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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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무한정의 #나카무라히라쿠 #허밍북스


* 친정 가는 길에서 읽기 위해 챙긴 책이다.

새까만 양장 표지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지, 출발하자마자 바로 펼쳐들었다.


* 최근 이케부쿠로 경찰서 관내에서는

반사회 집단의 구성원만을 노린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다.

피해자들의 얼굴에는 범인과 수사관만

알 수 있는 표식이 새겨져 있었고,

언론은 이를 ‘거리를 청소하는 존재’에 빗대어

범인에게 ‘성소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 진급을 앞두고 성과가 절실했던 수사관 료이치는

런던으로 발레 유학을 떠날 예정이던 딸 카나에게서

충격적인 전화를 받는다.

자신이 사람을 죽인 것 같다는 말이었다.


*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은 더욱 명확했다.

카나가 죽인 남성은 반사회 조직 ‘블랙체리’의 일원이었고,

정당방위로 볼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딸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료이치는 결국 그 사건을 ‘성소자 사건’으로 위장한다.


* 자신이 범인 은닉과 증거 인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딸을 위해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마다에게 성소자의 표식을 새기고

이케부쿠로 3초메에 있는 작은 공원에 버렸다.


* 다음 날, 시마다의 시신이 발견돼

공원으로 간 료이치.

하지만 다른 수사관들은 대번에

모방범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평소처럼 행동하려고 했지만

이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면서

눈에 띄게 불편해 보이는 료이치.


*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전화가 걸려온다.

성소자의 전화로 카나가 시마다를 죽였고,

시마다의 시신을 옮기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있다며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다.

잠깐의 고민 끝에 성소자의 요구를

따르게 되는 료이치.

그리고 그는 그 대가로 자신을 협박하는

또 다른 블랙체리 멤버를 처리해 달라고 얘기한다.


* 처음에는 딸을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증거를 인멸하며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죄책감과 불안 속에서도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그 납득은 어느새 그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 지극히 평범했던 가장이자 수사관이었던 료이치는

단 하나의 선택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악을 막아야 할 사람이,

악을 유지하기 위해 움직이는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은

섬뜩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또한 의미심장했다.

료이치와 그의 아버지의 관계,

료이치와 아들 쇼타와의 관계,

료이치와 장인과의 관계에서 모두 다른

모습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 속에서 혼자 모든 걸 껴안은 료이치가

안타깝다기 보다는 인과 응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혹시 이 사람이 성소자가 아닐까? 했던

의심은 말미에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어서 내가 더 놀랐다.

료이치가 카나를 위해 한 행동은 딸을 위해서라면,

이라고 이해는 했으나 그 뒤에는 더 이상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악마와 계약을 한 뒤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린 료이치.

그에게서 정의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것은 끝내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라,

무너진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름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사관 #성소자 #블랙체리 #연쇄살인

#딸을위해 #악마와의계약 #정의

#추리소설 #추미스 #부성애 #자기애

#독서기록 #독서일지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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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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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소설 #나는나의장례식에초대받았다 #헬렌듀런트 #서사원


* 제목만으로도 나의 궁금증을 일으키기

충분했던 책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 받았다'.

살아있는 동안 내가 내 장례식에 가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지 무엇보다 궁금했다.

요즘 장례 체험이라고 해서 콘텐츠로

보이는 경우가 있던데, 책 속의 주인공도 그랬을까?


* 시작은 한 통의 메일로 인해 장례식장을

찾는 여성이었다.

발신인도 없고, 고인의 이름도 없는 장례식 초대장.

알 수 있는 메세지는 단 하나.

고인이 남긴 것이 있다는 것일 뿐이었다.


* 그렇게 찾은 장례식장에서 본 것은

'내' 이름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금은 쓸 수 없는 그 이름.

현재는 '도나'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내가

'앨리스 앤더슨'이라는 과거의

내 장례식에 초대된 것이다.


* 호화로운 부촌에서 치뤄지는 장례식은

과거의 앨리스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녀를 구해준 것은 맥스라는 앨리스의 상사였다.

친절한 행동과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매력이 있는 그는

도나를 데리고 다과회에 갔다.

그의 아내인 타라 역시 친절함으로 물든 여자였고,

그들은 곧 도나에게 앨리스를 대신해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


* 타라의 재촉에 생각할 틈도 없이 수락한 일.

타라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도나는

거기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도나의

원래 이름을 썼는지 밝혀야 했기 때문이다.

