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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나긋 워킹
최재완 지음 / 바우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소개팅에 관한 운명론적 고찰이 담긴 상큼한 연애소설
소개팅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당신, 소개팅을 스치듯 지나가는 가벼운 만남쯤으로 여기는 당신 이 소설을 보라. 소개팅은 충분히 기대할 만한 무거운 만남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남녀 간의 운명적인 만남을 미성숙한 소녀취향 쯤으로 치부하는 당신도 이 소설을 보기 바란다. 운명이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인연의 고리가 만들어 낸 뜻밖의 소중한 만남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기분 좋은 걸음을 연상시키는 제목 <나긋나긋 워킹>은 표지에 나오는 표현대로 살짝 꺾어진 청춘들의 소개팅과 그것을 계기로 이어지는 두 남녀 간의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개팅과 나긋나긋 워킹이라...왠지 모르게 만족할 만한 소개팅으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채 싱글벙글 웃으며 걷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연상된다. 하하 내가 너무 앞서갔나?
사연녀과 궁상남의 만남
계란 한 판을 꽉 채운 나이 서른에 임박해 있는 임해진은 친구 경주를 대신에서 소개팅에 나가게 된다.(절대 싫은 건 아닌 듯) 그리고 거기서 오다기리 죠를 닮은 챙김성? 있는 남자 윤남욱을 만나게 된다. 동종업계 사람이라 통하는 구석이 있어 대화는 쉽게 이어지고, 호기심과 호감이 반반 섞인 모호한 감정으로 둘의 소개팅은 2차를 거쳐 3차로까지 계속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해진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술에 못 이겨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실수를 범한다.
위기 뒤에 기회라고 했던가? 첫 만남부터 술에 떡이 되어 집으로 가는 통에 상대방 남자로부터 마이너스 점수를 찍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해진은 다시 한 번 남욱과 만나게 된다. 물론 3차 때 두고 온 시계가 만남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말이다.
그들의 두 번째 만남! 해진이 장소를 패밀리 레스토랑 정하자 남욱은 우회적으로 다른 곳으로 하자는 신호를 보내지만 여자인 해진이 그걸 알아먹을 리가 있나!!! 센스 없는 해진의 감각을 탓하면서 식사를 하려는 찰라, 가까운 테이블에 해진의 옛 남친이 자신의 패밀리를 이끌고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온 것이 아닌가! 자꾸만 불안해하는 해진을 관찰한 남욱은 전후 사정을 단박에 캐치한 후 묘안을 내서 해진을 위로함과 동시에 상대방 그놈에게는 심리적 박탈감을 선사한다. 해진의 사연을 알게 된 남욱은 세 번째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지지만 해진도 이 글을 읽는 나도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 일까?
왠지 불안한 세 번째 만남. 기분 좋게 영화를 본 해진과 남욱은 아주 당연한 것처럼 술 한잔하기로 타협을 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30대 남녀의 허심탄회한 대화. 하지만 해진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만남은 예상보다 일찍 파하게 된다.
그리고 찾아온 공백기. 해진은 발을 동동 구르며 남욱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남욱은 우연히 마주친 옛 사랑 그녀로 인해 휘몰아치는 감정의 폭풍에 휘말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해진에 관한 사소한 오해까지 생겨버렸다. 이 두 사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긋나긋 워킹>은 한 쌍의 소개팅 남녀가 운명적으로 만나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통해 호감과 연분을 느끼는 이야기를 다룬 명랑한 연애소설이다. 여자인 해진의 입장에서 그리고 남자인 남욱의 입장에서 서로에 대한 기대와 오해가 교차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이야기는 많은 재미와 웃음을 준다. 게다가 해진의 친구 경주와 남욱의 친구 오과장이 펼치는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활약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좁은 인물들의 인간관계는 운명론을 강조하기 위한 작위적인 장치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고, 만족할 만한 '연애론'을 지니고 있다. 그 재미는 앞서 언급한 그것이고, 연애론이라 함은 남녀 간의 만남에서 부족한 그 '한 끗'이 다름 아닌 마음에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다.
부족한 그 한 끗 때문에 연애의 달콤함을 느끼지 못하는 당신, 우선 그대의 마음을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