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걷는 여자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6
메리 피트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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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키멜리움 출판사라고 하면 고전 추리소설
전문 출판사로 이전에 몇 권의 책을
이미 읽은 적이 있다.

* 아무래도 고전이다보니 읽기에
적응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5~10페이지만 잘 넘어가면
또 금새 적응하고 책에 푹 빠지게 된다.

* 특히 이 책은 내가 읽었던 키멜리움
책 중에 가장 읽기 쉬웠다.
단점이 있다면...
한 번 펼치니까 도저히 덮을 수가 없었다.
염색하러 간 미용실에서도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말렛 경정과 의사인 피츠브라운과
존스와 함께 목사 부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 동네 경찰관의 장례식이 끝난 후,
목사를 만난 그들은 목사의 집에 차를
한 잔 하러 가게 된다.
가는 길에 피츠 브라운은 말렛과 존스와 떨어져
주변의 무덤들을 둘러보았다.

*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무덤 하나.
아니, 두 개.
그리고 그 무덤 앞에 꽃을 두는 두 여자는
그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여기에 목사 부인이 또 그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알고 있다고 하니 어찌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목사 부인은 그들에게 50년 전,
한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 무덤에 꽃을 놓는 두 여인은 린디와 애런으로 자매이다.
그들이 꽃을 놓은 무덤은 드 볼터 부자(父子)의 무덤으로
그녀들의 아버지와 오빠의 묘지였다.
그리고 그들의 무덤 반대편에,
드 볼터 가족의 무덤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작은 무덤 하나.
그 사연은 그들의 집에 가정교사가 오면서 시작되었다.

* 언니인 린디는 오빠 레너드의 친구 존과
약혼한 사이였다.
하지만 그들의 사이에 한 여자가 끼었으니,
바로 린디의 동생 애런이었다.
린디 몰래 밀회를 즐기는 두 사람.
애런은 린디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으나
존을 향한 마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 한편, 부인과 사별한 후 영국의 집으로
돌아온 그들의 아버지 랠프 드 볼터.
그는 자신이 믿는 사람의 추천으로
메리 데이질이라는, 아주 아름다운 여성을 딸들의
가정교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메리 데이질이 그들의 집에 도착한 날,
존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난봉꾼이 이 녀석은 메리 데이질에게
홀딱 반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메리 데이질과 결혼을 발표한 랠프에게
반대한 레너드 또한 그녀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들이 무의식 중에 느꼈던 비극이
현실이 되어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나게 된다.

* 난봉꾼 존이 린디도 아니고 애런도 아닌
메리 데이질에게 구애를 하는 것도 기가 찬데,
이제는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두고
싸우는 꼴이 표면적으로 보여진 것이다.
단 한 순간도 눈을 돌릴 수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섬세한 감정들이 제3자와 제4자를 거쳐 표현된다.

* 그랬기에 가장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나
또 반대로 생각하면 그랬기에 그들이 원하는대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이 있긴 한걸까?
고민하며 책의 끝부분까지 갔을 때,
아.... 하는 탄식과 함께 책을 손에서
놓을 수 밖에 없었다.

* 이런 보물 같은 이야기들은 대체
어떻게 이렇게 잘 찾아내시는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였다.
현재는 잘 이해할 수 없는 러브 스토리,
그들의 관계와 순간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장면들까지.
하..... 이래서 고전 추리 소설을,
키멜리움을 끊을 수 없다.
오랜만에 읽는 추리소설이라 그런지
나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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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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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3기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제목과 뒷표지의 내용을 봐도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신화대계'라고 하니, 어떤 설화나 전설에

관련된 이야기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신화를 써내리는

이야기인가? 궁금증이 폭발했다.


* 다다미 넉 장 반의 제목에 신화대계와

타임머신 블루스가 있었는데

타임머신 블루스가 후속편이라고 해서

신화대계를 먼저 읽어보았다.


* 대학교 3학년 5월,

'나'는 지난 2년 간 실익 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노라고 단언해두는 사람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된 데에는 1학년 때

동아리를 잘못 선택해서라고 이야기했다.

잘못 선택한 동아리도 한 몫했지만,

가장 큰 것은 '오즈'라는 사람을

만난 것이라는 말도.


* 오즈는 요괴같이 생긴 외모에 음침하고,

남의 불행을 반찬으로 밥을 세 공기나 먹을 수 있는

칭찬할 것이 하나 없는 인간이었다.