앨리스라는 이름을 썼다는 것은 과거의 앨리스와

현재의 도나, 모두를 알고 있는 사람이고

이것은 곧 그녀가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 그렇게 맥스와 함께 일을 하기로 했지만

첫 출근부터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 친절했던 태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타라는 도나가 하지도 않은 일에 꼬투리를 잡고

그녀를 다그쳤으며 맥스는 의도적으로

그녀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타라에게

상처를 주고자 했다.


* 그들의 딸인 한나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하며

맥스와 타라를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타라는 맥스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말하고,

맥스는 타라와 한나가 이상하다고 한다.

세 가족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고 험담하는

과정 속에서 도나는 앨리스의 책상 밑에 숨겨진

USB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거기에는 현재 도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모든 폴더는 비밀번호로 잠겨있었다.


* 각고의 노력 끝에 비밀번호를 풀게 된 도나.

그리고 그 USB를 통해 하나 둘씩

사망한 앨리스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진실에 다가갈수록 위협 받는 도나.

사건은 예고 없이 터지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맥스, 타라, 한나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 첫 장면부터 사람을 끌어들이는 몰입감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긴장을 늦출 수도 없었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도나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다보니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은

쉽게 알 수 있었다.


* 그렇다고 해서 긴장감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끝내주는 몰입감만큼

아쉬운 마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타라의 불안은 이해하겠지만

맥스의 이상한 성격은 니코의 단어 하나로

정의하기에는 뭔가 더 설명이 필요했다.


*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에게

앨리스와 가까웠던 사람이라는 이유로

일을 맡긴다는 것 역시도 그랬다.

모든 진실을 알고나면 대충 짐작은 가지만

확인 되지 않은 추측에 찜찜해지는 기분이랄까.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허술해 보이고,

어떤 면에서는 매우 촘촘하게 짜여진 책이었다.


*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책.

어쩌면 맥스와 타라를 보며 내 정신도

그들과 동화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쉽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허술함과 치밀함이 뒤섞인 채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소설이었다.


#심리스릴러 #미스터리소설 #정체성

#반전소설 #심리서스펜스 #책추천

#소설추천 #독서기록 #죽은이름

#또다른나 #의심의연속 #몰입감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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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상회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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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교수상회 #유키하루오 #블루홀6


* 출판사 도장깨기가 이제 30권

미만으로 들어온 관계로 빡독 모드가 켜졌다.

이 다짐 또한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껴뒀던 책을 꺼냈다.

방주, 십계의 작가로 유명한 유키 하루오의

'교수상회'이다.

제목이 가진 뜻과 표지의 타자기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다.


* 때는 다이쇼 시대(1912~1926).

무라야마 저택에 기거하고 있는 서생 미야오는

조간 신문을 가지러 나가다가

저명한 법의학자인 무라야마 고도의 시체를 발견한다.

보란듯이 정원에 놓여진 시체는

범인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흉기로 보이는 물건 또한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 박사와 친한 특고의 히라노는

고도 박사가 최근 어떤 무정부주의 집단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박사의 가방에서 사라진 편지와

히라노를 만나려고 약속을 잡았다는 점에서

그가 무정부주의 집단을 고발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였다.

교수상회는 이 무정부주의의 비밀 결사대로

고도 박사를 죽인 배후로 지목되었다.


* 하지만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그 와중에 무라야마 저택을 지은 무라야마 가지타로의

비밀 편지가 지인들에 의해 서재에서 발견된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라야마 저택에서 고도와 함께

지내고 있는 먼 친척 미나카미와

평소 가깝게 지내던 다른 인물들이

용의자로 떠오르게 된다.


* 여기서 미나카미는 모두가 놀랄만한 결정을 한다.

3년 전, 무라야마 저택을 털어

경찰에 잡힌 전력이 있는 하스노를

탐정으로 고용한 것이다.

배후에 무정부주의 집단이 있는데도

무정부주의의 방식으로 범인을

잡길 원하는 네 사람.


* 3년 전 하스노가 무라야마 저택을 털면서

의도치 않게 무정부주의 집단에

피해를 끼치게 되었고, 이에 자신도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제안을 수락한다.

하스노는 화가이자 친구인 이구치와 함께

조사를 시작하지만 이내 두 사람의

지인을 포함해 그들 역시, 목숨을 위협 받게 된다.


