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너무 더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는 7월의 어느 새벽녘이었다. 침대에서 뒤척이기를 반복했고 참다못해 샤워도 몇 번 해봤지만 더위를 가시는 데는 별 소용이 없었다. 몇 시간만 지나면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이러다간 한 숨도 못잔 채로 시험을 봐야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수면을 유도하기 위한 책읽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지루한 책을 읽으면 오히려 짜증 때문에 역효과가 날 것 같아 재밌을 것 같은 책을 찾아보았다. 그 때 손에 잡힌 책이 바로 <호텔, 마다가르카르>다. 

그런데 이런! 이 책 너무 재밌는 게 아닌가! 책을 읽으면서 잠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읽을수록 정신이 더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결국 난 잠을 포기해야 했다. 독서를 마친 시간은 아침 6시 20분. 벌써 날은 훤히 밝아 있었다.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난 '1시간만 잘까?'하는 유혹을 뿌리치고서 주섬주섬 아침을 준비했다. 시험은 뭐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어떻게 풀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의 섬나라라고 한다. 이런! 난 아프리카에 섬나라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라고 하는데 왜 몰랐을까? 그래도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유럽 놈들이 멋대로 반듯하게 나눠버린 국경으로 인한 문제는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대다수의 마다가스카르인들은 모국어인 마다가스카르어를 쓴다고 한다. 일부는 불어를 쓰기도 한다는데 식민지배의 유산으로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다른 몇몇 아프리카 나라들과는 달리 극심한 기아나 끔찍한 내전을 겪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이제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여정을 살펴보자. 저자인 진은 P라는 한국인의 집을 기점으로 해서 본격적인 여행에 나선다. 진의 표현대로 줄긋기가 시작된 것이다. 안타나나리보, 암보시차, 피아나란추아 등등 처음 들어보는 낯선 여행지가 생기 넘치는 글과 함께 어우러진 현지인들의 모습과 일상이 담긴 사진을 통해 내 마음속에 전해졌다. 밝은 모습의 아이들과 나른하게 누워있는 개들...정말 사랑스러운 풍경이었다.

진이 프랑수아의 집에 초대받아 저녁을 같이 먹고 프랑수아의 친구들, 동생들과 어울리고 또 며칠을 함께한 일정은 <호텔, 마다가스카르> 최고의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에 직접 다가가 그들과 함께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완성되는 순간이 아닐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면 아무리 친한 친구의 집이라도 하룻밤 신세지는 일이 쉽지 않은 법인데 하물며 여행지에서 사귄 친구의 집에 묵는 다는 건 그보다 더한 일이 아닌가! 어쨌든 진은 대견스러울 정도로 쭈뼛거리지 않고 그들의 생활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편 여정이 진행되는 동안 <호텔, 마다가스카르>가 평범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스캔들'이라는 부제에서도 대충 느낄 수 있는데 다름 아닌 여행자인 진과 그녀의 주변인물인 렁드리 그리고 P와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운 때문이다. 친절하고 어른스러운 렁드리씨는 진에게 호감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이런저런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배려와 관심은 그런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반대로 무뚝뚝하고 건조하기만 한 P라는 사람도 자신의 편안한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은 진이 결코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들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로맨스적인 느낌 덕에 이 책을 더욱 재밌게, 정말 날 새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었다.

80일의 무지막지한 여행 일정이 끝날 무렵 잠을 못 잤다는 아쉬움보다 재밌는 책을 다 읽어버렸다는 아쉬움이 더 큰 피곤으로 다가왔다. 책을 통해 진과 나누었던 교감도 이로써 아쉽게 끝나버렸다. 마다가스카르의 투박한 일상도 여행의 낭만도 이제는 마음 한구석에 고이 접어 간직하는 수밖에... 언젠가 그 감흥이 되살아나는 날 다시 한 번 뜨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거나 그 곳의 눈부신 태양 아래 서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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