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기를 통과하든 통과하지 않았든 우리는 매 순간 사라져 없어지고 있어요. 우리는 순간이라는 신비 속에 잠시 존재했다 사라지는 허상이며, 그런 의미에서는 실상 존재하지도 않아요. 우리가 일관성 있고 서로 연결된 개체라는 착각은 딱 하나에서 오는 거예요."
권현수는 제 머리를 가리켰다.

"기억이죠. 정보예요. 물질이 아니라 정보가 개체를 이어주는 거예요
…… 수녀님은 전송하기 전에도 매일매일 이전의 자신과 다른 존재였어요.……"

그는 다시 다른 전송기로 들어갔고, 내 기준에서는 또 죽었다. - P129

결국 개체의 이어짐도 기적이다. 나의 연속성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내 생명도 설명할 수 없다. 우리가 생명이 시작된 이래 그렇게 살아왔기에 굳이 이 신비를 의심하지 않을 뿐이다. - P151

영혼은 어디에 머물러 있다가 내게 날아와 안착하는 걸까? 유전자의 네 가닥 속에? 원소와 원소를 이은 자기장 흐름 사이에? 전송된 내 설계도 틈새에?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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