조금 더 맑은 영혼이 되지 못한 것은

오즈의 탓이다.

그런 그에게 오즈는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했든

자신을 만났을 것이라며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고 했다.

오즈와 그는 운명의 검은 실로 맺어져 있다는 말도 함께.


* 다다미 넉 장 반에서 살고 있는 그의

첫 번째 이야기는 사랑의 훼방꾼이었다.

고르고 골랐던 동아리였는데 캠퍼스 라이프는 커녕

얼간이 같은 영화를 만들고 분란만 일으켰다.

응. 오즈와 함께.

영화 동아리 '계'에서 벌어지는 암투 아닌 암투.

그들의 얼간이 같은 행보를 보면서 

시트콤 같다는 생각과 함께 낄낄대며 웃었다.


* 두 번째 이야기는 '제자 구함'이라는

기상천외한 동아리였다.

시모가모 유스이 장에 살고 있는 한 남성을

스승으로 모시며 그의 제자가 된다.

아, 물론 오즈도 함께이다.

말도 안 되는 자학적 대리대리 전쟁을 보면서

쟤들은 왜 나이 먹고 저러고 있나~ 라는 생각에

한심하기까지 했다.

대체 작가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 세 번째는 소프트볼 동아리 '포그니'를

선택한 그였다.

똑같은 다다미 넉 장 반에 같은 오즈.

같은 문장의 반복과 앞에서 봤던 장면들과 대사.

엇! 이거 그거다!! 

예전에 TV에서 '그래! 결심했어!'라는 말과 함께

같은 상황, 다른 선택이 그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휘재를 비롯한 쟁쟁한 연예인들이

나왔던 걸로 기억했다.


* 그때 봤던 프로와 이 책의 형식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어떤 동아리를 선택해도 그는 오즈와 함께였다.

'콜로세움'을 힌트로 주는 점쟁이도 함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책이 조금 이해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왜 이 사람은

모든 것을 오즈 탓으로 돌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러다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

비밀 기관 '복묘반점'을 선택한 그의 이야기였다.

앞선 세 이야기와 다르게 오롯이 그 혼자서

80일 동안 다다미 넉 장 반을 일주한다.

식량 부족과 지독한 고독감과 싸우면서

그는 슬슬 오즈를 그리워하게 된다.


* 그리고 이 부분에 와서야 앞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이상 현상의 진실을 알게 됐다.

아!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세계관이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의문점들도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전혀 다른 결말을 낸

네 번째 이야기를 보며 왜 이 책이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 사람이 살아가는 순간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다 못해 오늘 먹을 저녁 메뉴도 선택이고,

내일 출근 하는 수단, 길, 아침에 마시는 음료도

선택을 해야한다.

이러한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삶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선택은 '실수'로 묶어서

다음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 하지만 이런 선택들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일 터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선택을 하면 그것이 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 얼간이 같은 행동에 그저 낄낄대며 웃었지만,

마지막에는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것도

과연 우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해 보내주신 비채 관계자 분들께

새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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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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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이 책의 카드 뉴스를 처음 봤을 때
'뭐 이런게 다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 표지는 벚꽃이 휘날리는
러브러브 재질이었지만
키워드는 초능력과 조현병이었다.
표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최강 델피노에서 만든 책이기에
일단 믿고 보자! 라는 심정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 위잉위잉 착착 쿵쿵.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식품 제과 업체에서 일하는,
현실의 찰리 채플린인
지영이 늘 듣는 소리였다.

* 서지영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때문에
그대로 고향 땅에 머무는 시골 쥐였다.
누구도 등 떠민 적 없고,
윽박 지르지 않은 자신의 선택이었지만
그녀는 늘 서울을 동경했다.

* 학교 동창이자 같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재욱이에게서
그 녀석의 이름을 들었다.
서은우.
어릴 적 자신의 집에서 잠깐 머물렀던
서울 꼬마.

*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이었다.
그 녀석은 지영을 기억 못하는 듯 했다.
엄마를 통해 자기 소개를 하자
그는 명함을 한 장 줬다.
생각이 있으면 서울로 오라고.

* 할아버지에게서 해방된 기분을 느낀 지영은
그렇게 꿈에 그리던 서울로 가게 되었다.
서은우의 회사에 취직을 했고,
서은우가 마련해준 오피스텔에서 생활을 했다.
그리고 매일 같이 서은우와 마주쳤다.

