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끝 카페에 무지개가 뜨면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모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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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바다끝카페에무지개가뜨면 #모리사와아키오 #이수미 #모모 #협찬도서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오팬하우스에서 받아본 책이다.
내 사랑 지늬님의 소환으로
좋은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카페인 중독자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바로 나다.

* 집에서 쉬면서도 늘 커피를 내려 마셔서
약속이 없으면 카페는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 기대됐다.
책도 읽기 전인데 표지만 보고
나도 저기서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멋진 풍경이라면
세상의 시름 모두 잊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 그렇게 늘 마시던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책을 열어보니 어느새 나는 급성 백혈병으로
아내를 잃은 남자의 곁에 가 있었다.
어린 딸 아이와 둘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에 남자는 늘 밤잠을 설쳤다.

* 긴 연휴가 시작되는 아침,
딸아이 노조미는 엄마와 함께 하던
씻기 루틴을 아빠와 함께 했다.
좋아하는 동화책을 읽고 나자 어느새
창 밖으로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를 만져보고 싶다는 노조미의 말에
간단히 짐을 꾸려 차를 출발했다.

* 여기 있을 거라 생각하던 무지개는
그들이 이동하는 시간에 이미 사라져버렸다.
무지개를 찾아 일곱 색깔이 맞는지
세어보자고 약속한 뒤,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고 긴 터널도 지났다.
그렇게 터널을 나오자 마자 보이는 이정표 하나.
맛있는 커피와 음악이 있는 '곶 카페'라는 곳이었다.

* 바다와 맞닿은 육지의 끝에
푸른색 페인트로 칠해진 작은 목조 건물.
커다란 창으로는 일본의 명물 후지산이 보이고
벽에는 창의 풍경과 꼭 닮은 곳에
무지개가 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 기가 막힌 커피를 내준 주인장 에쓰코는
손님들을 위해 음악을 틀어준다.
부녀의 사정을 들은 에쓰코는 자신도
무지개를 찾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맛있는 커피와 음악, 친절한 에쓰코가 있는 곳에서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찾고,
그들이 가진 행복을 찾은 두 사람.

* 이렇게 책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은
꼭 만나게 될 어려움에 부딪힌 사람을
커피와 음악으로 위로하고 있었다.
처음엔 목차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읽다보니 모두 노래 제목이어서
이것마저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 노조미를 시작으로 취업에 실패한 20대 청년,
삶의 끝자락에서 도둑이 되기로 결심한 중년 남성,
10년 넘은 짝사랑을 떠나는 노인까지,
책은 아이부터 노인까지의 이야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맞춰서 보여주었다.
이것이 꼭 성장하는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어찌나 반갑던지.

* 마지막 두 편은 에쓰코의 조카인 고지와
아주 나이가 들어버린 에쓰코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어느 에피소드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다른 에피소드에서 카페에 들렸던 사람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해 줘서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었다.

* 냥냥이를 떠나 보내고 힐링 소설을 읽기에
두려움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비로소
나에게도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 기분이었다.
우리 냥냥이도 무지개 저 끝 어딘가에서
신나게 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이야기.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잔잔한 음악을
틀고 책을 읽게 되었다.
굳이 고르자면 커피 보다는 음악이 더
잘 어울리는, 멋있는 소리가 들리는 책이었다.

@ofanhouse.official
#오팬하우스
#잘읽었습니다
#무지개 #무지개를찾아서 #바다끝 #곶카페
#커피 #음악 #이상한곶이야기 #원작소설
#행복의 #두근두근 #무지개너머
#힐링소설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일본소설추천 #일본문학 #힐링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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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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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당신의세포막안으로 #김진성 #델피노 #협찬도서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소설 최강! 믿고 보는 델피노라는
수식어에 맞게 늘 재밌는 책을 내주는
출판사라 신간이 나올 때마다
꼭 챙겨서 보는 출판사 중 하나이다.
읽은지는 좀 됐는데... 냥냥이 이슈로 인해
리뷰를 이제서야 적는다.

