 모습은 정말 이름 그대로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강렬함으로 가득 차 있다. '세계'를 상징하는 구를 들고 있는 여신상에서 중심으로 뻗어가는 광장바닥의 패턴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머리가 되고픈 로마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팔라티노 언덕과 고대 로마의 중심지인 포로 로마노를 지나 다다른 곳은 그 유명한 콜로세움이다. 로마 제국 최대의 원형경기장이라는 콜로세움은 정말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콜로세움 바깥벽의 높이는 50미터가 넘고, 527미터에 이르는 둘레 길이는 경기장 안에 5만에서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라고 한다. 일단 규모는 그렇다 치고 그 내부보자. 지금은 경기장 지하 부분이 훤히 드러나 있어 그 용도를 살피기 수월하다. 또한 콜로세움은 많은 관중을 수용하는 시설인 만큼 효율적으로 관중들이 출입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진 시설인가! 이만한 규모와 편의를 갖춘 야구장 하나만 있었으면 하는 엉뚱한 바람을 가져본다.
다시 여러 유적들과 '진실의 입'을 거친 뒤 정말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러웠던 통일기념관을 거쳐 도착한 곳은 유명하다 못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트레비 분수다. 분수에 동전을 한 개 던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오고, 두 개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개 던지면 연인과 헤어진다는 전설을 지닌 트레비 분수는 최고의 관광명소답게 엄청난 인파 속에 파묻혀 있었다. 동전의 액면가가 전설의 효험과 무관하다면 우리나라의 1원짜리 동전을 '투하전용동전'으로 추천한다. 단, 바람부는 날만 빼고...
몇 개의 무덤과 광장을 지나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은 베드로 대성당이다. 옛 베드로 성당이 있던 반석 위에 세워진 베드로 대성당은 내로라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최고의 건축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성당의 내부는 보는 이를 압도하는 위용과 웅장함을 자랑한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은 로마 여행의 정수를 보여준 괜찮은 기행서였다. '로마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로마에 와서만 그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괴테의 말처럼 진정한 로마를 느끼려면 몸과 마음 모두 로마에 있어야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어봤다면 조금이나마 로마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