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20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5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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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토지의 긴 여정이 끝났다.

알차게 계획을 세운 덕분에 일정에

딱 맞춰 끝낼 수 있었다.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2년 째 이어져 온 인연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 토지 20권은 마지막답게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짤막하게나마

굵게 요약해주었다.

환이의 등장, 조준구의 악행,

간도에서의 설움 등

그동안 이어져왔던 이야기들이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 아이들은 자라났고,

노인들은 죽었다.

마지막 남은 영팔할배마저

세상을 져버렸다.

영팔할배와 판술네할매의 티키타가가

은근 랩배틀 같아서 많이 좋아했었는데

이제 더는 보지 못하다니.


* 영팔할배의 죽음으로 두만네와

판술네, 천일네가 모여서 두런두런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돌아가신 할매가 생각났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할매는

어렸지만 일본놈들의 악행을 기억하고 계셨다.

일본어로 숫자 세는 것을 배운 것도

우리 할매한테서였는데,

다른 건 다 잊어버리셔도

그것만은 잊지 않으셨다.


* 그리고 뒤를 이은 해방의 기억.

어렸을 적에 그때는 어땠냐고

여쭤보면 늘 어제 일처럼

생생히 이야기해 주셨다.

젊은 아낙으로 만났던 세 사람이

백발이 성성한 할매가 되어 담소를 나누니

자꾸만 할매가 생각이 나서

덩달아 울컥했다.


* 조준구의 뒤를 이은 악당

김거복의 모습도 나왔다.

조준구나 김거복이나

나이 먹어서도 욕심을 부리니

추하기 그지 없었다.

조준구와 김거복과 맞먹는 악당

임이의 사망 소식도 들려왔다.

권성징악이라고 했던가.

임이의 죽음도 그리 깨끗하지는 못했다.


* 징용과 학병을 피해 지리산으로

모인 청년들이 있었고,

양현을 찾아 데리고 온 서희도 있었다.

늘 유하게만 생각했던 환국이의

강단 있는 모습도 보였고,

방황하는 청춘들,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이

더욱 눈부시게 다가왔다.


* 조선을 외면한 휴머니스트들에게

전하는 따끔한 일침.

티끌 하나 준 적도 없는 왜놈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아왔다던

박경리 선생님의 말씀은

요즘 우리의 독도를 생각나게 했다.

'그들의 역사는 거짓으로 반죽한

생명 없는 토우다.'

이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 조선에도 공습이 이어졌고,

오늘도 어김없이 내일을 도모하던 그 때,

그들은 라디오에서 일본 천황의

항복 소식을 듣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푸른 하늘에 실구름이 흐르던 그 날,

비로소 조선에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 20권을 읽으면서도 사실은 긴가민가 했다.

정말 이게 마지막 권이 맞나?

혹시 내가 헷갈린 게 아닐까?

싶을만큼 그들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여지없이 담아주었다.

안도하고, 한숨쉬며 읽었던 그때,

남은 장이 몇 장 되지 않았던 그때!

그 마지막 장면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 언제나 늘 마지막은 아쉽다.

태어나고, 걷고, 자라는 이들을 보며

마음 졸이던 날도 있었고

눈물 보이던 날도 있었지만

이제 정말 그들과 이별이다.


* 어느세 담뿍 정이 들었던 평사리 사람들.

그들은 토지 안에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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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화이트맨
모신 하미드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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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라스트화이트맨 #모신하미드 #문학수첩 #협찬도서


* 문학수첩에서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라스트 화이트맨'

제목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 전에

키워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날 아침, 완전히 낯선 피부로 눈을 뜬다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다.


*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거나

세상이 망하는 상상을 해 본 적은 있으나

날 때부터 타고난 피부가 하루아침에 변한다니.

특히나 우리처럼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피부색은

때때로 계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갑자기 피부색이 변해버린 주인공은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 어느 날 아침, 백인 남자 앤더스는

자신의 피부가 누가 봐도

짙은 갈색으로 변해버린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곧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를 썼다.

처음에는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갈색 피부는 그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 이 사실은 없던 일이 되지 않았고

거울 속의 '낯선 나'는 보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시야에 걸려들어왔다.

직장에는 어쩔 수 없이 병가를 냈다.

하지만 먹을 것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문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에게는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모든 것들이 두려움으로 변해버렸다.


* 특히 가장 두려운 것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흑인을 바라보는 백인의 시선.

