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로 간 첫날 밤, 캐럴라인이 그의 옛이야기를 중간에서 잘라버린 그날, 그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그녀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을 잘라버린 것은 옳은 일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저녁 식탁이나 아이에게 알맞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것이 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딱하고 피로하고 이미 너무나 많이 되풀이된 이야기였다.

헛되고 헛되도다.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 - P319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일깨워주려는 듯, 창밖의 전신주에서 뻗어나온 전선이 결혼식과 전쟁의 소식을 싣고 사막을 가로질렀다. - P319

젊은 숙녀들이 부엌과 성에서, 할리우드와 테너플라이에서, 그밖의 세상 모든 곳에서 그녀처럼 웃어야 마땅한데. - P324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풍경을 좀 바꿔볼 때가 되었다 싶었던 것 같아요."

그 순간 그것이 다시 보였다. 결정을 내린 사람의 반짝임. 이유도, 충동도, 더 웅대한 계획과 연결된 사슬도 없기 때문에 더 훌륭한 결정. 그 순간 찰리는 자신이 아들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음을 확신했다. - P325

"...오렌지꽃 향기 속으로, 할리우드의 온화한 밤 풍경 속으로 나가야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뻔히 보이는 곳에 숨겨져 있다네. 오늘 밤에 나가봐. 먼저 선셋 대로에 있는 안토니오스에서 밀라노식 리소토와 오소부코부터 먹어봐."
"그럼 같이 가요"
(이블린이 이렇게 제안했다. 다정한 이블린.)
"아니." 프렌티스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나 없이 혼자 가야 해, 모나미. 오늘밤 단 위에서, 수탉이 울기 전에, 나는 환영과 약속이 있으니까." - P347

"당신이 스스로 최악의 적이 되지 마세요, 리비."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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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격은 확실히 태어난 뒤 10년 동안 형성되지만, 그 10년의 분위기는 그 사람이 태어나기 전 10년 동안 결정된다. - P262

샤론과 나는 나이, 성별, 종교, 전체적인 세계관이 모두 달랐다. 그러나 가장 동맹이 될 수 없을 것 같던 자들이 최고의 동맹이 될 때가 많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준다. - P274

우리는 자신의 자리와 동료를 고르고, 생계를 해결할 방법도 고른다.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간다. 장소와 사람과 방법을 고르는 방식으로, 그렇다면 그런 요소들을 하나씩 잃을 때마다 체에 걸려 사라지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배우자를 땅에 묻는 일, 일을 그만두고 은퇴하는 것, 22년 동안 살던 집에서 이사가는 것, 이렇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없던 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통해 시간과 의지가 고독한 영혼을 다시 차지하고 저만의 웅대한 계획을 펼치려한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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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우리에게 그런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암담한 상황이라 해도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달래듯이 누군가가 머리에 쪽 입을 맞춰주는 것.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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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자기 노래를 갖고 있어요. 스케이트를 탈 때 제일 좋아하는 노래. 서로에게 자기 재주를 보여주는 노래. 다른 사람들의 노래가 뭔지도 다 알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노래가 나오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원 가장자리로 물러나요. 그 사람에게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의 마법을 구경하려고. - P172

넬의 작은 카메라 화면 속에서 남편의 비밀스러운 외출을 보았을 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순수한 기쁨의 이미지였을 것이다. 그녀가 없는 곳에 존재하는 기쁨, 게다가 그녀가 없어야만 가능할 것 같은 기쁨.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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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가 모두에게 똑같은 삶을 보장한다는 것은 흔한 오해였다. 어쨌든 그녀의 생각은 그런 방향으로 흘렀다. 공산주의가 실제로 보장해주는 것은, 혈통과 행운 대신 국가가 나서서 공익을 꼼꼼히 따져본 뒤 누구에게 무엇이 돌아갈지 결정한다는 점이었다. 이 간단한 원칙에 따라, 많은 국민의 공익을 위해 남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하는 동무가 더 많은 자원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논리적인 결과였다. - P33

사실 그의 초상화 두 점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 걸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주로 그린 사람들이 귀족이었으므로, 1920년에 모스크바 예술인 조합은 그를 미학적으로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평가해 화가 면허증을 회수했다. 그래서 생계를 위해 그는 청소부가 되었다.

"결국 빗자루는 아주 커다란 붓이 아니겠소?" 리트비노프가 빙긋 웃는 얼굴로 말했다. - P36

"우리 할머니가 즐겨 하시던 말씀이 있지. 살면서 무엇을 선택하든 자기 몫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화가의 삶이 누군가의 눈에는 가볍게 보일지 몰라도, 나는 초상화의 주인공을 앞에 두고 완성된 그림의 베일을 걷은 뒤 그 사람의 표정을 볼 때마다 내가 할머니의 말씀대로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소. 이봐요, 내가 아까 빗자루를 붓에 비유한 건 반만 농담이었소. 이건 나한테도 놀라운 일인 것 같은데, 학교에서 방금 청소한 복도를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걸 볼 때면 내가 내 몫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다시 느끼거든."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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