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랫동안 그 많은 사람이 이 유적을 원형의 모습으로 유지하고자 보수해왔을까. 인류는 신기하게도 오래전부터 물질이 아닌 원형의 설계에 동일성의 가치를 부여해오지 않았던가. - P160

나는 내 이어진 죽음을 생각했고 이어진 생명을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죽음 속을 걷고 있든 생명 속을 걷고 있든,
별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가 아름답고 살아 있는 것들은 눈부시며,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니…… - P165

자연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동일한 원인이 반대로 키바를 춥게 할 수도있었다. 자연에 생겨난 상처는 사람에게 생겨난 상처처럼 양극단 어딘가로 움직이는데 어느 극으로 갈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태양광에서 쏟아지는 유해한 것들과 대낮에 작열하는 열기가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 P185

우리는 그리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기차는 우리를 피로하게 했고 뭔가를 생각하기에는 늘 피로했다. 누군가가 간혹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은 전체의 것이 되었다. 때로는 그 의견이 남의 의견이었는지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것인지도 헷갈렸다. 일을 할 때는 대화 없이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 P188

우리는 계속 어떤 과정 사이에 있었다. 마음을 정착할 수가 없었다. 하염없이 무엇인가를 기다렸다. 무엇을 하려 하든 ‘아아, 그래, 도착한 다음에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떠날 곳도 도달할 곳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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