그는 여자친구인 우나에게서,

심지어 아버지에게서도 그 시선들을 느꼈다.

그리고 심지어 자신에게서도 그 시선을 느낀다.


* 세상에서 변해버린 사람은 앤더스 하나가 아니었다.

맑은 물에 검은 잉크를 떨어뜨린 것처럼

백인들의 세상이 점점 흑인들의 세상으로 물들었다.

흑인들이 늘어가면서 알 수 없는 음모론들이 퍼지고

이는 폭동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도 서서히 변해갔다.


* 그 시선의 변화는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그리고 연인 사이의 관계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인들이 만들어 놓은 안전지대가

얼마나 유치하고 불필요한 것인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나는 여기서 우나의 단단한 시선이 매우 좋았다.

흔들릴지언정 휘둘리지 않는 시선이

단단한 버팀목처럼 느껴졌다.


* 이 책은 백인 우월주의에 찌든 기득권과

원인도 모른 채 피부색이 변해버린

자식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모습이 기득권의 우월주의에서

탈피하려는 젊은 세대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 피부색, 그게 뭘까?

사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피부색이 조금 더 하얗거나

까맣다고 해서 특별히 차별하지는 않는다.

물론 최근에는 국제결혼이 많아지면서

혼혈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언어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주변에서 직접 본 적은 없다.


*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의아했던 점은

피부색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앤더스를 앤더스로 보지 않은 것이었다.

백인 앤더스도 앤더스이고,

흑인 앤더스도 앤더스이다.

그런데 그들은 낯선 사람 보는 듯했고

그를 한순간에 위험인물로 분류했다.

오히려 그를 이렇게 본 그들이

더 미개하게 보여 실소가 터져 나왔다.


* 위험을 느낀 앤더스는 아버지가 건네준

소총 한 자루에 의지해 공포에 떨게 된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앤더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문장이 기가 막히다.

당황에서 시작해 공포와 혼란을 지나

평온으로 마무리하는 책이었다.

이 과정을 한달음에 관통하게 하는 힘은 단연코 문장에 있었다.


* 앤더스의 시선에서, 우나의 시선에서

느끼고 겪은 사건과 상실과 사랑.

단순히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그 본질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적은 분량에 매우 단단한 책이었다.


#인종차별 #백인우월주의 #피부색

#변화 #두려움 #시선 #혼돈 #평온

#앤더스 #우나 #백인 #흑인 

#소설추천 #문장좋은책 #독서기록 #오늘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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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소원
유은정 지음 / 반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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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불행소원 #유은정 #반타


* 오랜만에 읽는 반타 책이다.

일단 '여고괴담'이라는 키워드가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두 번째로 '불행 소원'이라는 제목이

나를 궁금하게 했다.

보통 소원이라고 하면 나를 위해

빌기 마련인데, 불행 소원이라니

무슨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


* 책은 아티스틱 스위밍을 위해

몸을 불사르는 여고생 주아와

인영여고 학생들이 주인공이었다.

주아는 국대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끝내 듀엣에 들어가지 못했다.

처음부터 송혜송과는 다른 출발선에 선 것 같았다.


* 실력 차이는 곧 질투와 열등감으로 번졌고,

이는 송혜송과 듀엣을 하는 김사랑을 향한

악의적인 마음으로 쌓여만 갔다.

듀엣 옆에서 예비 후보로 합을 맞추던 어느 날,

SNS에서 한 수영조 내부영상을 봤다.

호기심에 찾아간 딥 블루 홀 수영장은

그렇게 주아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었다.


* 아무도 모르게 찾은 안식처에서

'불행 소원 비는 법'이라는 종이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듀엣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해를 끼치려는

목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김사랑이 듀엣에서 빠지고

그 자리를 주아가 차지하게 되자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주아는 충동적으로 송혜송이

아무도 모르게 죽어버리라는 소원을 빌게 된다.


* 한편 송혜송의 팬이었던 구다은.

다은은 송혜송이 사라진 이후부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직감적으로 주아의 짓임을 짐작했지만

가지고 있는 증거가 없었다.


* 그러던 그때, 전학생인 엄혜송이

주아를 조사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송송을 돌아오게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다은은

엄혜송의 지시에 따라 공개적으로

불행 소원을 입에 올리게 된다.


* 그러면서 반 전체뿐만 아니라

인영 여고 전체에 점점 불행 소원이

퍼지게 되고, 이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다.

