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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ㅣ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이호준씨의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을 읽는 동안은 마치 오래된 졸업사진을 보는 듯한 반가움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만은 넉넉했던, 어딜 가도 자연이 마련해준 편안한 쉴 자리와 마음이 맞는 동무들과 만날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어린 시절의 달콤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추억의 그 모습들을 이젠 이런 책으로 밖에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무겁기도 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초가집, 돌담 등이 있던 과거의 풍경들은 거의 모두 사라졌고, 이들을 보기 위해선 민속촌이나 민속박물관으로 가야한다. 또한 정보의 홍수와 미디어의 범람 속에 각종 오락물이 넘쳐나 풍물패, 서커스 등의 과거의 볼거리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그 자취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했고,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과거의 유산들은 이렇게 점점 설 자리를 잃고 하나 둘 씩 사라져가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 졌으며, 그나마 박물관의 한 구석에 자리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그대로의 온전한 모습은 지키기 힘들더라도 다른 형식의 방법을 통해 사라지고 있는 과거의 모습을 일부 보존할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지역 축제를 통해 보존하는 방법이 있다. 요즘 난립하는 지역축제로 인해 축제 자체의 의미가 혼탁해진 감이 있지만 지역의 다양한 축제야 말로 사라져가는 우리의 유산들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물관과 민속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체험관을 확대 보급하는 것이다. 나 역시 종이 박물관에서 (비록 체험자의 편의에 맞춘 단순한 과정이었지만) 직접 종이를 만들어 보는 체험을 통해 과거에 종이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서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경제'와 연관시키는 방법이다.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보성 녹차 밭의 성공을 벤치마킹해서 보리밭 관광지를 육성하는 방법이나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도구들로 음식집이나 찻집을 인테리어 하는 방법, 사극 세트장을 활용하는 방법 등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곧 돈이 되는 방법들을 찾아 활용하면 자연스레 과거의 모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삶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하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옛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배틀넷을 통해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요즘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과 손때 묻은 딱지와 구슬이 주는 즐거움을 모른다. 물론 어느 게 더 좋은 거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가장 '인간적인'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면 답은 금방 나올 것이다. 사라져가고 잊혀져가지만 어떻게든 그 일부라도 지켜야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