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건은 대부분의 주택이 천천히 진행되는 자살시도와 같다고 믿게 되었다. 수색을 끝내고 나면 샤워를 하고 싶어졌다. 먼지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절망이 남긴 기름진 찌꺼기도 씻어내기 위해서. - P538
로스앤젤레스에서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완전히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었다. 계획을 잘 짜기만 한다면. 이 도시의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법 또한 돈에 좌우되기 때문이었다. 법은 스스로 근무시간을 기록하고, 알아서 양보하고, 알아서 쓴 물을 삼켰다. 이 커다란 황금빛 기계의 톱니가 되기 위해서. - P556
"로스앤젤레스에 남기를 잘했다 싶어?" 그가 조금 심술궂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완전히 진지한 답변을 내놓았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가장 있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예요." - P571
"......하지만 이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입을 다물었든, 그건 모두 일종의 거짓말이었어요. 난 이제 그런 건 질렸어요.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아무리 추악해도, 불편해도, 신경에 거슬려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듣고 싶어요. 시선을 피하고 싶은 일을똑바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세상은 그냥 신기루가 되어버리니까요." - P575
사막에서 바람에 실려온 모래가 자금성이나 타지마할을 묻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나 할리우드가 모래에 파묻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시인의 낭만적인 선언과 달리, 욕심 많은 자들의 기념물은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음을 역사가 보여준다. 그 기념물을 세운(아니, 세워지게 만든)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형태의 거물들이 나타나 왕좌를 차지하고, 처음부터 왕으로 예정되어 있던 사람과 똑같이 변덕을 부렸다. 이브는 생각했다. 그래, 산타아나나 사막의 모래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매진하는 사람의 업적을 반드시 무위로 돌리는 건 아니지. 세상에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장인들 한 무리가 망치와 붓과 속돌을 들고 나서서 참을성 있게 작업해야만 자부심 높은 자의 궁궐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 P589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다 모은 뒤, 대부분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족이나 낯선 사람 두 명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서 자기 삶에 나타난 새로운 사실과 직면한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작품들을 쓸 때는 그 점을 의식하지 못했으나, 틀림없이 2인용 테이블에서 나눈 단 한 번의 대화로 인생이 크게 변할때가 많다는 제 잠재의식 속 확신이 낳은 결과일 겁니다. - P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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