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에스트로, 대왕 세종
이수광 지음 / 샘터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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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 조선시대 왕들 중 단연 최고의 왕으로 꼽을 수 있는 왕 중의 왕이요, 자신의 시대를 태평성대로 이끈 성군이다.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이뤄낸 놀라운 업적들은 그 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충분히 뛰어난 것들이었다. 건국 초의 혼란을 딛고 조선이란 나라의 기틀을 세움과 동시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세종의 ’지휘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충녕에서 세종이 되기까지...

 모두가 알다시피 태종 이방원의 셋 째 아들이었던 세종은 왕위를 이을 수 없었다. 엄연히 적장자인 맏형 양녕이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녕이 갖은 만행을 일삼자 태종은 그를 폐하고 세종에게 보위를 이어주게 된다. 이로써 조선은 골육상쟁이라는 피묻은 건국 초의 아픔을 뒤로 하고 꽃피는 봄날의 시작을 맞게 된다. 

성군을 만든 사람들

 짧은 세자 기간을 거쳐 이제 막 보위에 오른 세종은 모든 게 서투른 초보임금에 지나지 않았다. 학문을 늘 가까이 한 세종이었지만 그 학문을 적용해야하는 ’실무 감각’은 아무래도 좀 미약한 게 사실이었다. 이 때 세종을 보좌해 정치 감각을 익히게 하고 제왕의 길로 이끌었던 황희와 맹사성 같은 뛰어난 재상들의 활약이 시작된다. 게다가 정치 감각을 익힌 세종이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과업에 추진력으로 활용했던 집현전 학자들의 성과도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서 박연과 장영실같은 이들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뛰어난 성과를 올린다.

세종, 그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

성군이라 일컫어지는 세종이지만 몇가지의 일들을 살펴보면 약간은 고개를 갸우둥하게 만든다. 우선 그의 장인인 심온을 비롯한 처갓집의 복원을 끝내 허락치 않은 점이다. 선대왕의 결정을 자신의 마음대로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좀 더 완곡한 방법을 택해서라도 그 부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했다. 또한 능력있는 선비에 대한 무한신뢰로 인해 ’행정능력’을 면죄부 삼아 그들의 죄를 끝까지 눈감아 줬다는 것이다. 반면에 장영실의 경우는 마땅히 능력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장영실은 양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백성을 사랑한다던 세종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극명한 신분제도의 틀이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이렇듯 지배계층의 권리를 옹호하고 상대적으로 신분이 낮은 자들에 대한 배려가 인색했던 세종이었지만 성리학적 신분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나라의 군주가 그 제도를 부정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선택이 그리 많지 않았음을 고려해 볼 때 이런 ’불합리한 처사’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어쨌든 능력있는 선비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후원했던 세종의 노력으로  그에 발맞춰 다양한 성과를 올린 인재들로 인해 뜻하지 않게 조선은 문화중흥의 시대를 맞게 된다. 

 이 책은 조선 초 태종의 즉위 과정과 뒤이은 세종의 즉위 그리고 세종 시대를 빛낸 인재들의 활약상을 자세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궁궐 밖 조선의 모습도 담고 있어 세종시대를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한편 마지막 부분에 실려 있는 ’세종의 일생’에 관한 짧은 이야기는 일생동안 병마와 싸우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힘써 왕업에 임한 세종의 끈기와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왕권다툼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 피흘림으로 세워진 왕좌를 물려받은 세종. 하지만 보란 듯이 세종은 감화와 믿음의 정치를 통해 전대의 치욕을 없애고, 오히려 더 훌륭한 문화를 이루어냈다.

 누구든지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가 되든지 추종자가 되든지 하는 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를 얼마만큼 해야 할 지가 중요할 뿐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필요한 준비와 노력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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