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주인공은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며 비극의 문을 연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유연해지려 한다. 나를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모든 나를 품은 채 리어왕과는 달리 내 인생을 희극으로 살아간다. - P31

이방인이 되어 바라본 시선이, 그저 보통의 하루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만들었다. 왜 내 하루는 그렇게 보지 못했을까? 그렇게도 못 견디게 떠나고 싶었는데, 막상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으니 내가 떠나온 곳이 그리워졌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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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 안에서 사라졌는데, 다른 사람에게 진실된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마음은 왜 사라지지 않은 걸까요, 남아 있는 인간의 뇌가 잘못된 걸까요, - P127

해파리 사냥 꿈에서 만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던 건 분명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일 거예요. 나는 내 생각으로 움직이고, 나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요. - P143

타임머신이 없으니 그때의 나를 구하러 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현재와 앞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될 때까지의 나를 구하고 싶어요,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서 말이에요. - P143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 P137

모든 것이 뒤늦은 후회뿐이었지만 마지막으로 나는 나 자신으로서 행복해지고 싶네. - P146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멋진 일이 있다는 것을 분명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요.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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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後悔도 획수가 많네요, 이런저런 후회도 써보면 납득할 수 있을까요, 나는 내 인생을 어쩌지 못했다는 걸.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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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기 전, 나는 내가 집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잘 몰랐다. 같이 사는 사람의 기척과 섞여 의식하지 못했는데, 남편이 세상을 뜬 뒤 내가 끄는 발 소리, 내가 쓰는 물 소리, 내가 닫는 문 소리가 크다는 걸 알았다. 물론 그중 가장 큰 건 내 ‘말소리‘ 그리고 ‘생각의 소리‘였다. 상대가 없어, 상대를 향해 뻗어나가지 못한 시시하고 일상적인 말들이 입가에 어색하게 맴돌았다. 두 사람만 쓰던, 두 사람이 만든 유행어, 맞장구의 패턴, 침대 속 밀담과 험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던 잔소리, 농담과 다독임이 온종일 집안을 떠다녔다. 유리벽에 대가리를 박고 죽는 새처럼 번번이 당신의 부재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야 나는 바보같이 ‘아, 그사람, 이제 여기 없지⋯⋯‘라는 사실을 처음 안 듯 깨달았다. - P228

그런 시간이 있었다. 사람 얼굴을 보려면 자연스레 하늘도 같이 봐야 하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세상의 높낮이가 있었다. 그런데 엄마를 잃고 난 뒤 그 푸른 하늘이 나보다 나이든 이들이 먼저가야 할 곳을 암시한 배경처럼 느껴졌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영원히 좁혀질 수 없는 시차를 유년 시절 내내 예습한 기분이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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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세상은 이곳과 비교도 안 되게 냉혹할 테니까. 이 세계가 그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 P190

"쪼그만 게 웬 한숨이냐" 나무랐더니 "어린이는 원래 힘든 거예요"라 대꾸한 게. ‘어린이‘가 무슨 직업인 양, 막일인 양 말해 어이없었지. 이제 와 생각하니 재이 말이 맞는 것 같다. 각 시기마다 무지 또는 앎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큰 걸 보면. - P194

어른이란 몸에 그런 그을음이 많은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그 검댕이 자기 내부에 자신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암호를 남긴. 상대가 한 말이 아닌, 하지 않은 말에 대해 의문과 경외를 동시에 갖는.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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