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얼굴은 눈물이 차오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 - P231
신은 언제나 최악을 묻는다. 인간은 최악을 최선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이 믿음의 일이다. 신은 영원히 대답하지 않는다. - P236
그 무렵의 여행은 도망에 가까웠다. 사랑의 끝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앞만 있고 뒤는 없으므로 사랑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지금껏 내가 걸어온 길이 가시밭길이었음,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음을 그때 알았다. - P240
초상의 존재 이유는 거기 있을 것이다. 내가 나에게 영원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 얼굴은 무수히 많은 표정이 생동하는 장소이고 분명한 내 것이지만 정작 나는 내가 짓는 표정을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얼굴을 그려나갈 수밖에 없다. 순간을 모아 한 생을 만들 수밖에 없다. - P247
인간이란
고통스러운 햇빛과 모진 역풍을 맞으며
죽음을 완성해가는 열매인 것일까.
석양은 가련한 인간을 향해 흘리는 신의 눈물 같다. - P252
기록해두지 않으면 공중으로 허무하게 흩어져버릴 장면들을 엮어 당신에게 꽃다발처럼 건네고 싶어요. 미래의 어느 날, 당신이 제가 건넨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 P273
창작자의 다른 이름은 ‘미래를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세상에 그럼에도 무언가를 보탠다는 건 엄청난 낙관의 소산이자 미래 증명 행위다. - P273
폭발음도 없이 한 우주가 잠든 곳,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를 그러모으는 일, 나는 네가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믿지 않을까봐 두렵다, 네가 침잠하는 모든 시간에 언제나 한 사람이 곁에 있었는데도 - P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