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던 과로사의 배경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는 판결 이후, 자신의 우울증이 업무로 인한 것이라는 노동자들의 소송이 이어졌고, 이 중 많은 수가 승소하면서 일본 사회에서 급증하는 법적 분쟁에 놀란 일본 정부에서 중요한 국가적 문제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노동 정책 변화도 시작되었다고 합니다.1부에서는 시대별로 우울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인지되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대화에 따라 일상적 괴로움이 의료화되면서 신경쇠약의 의학적 범주가 학계 정신의학자들에 의해 배제되기 시작한 후 신경쇠약과 유사한 '우울증'이 나타나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이 1장에 상세하게 언급되면서 우울증을 현재 일반 일본인들에게 설득력 있는 범주로 만들었는지 언급하고 있습니다.한국도 정신의학과 환자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우리보다 일본이 경제발전을 먼저 이뤘고 그 결과 평범한 직장인들이 과부하에 따른 정신적 문제를 먼저 경험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2부는 작가가 직접 지역의 임상 현장에서 정신과 의사들과 환자들이 우울증을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논의하고 있는지 검토합니다.2장에서는 특히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등지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언급이 되는데 이는 우울증과 아주 연관이 깊은 증상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우울증을 다루면서 언급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남자의 우울증 비율이 높다고 나오던데 가장으로서 책임지고 일을 하다 보니 업무에서 오는 과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네요.최근에는 우울증도 탈 젠더화를 해서 우울증이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합니다.아무래도 일본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한국보다 낮다 보니 여성의 우울증이 남성보다는 부각되지 않는 것 같네요.3부는 의료화가 가져온 우울증의 전반적인 변화를 조명합니다.버블이 붕괴된 후 일본에 찾아온 극심한 경기 침제와 함께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지배적인 상실감과 불안감을 우울증이라는 이름하에 의사들은 구체화하고 집단적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신체들에 대한 문화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일본식 우울증의 개념이 이때 정립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우울증'이라는 개념이 보편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 잡았고,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혀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병 자체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감기나 다른 질병처럼 쉽게 병원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우울증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주변의 적극적인 개입과 도움이 필요합니다.이 책의 리뷰는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