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에서 수련은 중요하지 않다. 수련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빛과 색이 창조한 마술 속에 기꺼이 갇히고 거두어지는 순간에 빠져들 뿐이다. 마법 같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움직임을 멈추고 우리는 생각을 멈춘다. 아주 잠시라도 그 영원 속에 잠겨있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의 세상 속으로 되돌아가기 전까지. - P35

마네는 모두가 존경하는 대가들의 작품을 박물관의 높은 벽에서 꺼내어 일상 생활을 담아내는 프레임으로 활용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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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은 사유하는 것이며, 세상을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는 것이다. 화가는 그리는 사람이기 전에 보는 사람이었다.
......그림은 우리를 화가들이 집요하게 자신의 세계를 펼쳐놓은 그 시간, 그곳으로 불러들인다. 거기엔 미술사에 적힌 예술가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의 세계를 형성하고자 한 사람이 있다. - P7

걸작들은 망각의 어둠을 견딘 다음에야 ‘발견‘되었고 미술사에 한 자리를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연 것은 그림 그자체가 아니라 그림을 향한 모험과 발견이다. 그러므로 작품은 바라보고 감탄하고 해석하며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 P8

치열하게 바라보며 힘껏 살아낸 순간들이 우리를 더욱 단단한 곳으로 옮겨놓는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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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이런 거군.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찰나의 자극에 불쑥불쑥 튀어나와. 영영, 아주 사라진 것 같은 기억들도 사실 어딘가에는 남아 있으려나?"

그러다 문득, 해연은 언젠가 홀로 남을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상상의 배경을 어디로 설정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착한 이곳일까, 아니면 떠나온 저곳일까?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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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을 보며 나는 종종 헷갈렸다. 내가 그를 응원하는지 아니면 질투하는지. 그에게 찾아온 한 방. 과연 나에게도 그런 게 올까?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이미 지나가버린 건 아닐까?

더이상 달리는 것으로 부모님의 자랑이 될 수도, 달릴 때의 감각을 온전히 즐길 수도 없었다. 늘 가장 빨랐던 나는 그만큼 세게,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고작 겁에 질려 스스로를 옭아매는 방식으로. 내 뒤에 있던 친구들은 이미 저 앞으로 나아가 멀어져 있었다. 사실, 가장 견딜 수 없던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내가 더이상 트랙 위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

진실은 씁쓰름하고 비릿하면서 동시에 중독적인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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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 그거 계속했음 좋겠다. 타투인가 그거・・・・・・ 도망치지 말고.

내 허벅지에 손을 얹은 채, 할머니는 말을 이었다.

그거 할 때 너 참 좋아 보이더라. - P321

내가 질문하면 엄마가 겨우 답을 하고, 그 답에서 의중을 파악해야 하는 이런 대화 패턴이 언제부터 굳어진 걸까. 기점을 찾는 것마저 아득하다. 확실한 건 그렇게 모이고 모인 의문들이내 안에 결석처럼 굳어 이따금 아릿한 통증을 일으킨다는 것. 아플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다시 질문거리를 찾고, 묻는다. - P348

엄마가 깎다 만 사과가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정갈하게 깎인 과실이 내 편에만 놓여 있다. 이럴 때 마음은 참 쉽게도 뒤집힌다. 미워하다가도 불현듯 애틋해지고, 충분하다 여기면서도 한편으로 서운해지는, 모녀관계란 원래 이렇게 변덕스럽고 불완전한 것이 아닌가. - P350

강의 막바지에 수강생 중 하나가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묻는다. 나는 이 질문이 늘 어렵다.

주인공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은 실패하는 소설.

내 생각은 그렇지만, 이번에도 나의 입장 대신 앤 라모트의 문장을 인용한다.

인물 하나하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연민하는 소설이죠. 설사 악당일지라도요. - P355

괜찮아요. 참 힘드셨겠네요. 이렇게 달고 부드러운 말들이 왜 엄마 앞에선 나오지 않는 걸까. 담당자와의 통화를 끝내고 한동안 생각에 잠긴다. 엄마가 바라던 건 위로였던 걸까. 그래서 그렇게 성을 내고 돌아섰던 걸까. ‘남‘이라는 말까지 해가며. - P360

있잖아. 우리 둘째가 문덕이 나이였을 때 공장서 일하다 오른손 검지랑 중지가 잘렸어, 프레스에 눌려서. 그때 손가락을 찾을 수 없어서 접합도 못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걔가 그걸 자기 주머니에서 꺼내더라. 내가 속이 상해서 왜 숨겼냐고 화를 내니까 걔가 그래. 누나, 무서워서 그랬어. 수술하면 그 돈 다 우리가 내야 하는데, 그게 무서워서 그랬어.

언니는 말했다. 그래서 자신은 글을 쓰기로 했다고. 잘려나가고 감추어야만 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기 위해. - P381

어쩌면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수중에 쥐여지는 단돈 몇푼이 아니라 "너희들이 내킬 땐 언제든 머물다 가도 된다"는, "산도 보고 밭도 보고 사는 얘기도 나누며 숨 돌리고 가도 된다"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 P408

그들은 "어색하고 투박하지만 열렬히", 그래서 더 좋을 만큼 서서히 궤를 맞춰나간다. 누구 하나 제대로 찍히지 않은 단체사진 속 마스크 너머로 조용히 그러나 일제히 환한 웃음을 짓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은 그정도로도 충분하다. - P408

서로를 돌봄이나 가르침의 대상이 아닌 ‘비빌 언덕‘으로 여기며 함께 어우러지는 곳. 농촌의 미래가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 유토피아적 발상이라 볼 수도 있겠으나, 세상이 더 나은 쪽으로 조금씩 변해감을 느끼기에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광경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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