* 누가 봐도 잘생긴 외모.
어릴 적 지영의 이상형이었던
지창 오빠를 꼭 닮은 서울 총각은 그렇게
지영의 마음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지영은 애써 부정했지만.

* 그런 서은우가 지영에게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자기가 초능력자 란다.
단 5분이지만 상대방의 손을 잡고
말을 하면 그 말이 모두 이루어진단다.
허 참, 멀쩡하게 생긴 총각이
쉰소리를 다 하네~ 했지만,
어라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쉰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그 느낌은 나만이 아니라
지영도 받은 듯 싶다.
은우가 초능력자 인 것을 증명해 보라는
지영의 말이 이루어진 순간부터인가,
아니면 그 후인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나도, 지영도 서은우가
초능력자라고 믿고 있었다.
그 불여시 같은 이윤경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 서은우의 전직 회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이윤경은
서은우의 옛 여자친구였다.
아직도 미련이 남은걸까?
둘은 헤어졌다고 하는데 연락을 하고
찾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지영과 은우가 점차 가까워지는 것 같자
지영의 속을 박박 긁어 놓는다.
그러면서 은우의 초능력은 거짓말이며,
사실 서은우는 조현병 환자라고,
놀아나지 마라고 경고한다.

* 여기서 잠깐 끊어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읽고 믿었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진 기분이었다.
지영도 같은 느낌을 받았을까?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에
결국 잠을 포기하고 책장을 넘겼다.

* 초능력과 조현병.
갭이 큰 두 단어로 이런 놀라움을 선사할 줄이야!
지영과 은우의 꽁냥꽁냥을 마냥 흐뭇하게
보고만 있다가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채 그 감정이 수습 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서은우가 사라졌다니!!!
그리고 밝혀지는 지영의 비밀.

* 정말 1도 눈치 채지 못했다.
단 1초도 의심한 적 없었는데
어이쿠.
책의 첫 부분에서 지영은
암울 그 자체였다.
서은우와 함께여서인지,
아니면 꿈에 그리던 서울 생활을
해서인지, 어쩌면 둘 다인지,
점점 밝아지는 지영을 보며
내심 흐뭇하기도 했다.

* 그 불여시만 아니였다면!!
하고 얼마나 많이 생각했던지.
역시 소설 최강 델피노답게
한 번 펼치니 절대 덮을 수 없었다.
기자 생활과 함께 조현병에 대한
무서움도 슬그머니 완화되는 기분이었다.
스토리 최고! 가독성 갑!
책태기는 이걸로 극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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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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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3기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사실 그동안 책태기에 빠져 꽤나 고생을 했다.
이상하게 나는 정말 마음에 드는 책,
인생 책이라고 생각되는 책을 만나고 난 후에
책태기에 빠지는 편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랬고,
몇 권의 책을 들어다가 한 두 페이지 읽고
다시 덮기 일쑤였다.

* 그때 내 눈에 이 책이 들어왔다.
'아 맞다, 나 저거 읽어야 되지.....'
하고 처음에는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었다.
그런데 작가의 이력을 보는 순간,
두 눈이 번쩍! 뜨였다.

* 인류학자.
언제나, 그리고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하는 그 단어 '인류학.'
나는 문화인류학 전공자다.
대학을 졸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이때를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다.

* 1학년 때, 인류학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충격과 즐거움을 기억한다.
사학과를 보고 들어갔던 학부에서
인류학을 접하자 마자 나는 매료되었고,
그렇게 그대로 전공으로 문화인류학을 선택했다.

* 인류학은 말 그대로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내가 처음 전공했을 때만 해도 전국에
인류학과가 몇 개 없었고,
한국보다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더 유명한 학문이었다.

* 하위 학문으로는 고고학이나 문화인류학,
민속학, 형질인류학 등으로 구분된다.
그 중에서도 문화인류학은 의,식,주를 비롯한
인간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세부 분야가 다양하다.
인류학자는 이것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을 이야기 한다.

* 저자이자 인류학자인 나스타샤 마르탱은
시베리아 북동부에 거주하는 에벤인을
대상으로 인류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캄차카 화산 지대에서
곰과 만나게 된다.
혹자는 이를 '곰의 습격'이라고 했지만
저자는, 그리고 나 역시도
곰과의 만남이라고 하고 싶다.

