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가마타 행진곡>의 저자 쓰카 고헤이는 재일교포 작가로 그가 태어난 시기를 감안해 볼 때 일본 본토인으로부터의 차별을 가장 심하게 받았던 시대를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전쟁의 패배에 대한 분노, 수치, 원망과 같은 감정을 해소할 대상이 필요했고, 당시 일본에 거주해 있던 재일한국인과 같은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모진 차별을 참고, 묵묵히 견뎌내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인들 또한 '전후 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오로지 복종과 순응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못하고 조용히 숨죽인 채 살아야 했을 것이다. 천황이라는 절대권력 앞에 나서기 보단 순응하며 사는 소시민이 되는게 편했으리라. 어쩌면 그 시절엔 누구라도 '야스'와 같은 삶을 사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촬영소를 무대로 펼쳐지는 <가마타 행진곡>은 만년 엑스트라 야스와 추종자들에게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긴짱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야스는 비록 시골출신이지만 고등교육은 받은 인물로 우연히 얻은 주연의 기회를 망쳐버린 후유증으로 엑스트라만이 최고의 업 인양 생각하며 긴짱의 손과 발이 되어 무기력한 삶을 산다. 반면에 긴짱은 배운 것 없는 그래서 무서울 것도 없는 유아독존식의 무대포같은 인물로 변덕이 심하고 천박한 인물로 몇몇 사람에게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군림하고 있다.

 긴짱은 명령하고 야스는 복종한다. 심지어 고나쓰를 아내로 맞이하는 일까지도... 왜 둘의 관계가 일방적인 명령과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이어지는 걸까? 그 이유는 야스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야스는 어린 시절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억울함을 호소하기 보단 참고 순응하는 길을 택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거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대신 권위자(긴짱)의 말에 따르고 그가 원하는 일만 할 뿐이다. 문제는 복종과 지배의 관계가 야스를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어느덧 긴짱을 닮아버린 야스의 모습에서 섬뜩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절대권력에 순응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자유의지의 부재 속에서 사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가마타 행진곡>은 이 책이 처음 나왔던 80년대의 일본 뿐 만아니라 오늘날의 우리에게 많은 의미와 교훈을 준다. 당시의 권력이 일본 천황으로부터 나온 일종의 '정치적' 산물이었다면 오늘날의 권력은 돈으로부터 파생되는 '경제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맹목적으로 돈을 쫓고,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우리네 삶이 긴짱 앞에서 굽실거리는 야스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어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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