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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랜지션, 베이비
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5년 4월
평점 :

*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디트랜지션이란 뜻은 자신의 의료적,
사회적으로 성별을 바꾼 것을 되돌리는 행위로
트랜스 환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환원한 트랜스와 아기라....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 내가 트랜스젠도, 동성애를 농밀하게 접한 것은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그때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쓴
'팬픽'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그 팬픽은 대부분 '동성애자'들이었다.
* 그래서인지 나는 동성애, 트랜스젠더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
그냥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인데,
그것이 같은 성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사회의 시선으로
느끼는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러길 원했고, 그래서 선택했고,
그렇게 됐다고 이해하는 편이다.
* 어렸을 때 읽은 팬픽 이후로 내가 학교 다닐 때
공부하던 논문과, 성과 문화 수업을 제외하고
퀴어 소설을 읽은 적은 없는 것 같다.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 안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 리즈는 트랜스 여성이다.
태어난 성별은 남자이지만, 그녀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여자로 살고 있다.
많은 남자친구들을 거쳤고,
지금도 남자를 만나고 있다.
그녀는 그들에게 여성이길 원했고,
적어도 그들은 그녀를 여성으로 봐주었다.
* 리즈의 옛 연인이었던 에이미,
아니 에임스는 남성이었다가 여성이었다가
다시 남성이 된, 트랜스 환원자였다.
그는 직장 상사와 교제를 했고,
여자였던 시절 맞았던 호르몬 주사로 인해
자신이 불임으로 알고 있었다.
*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신의 축복인지,
그의 직장 상사는 임신을 했다.
예상하지 못한 임신에 혼란스러워하는
카트리나에게 에임스는 고백하고, 제안한다.
자신이 예전에 여자였으며,
유일하게 가정을 이루고 싶은 사람이
리즈였으니 셋이서 아이를 함께 키우자고.
* 에임스의 제안을 받은 리즈는 처음에는
미친놈이라고 욕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에임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다. 리즈는 임신을, 그리고 아이를 원했다.
지극히 평범한 시스젠더(심리적 성별과 생물학적
성이 일치하면서 동시에 이성애를 하는 이들)였던
카트리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기댈 수 있는 남편이 있는
가정을 꾸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에임스를 비롯한 리즈와 카트리나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봤던 것은 '트랜스들의 문화'였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연애를 하는지,
그들이 받는 사회적 시선과 스스로 느끼는 불안,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성관계와 어린 트랜스 여성과
나이 많은 트랜스 여성이 같은 위계 관계까지.
* 온통 색다른 이야기 투성이었다.
그래도 나름 공부한다고 했었는데,
이쪽은 전혀 문외한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져 새로운 가정의 형태를
제시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 보통 가정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녀로
이루어진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우리 사회도 이혼 가정이나
미혼모, 미혼부에 대해 그리 관대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 엄마가 둘, 혹은 아빠가 둘인
공동 육아 형태의 가정을 제시한다.
* 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부모로서의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가정이라면 '돌봄'의 형식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로운 육아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머나먼 얘기겠지만.
* 트랜스젠더들도 성전환자이기 전에 인간이다.
그들도 상처를 받고, 분노하고, 욕구와 욕망에 시달린다.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때는 리즈나 카트리나가
그 제안을 수락, 혹은 거절하고 그 뒤에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형식일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은 그들의 갈등과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보여주었고, 내 생각보다 훨씬 깊은 트랜스 문화를 보여줬다.
아직도 뭔가 배우고 알아갈 것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새롭고 신선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