외할머니가 무당이었던 다은은

할머니의 말을 기억하며 불행 소원을

막으려는 한편, 여전히 송송이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던 일이

누군가의 계략에 의해 의도적으로 퍼져 나가고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모습은

혼란 그 자체였다.

대놓고 공포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익명성에 기대어 마음을 털어놓는 현실,

고작 그런 이유로 남의 불행을 비는 건가 싶다가도

아이들이니까 이해가 가기도 했다.


* 하지만 단 하나.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엄혜송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이다.

대충 짐작은 가지만 조금 더 뚜렷하게

그 원인이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더 공포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비릿한 웃음을 흘리는 그 모습과

그저 이용만 당하는 다은의 모습이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어떻게 단 한 번도 의심을 안 할 수가 있지?


* 저주라는 것은, 특히 누군가에게

악의를 가지고 해를 입히려는 것이라면

그걸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삶에도 희망이 있는 법이고,

사람이 반성과 회한도 있지 않겠는가.


* 무더운 여름에 '물'이라는 소재,

'수영장 물'이라는 소재를 쓴 것은

매우 참신하고 좋았지만 이런 의미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저주에 이렇게

악독한 것이 있다고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다.


* 그럼에도 10대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

그들의 불안과 경쟁, 21세기에 저주가 퍼져

나가는 방법 등이 잘 나타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마시는 물부터 씻는 물도 조심할 듯.

떨어지는 물도 다시 보자.

누군가의 불행 소원이 담긴 물일지도 모르니.


#여고괴담 #호러소설 #공포소설 #청소년 #호러

#저주 #불행 #소원 #아티스틱스위밍 #수영장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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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보는 변호사 - K’s Case
김주영(탄막) 지음 / 디자인21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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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귀신보는변호사 #김주영 #탄막 #디자인21


* 얼마 전, 우연히 넷플릭스로

'신이랑 법률사무소'라는 작품을 봤다.

그저 그런 코믹극인 줄 알았으나

그 안에서 얼마나 웃고 울었던가.

마지막 화까지 보고 나자 이 드라마의 내용과

비슷한 책 제목이 떠올라 바로 책장을 뒤졌다.

'귀신 보는 변호사.'

신이랑의 여운을 깊게 남기며, 그 드라마와

어느 부분이 같고 또 어디가 다를지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형 법무법인에서

1년을 일한 뒤, 바로 자신의 법률 사무소를

차린 유혜영 변호사.

새내기 변호사가 덜컥 사무실을 차렸으니

수임이 있을 리가 있나.

그렇게 미래를 걱정하는 혜영에게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싸가지를 밥에 말아 야무지게 먹은 듯

상대방은 지 할만만 늘어놨다.

간단히 얘기하면 최근 '자동차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무죄를 입증해 달라는 것이었다.

수임료는 무려 1억 원.

여기에 성공 보수로 플러스 1억 원.


* 현재 상황에서 1억 원은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K를 쉽게 믿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그의 말에 휘말린 혜영은 결국 사건을 맡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피의자 허수지를 만났다.


* 수지를 만나 보니 누군가 그녀를 함정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수지는 누가 쳐 놓은지 모를 덫에 걸린 것이었고,

K는 그런 그녀를 구해주고 싶었으리라.

그렇게 사건을 정식으로 받았는데

어라.....? 의뢰인이 좀 이상하다.


* 유명한 무당의 딸인 혜영에게도

신기는 있었지만, 세상에!! 

의뢰인 K가 귀신이라니!!!!!

근데 요즘 귀신들은 휴대폰도 쓸 수 있나보다.

그렇게 K의 의뢰를 성실히 수행하는 혜영 앞에

놓인 것은 수지의 시체였다.

대체 K의 정체는 누구이며 수지는 왜!

보석을 얼마 남기지 않고 죽은걸까?


* 객관적으로 변호사라는 직업과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만 빼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서 또 다른 이야기에 금세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확실히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몇 가지가 있었다.


* 먼저, 엄마가 유명한 무당인데 혜영이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자금난에 허덕인다고...?

유명 기업인들이 앞다투어 찾는 무당의

고명딸인데 그럴 리가~ 

여기에 한순간에 변한 K의 마음.

아니, 수지 안쓰럽다고 할 때는 언제고

어느새 혜영한테 반해서 그렇고 그렇게 된다고?