* 그렇게 곰의 공격을 받은 그녀는
얼굴 전체와 오른쪽 다리가 찢기고
턱 일부가 사라지는 부상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살았다.
그녀는 얼음 도끼를 휘둘렀고,
곰은 마음을 바꿔 그녀를 살려두고
그대로 달아난 것이다.

* 이후 마르탱은 러시아 군사기지 병원으로
옮겨져 인공 턱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러시아에서 파리의 병원으로 옮긴 그녀는
재수술에 들어가지만 감염과 싸워야만 했다.
그리고 꿈인 듯 현실인 듯한
밤의 이미지 속을 유영한다.
그 밤의 이미지들 속에서 그녀는
곰과의 일을 계속 생각하기도 하고,
어릴 적 일을 떠올리기도 한다.

* 그렇게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동정 어린 눈길을 받고,
스스로 위축되다가 다시 훌쩍,
그녀가 있어야 할 그곳으로 돌아간다.

* 학교 다닐 때 전공과 관련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인류학? 그게 뭐예요?'였다.
그리고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외국의 인류학자들이 쓴 논문이나 저서였다.
단 한 번도 인류학자의 에세이를
읽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 소중했다.
왜 한 번도,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을까?

* 학교 다닐 때, 인류학이 뭐냐는 질문에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대답은
'사람을 공부하는 학문,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는 학문.' 이었다.

*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한국문화인류학협회가 낸
문화인류학 입문서 책 제목이지만
나는 이 제목만큼 인류학을 잘 표현한
문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마르탱 역시, 그렇게 자신을 만났고
그랬기에 해방되었다고 생각한다.

* 나는 학사에서 배움을 멈췄고,
마르탱은 박사 학위까지 받은 후
현지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인류학을 계속 공부하는 그녀가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내가 문화인류학을 공부했을 때 느꼈던
그 열정이 떠오르기도 했고
전문적인 배움은 멈췄지만 오히려
나는 지금도 인류학을 갈망하고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오랜만에 예전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다시금 나를 열정으로 채우는 책이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한 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drviche
#잘읽었습니다
#인류학 #인류학자 #문화인류학 #전공자
#애니미즘 #샤머니즘 #곰과만남 #습격
#캄차카반도 #현지조사 #모험의땅
#에세이추천 #비채서포터즈 #비채서포터즈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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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3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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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3권은 많은 이들의 죽음과

탄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먼저, 최참판댁 당주를 시해했던

김평산과 귀녀, 칠성은 결국 죽게 되었다.


* 귀녀의 뒤늦은 후회와

강포수 아재의 헌신적인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처연하던지.

강포수 아저씨의 살아갈 희망은

이제 귀녀에서 그녀가 낳은

아들로 옮겨가는 듯이 보였다.


* 서울에서 다시 내려온 조준구는

최참판댁 사랑에 다시 눌러 앉았다.

귀객이면서도 귀객이 아닌듯,

은근히 받는 무시와 멸시를 모르는 척

넘어가고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이었다.


* 조준구의 검은 속내가 속속 들어나고 있는

와중에 용이 아재는 월선이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지만 찾지를 않는다.

용이는 임이네와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결국 월선과 용이 다시 재회하기는 하지만

그드르이 뒷이야기는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서희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윤씨부인은 늙어간다.

길상이에게도 꽃피는 봄이 오고,

봉순이도 서희와 함께 자라난다.


* 그렇게 평화로울 것만 같던 평사리에

호열자가 들이닥치게 되었다.

호열자가 한 번 휩쓸고 간 평사리에는

죽어서는 안될 사람들이 죽었고,

살아서는 안 될 사람들이 살았다.


* 호열자로 인해 강청댁의 죽음과 동시에

용이의 아들이 태어난다.

귀녀의 아들 또한 어미의 죽음과 함께

태어났으니 이건 무슨 운명인가 싶다.


* 윤씨부인이 죽은 최참판댁에는

어린 아기씨와 하인들,

조준구의 가족들만이 남았다.

그렇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조준구의 세상이 온 것이다.


* 다행히 수동아재와 길상,

윤보 아재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서희의 곁을 지키고 있지만.

결코 조준구의 위세를 누를 수는 없었다.

서희가 얼른 커서 그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길 바랄 뿐이다.


* 3권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죽음,

그리고 탄생이 있었다.

슬쩍 세대교체가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4권에서는 용이의 아들도,

강포수가 데려간 귀녀의 아들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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