* 도둑을 탐정으로 세운다는 점이 매우 신선했다.

수수께끼들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하스노가 어디서 접점을 찾을지 매우 궁금했다.

어딘가 심드렁한 모습에 과연 정말

범인을 잡고 싶은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흩어졌던 퍼즐들이 하스노에 의해

딱 들어맞아 큰 그림이 되는 순간!

나는 환호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일에

입이 떡 벌어졌고, 그제서야 하스노가 했던

말들을 다시금 곱씹을 수 있었다.

하스노의 손,발이 되어주는 이구치는

어딘가 어설퍼 보이지만 무의식 중에

던진 생각들이 꽤 날카로웠다.

이 사람은 화가가 아니었다면 뭐가 됐을까?


* 이제 막 법의학이라는 학문이 퍼진 시기.

그 법의학을 발전시킨 박사의 죽음과

교수상회라는 무정부주의 비밀 결사대.

그 안에서 하인, 승합마차 등

다이쇼 시대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다.


* 다이쇼 시대, 일본의 셜록과 왓슨!

이들을 통해 내가 몰랐던 그 시대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요즘 무적의 증거로 들이밀어지는

과학 수사가 아닌, 직접 발품을 팔아

사연을 쌓아가고 추리를 발판으로

말로서 범인을 무력화 시키는 모습이

추리 덕후에게 증거가 아닌 ‘논리’로

승부하는 시대의 쾌감이 있었다.


* 출판사 도장깨기 72/97


#법의학 #박사 #살인사건 #다이쇼시대

#무정부주의 #도둑탐정 #비밀결사대

#추리소설 #도장깨기 #미스터리소설

#북리뷰 #추리덕후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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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0분의 남자 스토리콜렉터 10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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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 #6시20분의남자 #데이비드발다치 #북로드


* 오래도록 묵혀둔 책을 꺼냈다.

데커 시리즈가 그리워서

데이비드 발다치의 책을 꺼냈는데,

데커만큼 매력적인 인물이 책 속에 등장했다.


* 트래비스 디바인.

미 육군 부대의 유능한 장교였으나

지금은 월가의 말단 샐러리맨인 남자.

그는 매일 6시 20분 기차를 타고

근무지인 카울앤컴리로 향했다.

그 길목에서 CEO인 카울의 집에

비키니를 입은 여자를 훔쳐보는 것은

기차 안 남성들의 은밀한 즐거움이다.


* 여느 때처럼 출근했던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여자가 죽었어."

그는 직장 동료이자 단 하룻밤을 같이 보냈던,

그러나 운명이라고 믿었던 여자의 죽음이었다.


* 경찰은 세라 유즈 살해 혐의로

디바인을 주목했다.

뉴욕 경찰이 찾아오더니 이후엔

연방수사국이 찾아왔다.

자신을 부른 연방수사국 사람은

한때 군인이었으나 공무원이 된 사람이었다.


* 퇴역 육군 2성 장군 에머슨 캠벨은

디바인에게 내부 첩자가 되라는 제안을 했다.

카울앤드컴리에 대한 비밀 조사를 하라는 것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고,

디바인은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 졸지에 정부 비밀요원이 된 디바인은

세라 유즈의 죽음 뒤에 있는

살인범을 파헤치는 한편,

캠벨의 지시에 따라 카울이 숨기고 있는

비밀에 접근한다.

그 과정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 사건,

그리고 그때마다 용의자로 지목되는 자신.

점점 빠져나갈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들어간다.


* 카울에 가까워질수록 위험은 커지고,

군인 출신인 그는 그 이력을 살려

폭발적인 액션과 직감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간다.

금융업계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는

끝까지 진실을 감춘 채 독자를 몰아붙인다.


* 그리고 세라 유즈를 살해한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났을 때, 나는 맥이 탁하고 풀려버렸다.

촘촘하게 쌓아 올린 전개에 비해

범행의 동기는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단선적이다.

그동안의 의심과 추적이 한순간에 가벼워지는 느낌.

그래서 더 아쉽다.

웬만한 액션 영화 뺨치는 거작에

물감을 풀어놓는 기분이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절대 뚫을 수 없이 겹겹이 둘러싸인

비밀들을 디바인이 뚫었을 때의 그 쾌감!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 발동되는 군인의 몸짓과 직감!

이 긴장감만으로도 몰입하기에는 충분하다.