도의적인 부분이라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죽어서도 도와주고 싶은 연인이었는데

나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차라리 K랑 수지를 남매로 만들거나

혜영의 상대가 흥신소 소장님이었다면 또 모를까.


*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다 쏘쏘~ 

무난했다.

특히 저승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과

웅녀를 소환한 점,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물면서도

각자의 문제는 각자가 해결하게 하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귀신들의 흥신소와 그들의 화폐가치,

이승의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한

저승의 많은 것들과 그들의 규칙들을 보면서

저승도 결국은 사람이 부대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끝난 드라마가 아쉬워서 펼쳐든 책이었으나

이제는 이 책이 더 아쉽다.

다행히 2권까지 가지고 있어서

바로 펼쳐볼 듯 싶다.

이번에는 흥신소 소장님과 어떤 거래를 할지,

혜영과 그녀의 연인은 또 어떤

거대한 문제에 휘말리게 될지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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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위선자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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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 #다정한위선자 #메리쿠비카 #해피북스투유 #선물책


* 서국도에서 잠시 만난

장미토끼님께서 선물해 주신 책이다.

메리 쿠비카 책을 몇 편 읽어봤는데

프리다 맥파든과는 조금 다른 결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재밌는 내용들이어서

꼭 읽고 싶었던 책 중에 하나였다.


* 밖은 폭염에 타들어 가는 상황이어서

서늘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펼쳐든 책은 담담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진 여성의 곁으로

나를 데려갔다.


*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며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메건 마이클스.

남편이었던 벤과 이혼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전철이 바로 옆을 지나가는 집에서 그녀는

딸 시에나의 걱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 밖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들을 습격하는

괴한이 나돌아 다니고 있지만

짧은 옷을 입고, 문단속을 소홀히 하는

시에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딸에게 그 모든 것을 내비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딸과의 사이가 멀어질 게 뻔하니까.


* 그런 그녀의 직장에 한 여성이 환자로 들어왔다.

약 6미터 높이의 육교에서 떨어진

케이틀린 베킷은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상태였다.

그녀에게는 그녀를 매우 사랑하고 애지중지하는

부모님이 계셨고, 그들은 메건을 좋아했다.

그래서 메건이 케이틀린의 담당자가 될 수 있게 요청하고,

간호사와 환자의 부모로서는 나눌 수 없는

은밀하고도 내밀한 사생활까지 얘기하게 된다.


* 한편 퇴근 후, 이혼자 모임에 참여한 메건은

그 앞에서 우연히 오래전 친구였던 냇을 만난다.

냇은 남편인 데클런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었고,

그 흔적은 냇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멍든 얼굴과 찢어진 입술과 불안해 보이는 눈빛.


* 이타적이었던 메건은 냇이 친구가 아니었더라도

그녀를 돕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렇게 냇의 안전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칠 때,

케이틀린이 스스로 육교에서 뛰어내린 것이 아닌

누군가가 밀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미는 순간은 못 봤지만

육교 위에는 분명 두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 메건은 간호사로서 케이틀린의 회복에

도움을 주어야만 했다.

그녀는 구해야만 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냇은 친구로서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녀는 구하고 싶은 여자였다.

담담하게 하루를 털어놓는 메건의 일상 속에서

그녀의 불안과 걱정이 고스란히 내비쳐졌다.


* 그리고 어째서 제목이 '다정한 위선자'인지

깨달은 순간, 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기 때문은 아니리라.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뚜렷한 피해자도 없고,

뚜렷한 가해자도 없고, 누구나 쌍욕을 할 만한

악인 또한 없는 것이다.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춰

그 모습을 바꾸고, 꾸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런 모습들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는 다정한 사람이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나에게는 냉정한 사람이 타인에게는 다정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책에 나온 인물들이 평면이 아닌

입체가 되어 책을 뚫고 나에게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 처음에는 메건이 너무 걱정이 많다고,

이 정도면 신경 쇠약이 아닐까 의심했었다.

하지만 엄마로서, 여자로서 그녀의 걱정은

타당한 것이었고 그녀의 상황을 보자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 메건이 무슨 원더우먼도 아니고

모두를 구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가 구해야만 하는, 구하고 싶은 것은

물론 이해하지만 여기에 그녀는 자신과

시에나의 안전까지 신경 써야 했으니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 누구도 욕할 수 없었다.

심지어 메건과 시에나에게도.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피해자는 아마도

페넬로페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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