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처음 보았을 때 바이 부레는 황홀감 대신 허탈감을 느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는 돌덩이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전쟁은 프리미어리그의 축구 경기만큼이나 이해되지 않았다. 비록 자신에게 실습용으로 주어진 건석탄을 압축해서 만든 인조 다이아몬드였지만 마치 조상의 뼈와 살을 깎고 있다는 생각에 오금이 저리고 구토가 밀려와 작업대 앞에 채 10분을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 피커딜리 서커스 근처 ㅣ 김솔 - P207
형태가 쓸모를 발명하거나, 쓸모가 형태를 제한한다는 믿음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형태와 쓸모 때문에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소유의 욕망만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고 그 이후 습관이 소비를 추동할 따름이다. ( 피커딜리 서커스 근처 ㅣ 김솔 ) - P215
영국축구협회는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아프리카에서 유괴하다시피 데리고 온 소년들을 정당한 계약서도 없이 유소년 클럽에 가입시킨 뒤 혹독한 훈련을 통해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데도 인권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게다가 전쟁을 방불케 하는 훌리건들의 난동을 예방하기 위한 규칙들을 추가하고 경기장 안팎에 엄중한 경고문들을 내거는 일에 지극히 소극적이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살인적인 경기일정을 소화하느라 부상을 당하는 선수들의 재활 프로그램에 큰 관심이 없다. 다국적 스포츠용품 업체는 프리미어리그를 후원하고 스타들에게 막대한 광고료를 지불하지만 정작 축구공과 유니폼의 제작원가를 낮추기 위해 저개발국가의 아이들의 노동력을 동원한다. 축구공은 둥글지만 결코 평평한 바닥을 구르는 것은 아니다. - 피커딜리 서커스 근처 ㅣ 김솔 - P218
때때로 무엇인가를 붙잡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삶이, 그녀 앞에 놓인 삶이 버둥거림의 연속이고, 또한 기도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더 이상 기도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 제발 내가 또다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지 않게 도와주세요. 그녀는 얼마나 자기 자신이 기도를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랐던가. - 임시교사 ㅣ 손보미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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