* 데커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면,

디바인은 철저히 학습된 자신의 ‘기술’로 문제를 풀어간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거칠다.

가끔 그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는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조차 이 인물의 매력처럼 느껴진다.


* 디바인을 주인공으로 한 다음 이야기가 이미 나와 있다.

이번에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해주길.

그리고 이 인물이, 끝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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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 - 꿈꿀수록 쓰라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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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염원 #시즈쿠이슈스케 #블루홀6


* 계속되는 블루홀6 도장깨기.

쌓여 있는 책더미를 뒤지다

'영화화 결정' 이라는 띠지 문구에 시선이 멈췄다.

뒷표지의 짧은 줄거리를 읽자마자

강렬한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다다시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건축 디자이너인 가즈토와

프리랜서 교정자인 기미요에게는

고등학생 1학년 아들 다다시와

중학교 3학년 딸 미야비가 있다.

연년생 아이들과 자신이 지은 집에서

살고 있는 가즈토는 '집은 거주하는 사람을 비추는 거울' 이라는

철학을 담아 가족의 보금자리를 직접 설계했다.


* 축구를 하던 다다시가 불의의 사고로

동아리를 그만두게 되었다.

가즈토의 눈에 꿈을 잃은 다다시가

방황하고 엇나가는 듯 보였지만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약간의 잔소리만 하는 상태로 놔두었다.

아내 기요미는 그런 가즈토의 말에

약간의 동조는 하지만, 그래도 전적으로

아들을 믿고 있다는 메세지를 주려 노력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잠깐 나갔다가

돌아온다던 다다시가 다음날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은 날이었다.

여름 방학 때도 친구들과 놀다가 가끔

외박을 한 적이 있기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나도 다다시는 연락이 없었다.

"일이 덜 끝나서 지금은 갈 수 없다"는

짧은 메시지 한 통을 끝으로,

다다시의 휴대폰은 꺼진 채 연락이 두절되었다.


* 그러다 그들은 한 10대 소년의 시신이 교통사고가 난

차 트렁크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목격자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

차에서 도망친 아이는 두 명이었다.

시신으로 발견된 소년의 신원이

다다시의 친구로 밝혀지면서

가즈토와 기요미는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 도망친 두 명의 소년 중 한 명이

다다시일 가능성과

다다시 역시 피해자로 발견된 구라하시처럼

피해자일 가능성이었다.

가즈토는 아들이 가해자일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

만약 가해자라면 공들여 쌓아온 커리어와

가족의 일상이 무너질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차라리 아들이 피해자가 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을 예감하며 현실적인 방어 기제를 작동시킨다.


* 반면 엄마 기요미의 간절함은 결이 달랐다.

설령 가해자일지라도, 살아만 있다면

가족의 사랑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다.

남편의 직업을 잃더라도 자신이 가계를

책임지면 된다는 각오로 오직 아들의 생존만을 바랐다.


*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던

미야비 역시 가즈토의 말에 찬성하지만

반대되는 부모의 의견에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었고,

주변의 시선에 두려워 할 수 밖에 없었다.


* 다다시가 가해자일 경우에도,

그가 피해자일 경우에도 가족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거라는 것은 분명했다.

부모의 상반되는 주장과 자신이 믿는 것에 따라

흔들리게 되는 주변의 시선과 행동들 사이에서

독자인 나는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 모든 일이 해프닝이 되어

다다시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닐

가능성은 없을까, 하며 맹렬하게 머리를 굴렸다.


* 냉정하게 남은 이들의 삶을 생각하면

가즈토의 판단이 옳을지도 모른다.

한 명을 잃더라도 셋의 미래는 보장되니까.

하지만 다다시가 지워진 일상에서

그 미래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책을 덮은 뒤에도 나는 여전히 어느 쪽의

'염원'도 손을 들어줄 수 없었다.


* 가장으로서 현실적인 방향을 생각하는 가즈토와

엄마로서 아이를 생각하는 기요미의 주장과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들의 마음을 보는 것은 나마저도

깊은 침잠의 형태로 들어가게 했다.

제 3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다면,

나는 어떤 주장을 하게 될까.

책을 덮은 후에도 결정 할 수 없었다.


* 이 이야기 앞에서, 옳고 그름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남는 것은 단 하나, 누군가의 ‘염원’뿐이었다.

그것이 비극의 씨앗일지라도,

인간은 결국 누군가의 안녕을 빌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 출판사 도장깨기 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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