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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풍경 - 정약용 시 선집 ㅣ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0
정약용 지음, 최지녀 편역 / 돌베개 / 2008년 1월
평점 :
'시'라는 옷을 입은 다산의 모습
다산 정약용,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유학자이자 지식인이며 정조의 총애를 받고 그에 힘입어 거중기 발명과 암행어사로서의 임무 등 다양한 직무에서 그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인물. 하지만 정조의 승하와 함께 기나긴 유배생활을 떠나게 되어 다산초당이라 명명한 그 곳에서 제자들과 더불어 방대한 양의 저서작업에만 몰두했던, 그 뛰어난 능력을 제대로 다 세상에 내놓을 수 없었던 불운한 학자로 기억한다. 시대의 뒤켠에서 묵묵히 저술활동에만 매달려야 했을 한 지식인의 고독과 절망을 생각하니 그가 남긴 글의 한 자까지도 쉬이 흘려 읽기 어렵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산의 짧은 공무원 생활은 그만큼 나머지 시간을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공부하고, 저술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그가 남긴 방대한 양의 저작들로 하여금 오늘날 우리가 그와 더불어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목민심서'와 같은 책은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에게도 백성을 다스리는 훌륭한 지침이 되는 참고서로 손색이 없으니 그가 음지에서 힘써 이룩한 저작들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 아니었다.
한편 이런 저작과는 별로도 다산이 남긴 많은 시들은 인간 정약용의 진솔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다산의 풍경>은 여섯 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있다. 젊은 정약용의 포부와 도전의식이 엿보이는 '세상을 향한 뜻'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내용들이 눈에 띈다, '오징어와 해오라비'는 우화같은 요소가 담긴 시들이 주를 이루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관리들의 부정과 부패는 어찌 이리도 달라진 게 없는지 다산이 내쉬는 한 숨 소리가 내 마음 속에서도 들리는 듯하다.
세 번째 주제인 '백성이 아프니 나도 아프네'는 좀 더 사실적으로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얘기하고 있다. 갖은 수탈과 하늘도 무심한 가뭄 속에서 의지할 곳 없는 그들의 삶은 비록 과거의 역사지만 안타가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네 번째의 '하늘 끝에 홀로 앉아'는 유배지에서의 생활에 대한 시를 엮었고, 다섯 번째의 '달빛이 내 마음을 비추네'는 다산의 감성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시들이 실렸다. 끝으로 가족에 대한 다산의 무한 사랑을 보여주는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며'는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의 모습을 새삼스레 떠올려 보게 되었다.
<다산의 풍경>을 읽는 동안 시대가 낳은 위대한 지식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유배생활이라는 위태로운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저작과 뛰어난 시를 남긴 다산처럼 위기를 위기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보단 무언가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되는 출발점이요 기회라는 것을 생각해서 어떤 일이든 성실로 임하고 묵묵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