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매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세계 최고(最古) 소설과의 만남

세계 고전문학의 신화라는 화려한 문구와 함께 쓰여있는 '황금 당나귀'라는 제목이 처음에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런 작품을 내가 몰랐던가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정말 오래전 이야기일텐데 문체나 내용면에서 거부감이 들진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있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펼친 첫 장에서 화려한 컬러로 된 그림들을 보는 순간 무거운 마음을 가라앉기 시작했고, 신화의 내용을 토대로 그려진 그 그림들을 보면서 이 소설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책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마녀 메로에의 이야기'라는 소주제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루키우스라는 젊은이의 모험담을 싣고 있다. 루키우스는 테살리아로 가던 중 한 여행자에게 마술이야기를 듣게 되고, 마술에 대한 뜨거운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행선지인 히파타에 도착해 밀로의 집에 머물던 루키우스는 그의 하녀 포티스와 접촉해 밀로의 아내 팜필레의 마술을 훔치려다 포티스의 실수로 그만 당나귀로 변하고 만다. 
 
졸지에 당나귀가 돼버린 루키우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가 다시 인간으로 변신하려던 차에 도둑의 습격을 받아 그는 그의 애마와 함께 도둑의 전리품이 되고, 암울한 처지임에도 도둑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이 알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도둑과의 만남도 잠시 그는 다시 목동의 손에 넘어가고 여러 위험 속에서도 운좋게 살아남아 이번엔 타락한 사제들의 소유물이 된다. 그리고 그 다음엔 방앗간 주인에게 팔린다. 이렇게 다양한 이들의 소유물이 되어 때로는 매질을 당하고, 때로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을 위험도 겪지만 운명의 여신의 장난인지 그는 끝내 살아 남고,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루키우스는 주방장 형제의 손에 넘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인간적인 식욕을 발휘하던 중에 그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되었고, 인간과 같은 행동을 하는 신기한 영물 취급을 받는 행운을 누린다. 하지만 행운도 잠시, 한 여인의 욕망의 노예가 되고 난 후, 그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끔찍한 일을 벌여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지금은 한낱 당나귀 신세지만 인간의 품성을 지닌 그에게 그런 수치스런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었기에 그는 과감히 탈출을 감행하고 켄크레스라는 곳으로 가서 바닷물로 몸을 정화한 후 이시스 여신에게 도움을 청한다. 과연 루키우스는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루키우스의 길고 긴 모험담을 담은 이 소설은 다양한 이야기 속에 신화적 요소가 포함돼 있는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다. 루키우스가 겪게 되는 고난의 여정 속에는 사리사욕의 올가미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간들을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결국 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는 그를 통해 종교적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순간의 쾌락과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 때문에 수없이 시험에 들게 되는 프쉬케가 순수한 사랑과 믿음으로 그것을 극복했던 부분인데 남녀간의 사랑은 과연 이래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신과 인간의 벽을 넘어 사랑을 이룬 그들의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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