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도려낸 감정은 어쩐지 감정 같지 않아. 그건 그냥 핏물이 빠진 고기일 뿐이지. - P147

기린의 목은 자꾸 써서 길어진 것일까? 그도 아니면 그냥 목 긴 기린들만 살아남은 것일까? 노력하면 무언가 변하기도 하는가? 그런데 기껏 노력한 결과가 목이 길어진 것이라면, 그건 너무 슬프지 않은가.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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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 수 없는 감정이 마치 영화가 모두 끝난 후 비좁은 출입구로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처럼 빽빽하고 더디게, 식도를 타고 자꾸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그 감정을 모른 척하고 싶어서 나는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닐까? 화를 내는게 차라리 편하니까.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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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어쩐지 위로를 받은 듯한 기분이 되었다. 이시봉이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 장마가 와도 산책을 못 가도, 우울할 때나 주눅들 때도, 계속 우리가 함께할 거라는 생각. 그 마음이 무언가를 견디게 해주었다. 나는 이시봉을 품에 안은 채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 P70

때때로 인간의 역사와 동물 혈통의 역사는 이런 식으로 다르게 기술된다. 인간의 역사는 사건을 중심에 둔 채 쓰이지만, 동물 혈통의 역사는 필연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방점이 찍힌 채 기록되기 때문이다. 누가 태어나고, 누가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았는가? 누가 돌봐주었고, 누구와 짝짓기를 했는가? 죽는 순간, 바로 옆에 누가 있었는가? 그 사실이 핵심을 이룬다. 그래서 이 역사는 사적이고 생략이 많으며 편협할 수밖에 없다. 생존을, 번식을, 모든 가치의 중심에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밝은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인간의 역사 또한 한 꺼풀 벗겨보면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간의 역사 또한 구구절절 변명은 많지만, 늘 그런 식으로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그걸 숨기고 감추기 위해 이따금씩 엉뚱하게도 동물에게 화풀이해왔다는 것을.....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늘 그렇게 투쟁적이며, 피냄새가 진동한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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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자기 자신은 잘 모를 때가 있거든."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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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든 상상이든 자신의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족감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이 과연 우리 중에 있을까. 종종 오만이 허영심과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사실은 아주 달라. 허영심 없이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평가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심은 타인이 우리에 대해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바와 더 관련이 있거든." - P31

상대방의 성격을 서로가 속속들이 알고 있거나 결혼 전부터 꼭 닮아있었다고 해서 그게 두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거든. 부부란 서로 안 닮으려고 어지간히 애쓰다 결국은 각자의 몫만큼 짜증을 내게 되어 있어. 그러니 평생 함께하기로 한 상대방의 결점이라면 되도록 모르는 편이 낫지.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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