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를 생각할때 사람들은 언제나 더 복잡해지는 방향으로만 가. 이행이나 변신은 더하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몬드리안은 우리에게 그 반대를 가르쳐주는 거야. 단순화하라. - P409
칸딘스키뿐만 아니라 그 세대의 많은 예술가에게서는 언뜻 보기에 서로 반대되는 두영향이 결합되어 나타났다. 한편으로 그들은 자연발생적인 원류, 민중적이고 원시적인, 가끔은 투박하기까지 한 문화들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기 초의 기술적 발견과 혁신이 가져다주는 모든 것에 열광했다. - P420
칸딘스키의 말은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모든 것이 성스러울 수 있다는 뜻이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 형태, 색채, 윤곽에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주의를 기울이면 분명 신성을 감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지. 러시아 변방의 오지 시골에서 만들어진 보잘것없는 물건에서도, 한 줄기 빛에서도, 그저 한마리 새의 노래에서도. 그러므로 각자가 품고 있는 내면의 불꽃을 일깨우기 위해 무슨사원 같은 곳에 갈 필요가 더이상 없는 거야. 불티는 도처에 있어. - P422
어떤 순간부터, 혹은 어떤 문턱을 넘어야 하나의 사물이 작품이 되는가? 뒤샹은 답을 내놓지 않고 질문을 제기한다(아니 더 정확하게는 질문을 느끼게 한다). 미적이거나 도덕적인 치장이 전혀 없는, 지극히 미니멀한 제스처를 통해서.
하나의 물건은 어떤 시점부터 예술 작품이 된다고 간주할 수 있는가? 그것이 자연의 뭔가를 모방해야 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자연과 구별되어야 하는가? 서명이 있기만 하면 되는가? 아니면, 화랑에 놓여야 하는가? 모종의 작업이 가해졌어야 하는가? 그 경우, 누가 그걸 평가하는가? 어떤 기준에 따라? 병꽃이나 소변기나 직접적인 방식으로는 아름답지도 흥미롭지도 않지만, 뒤샹에게서 그것들은 귀류법적 논거로 쓰인 거야...... - P430
전시실을 떠나면서 모나는 아빠가 겪은 알코올 중독의 비루한 상징물인 그 고슴도치 병꽂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슴푸레해진 가게에서 아빠에 대한 사랑을 전하려고 그 물건을 하트 모양 열쇠고리들로 장식했던 날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나는 그때 조형 작품을 만들어냈던 거네......‘ 이렇게 결론지은 모나는 마르셀 뒤샹이 그 나름의 방식으로 마술사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예술 작품으로 변신시킬 놀라운 가능성을 제공했으니 말이다. 뒤샹이 삶과 예술의 경계를 뒤섞으면서 만들어낸 혼란에 모나는 전율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라기에는 너무 근사한 것이었다…… - P433
말레비치가 표현하는 건 가장 미세하고 가장 내밀한 약동과 리듬인데, 바로 그것들이 나아가 우주 전체의 행진을 지휘하는 거야. 방향, 중력과 무게의 관계, 유동성, 공간의 횡단, 원자들과 행성들의 회전 전부를 말이야. 말레비치가 표현하는 건 행동의 최소 단계, 행동의 배아, 행동 최초의 진동, 모든 가능태가 존재하기 시작하면서 전개되는 출발점이야. 그것은 곧 완전한 자유로 나아가자는 부름이지. - P438
눈이 녹으면 그 흰색은 어디로 사라질까. 화산이 꺼지면 그 붉은색은, 맨드라미가 시들면 그 진홍색은, 머리카락이 세면 그 갈색은, 날이 저물면 하늘의 푸른색은? 혹시 색깔들의 천국이 있을까? 거기에서 색깔들은 노래를 하고, 천둥소리를 내고, 폭발하고, 서로 떼밀며 뒤섞일 게 분명해. 그런 다음 날아오르겠지. 그런 다음 돌아오고, 한없이. - P445
"음, 보세요, 하비. 이제 곧 가을이 오면 나뭇잎의 노란색이 오렌지색이 될 거예요. 그런데 저걸, 저 노란색을 제가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면요. 어쩌면 저게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색깔들의 천국은 어쩌면 내 머릿속일 거예요!"
"제가 시력을 잃게 된다면, 머릿속에 색깔들의 천국이 있으면 좋겠어요......" - P445
그리고 선생님들이란 한편으로 커다란 사랑의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들은 언젠가 그들의 학생 노릇을 그만둬야 하죠. 조지아 오키프는 그걸 깨달았을 거예요, 장담해요.....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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