* 태생부터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인지라, 솔직히 책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세포막'이 나오니
크게 호흡을 가다듬고 책을 펼쳐보았다.

* 진실이 믿음을 이길거라 믿는 여자 김서연.
그녀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며
'사고패턴붕괴장애', 즉 TPDD의 치료법을
7년 째 연구하고 있는 연구생이었다.
그녀는 임상실험을 통해 치료법을 개발하는 중이었고
미약하게나마 그 결과를 보고있었다.

* 임신 초기였던 김서연은 임상실험실이 있는
병원에 들려 임상대상자들에게 주사를 놓으려다
자신이 주사하지 않은 다른 주사 자국을 발견하게 된다.
이 주사의 약물이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실험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대상자들은 심정지를 일으키고
심폐소생술이 무색하게 모두 사망하고 만다.

* 대상자가 없으면 실험도 계속할 수 없다.
그 와중에 자신의 아이가 TPDD를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 서연.
그녀는 아이를 포기하려 하지만 계속된
다른 일들로 인해 그 시간을 미루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는 프랑스에서 목숨을
위협받게 돼고, 7년의 시간을 모두 쏟아부은
연구를 중단하고자 마음 먹었다.

*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김서연이 연구를 그만두려고 했던 찰나,
국내 업계 1위 제약회사에서 다시 연구를
계속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고민도 잠시, 털린 하드디스크 대신 자신의
머리에 들어있는 정보로 샘플을 만들었던 서연.

* 그러나 곧 그녀는 자신의 연구를 멈추게 했던
방해꾼이 그 기업인 것을 알고 약을 삼키고
초미숙아인 단단이를 출산하게 된다.
애초에 TPDD를 가지고 태어날 아이었지만
그녀가 마신 샘플때문인지 단단이의 상태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대로 살아날 가능성도 매우 높고,
이 아이는 천재로 성장할 것이었다.

* 이 사실을 알게된 제약회사는 김서연을
모함에 빠뜨리고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는 약의 위험성에 대해 알게되고,
어떻게든 임상실험이 계속 되는 것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번번히 거대한 방어벽에 막히고 마는데...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을까?

* 휘몰아치는 전개에 마음을 다독일 필요가 있어
오랜만에 클래식을 틀어놓고 책을 읽었다.
나도 모르게 영화화 되면 이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나만의 캐스팅도 시작했다.
절대적인 진실과 절대적인 믿음의 충돌.
여기에 기업간의 암투와 함께
과학이 가지는 윤리적인 모습까지.
이 모든 것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 책장은 쉴틈 없이 넘어갔다.
틀어놓은 클래식이 아니었다면 이 흥분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만 같다.
믿었던 지인의 배신, 기대하지 않았던 이의
절대적인 신뢰가 대비되어 보여주는
모습도 꽤나 흥미진진했다.
꼭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드는 책이었다.

@chae_seongmo
@delpinobook
#잘읽었습니다
#임상실험 #방해꾼 #천재 #희귀질환
#임상대상자 #특허 #중요함
#대학원생 #연구원 #제약회사 #갑질
#진실 #믿음 #세포막 #안으로
#소설추천 #믿고보는 #출판사
#소설책추천 #한국문학 #한국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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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랜지션, 베이비
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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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받아본 책이다.
디트랜지션이란 뜻은 자신의 의료적,
사회적으로 성별을 바꾼 것을 되돌리는 행위로
트랜스 환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환원한 트랜스와 아기라....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 내가 트랜스젠도, 동성애를 농밀하게 접한 것은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그때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쓴
'팬픽'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그 팬픽은 대부분 '동성애자'들이었다.

* 그래서인지 나는 동성애, 트랜스젠더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
그냥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인데,
그것이 같은 성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사회의 시선으로
느끼는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러길 원했고, 그래서 선택했고,
그렇게 됐다고 이해하는 편이다.

* 어렸을 때 읽은 팬픽 이후로 내가 학교 다닐 때
공부하던 논문과, 성과 문화 수업을 제외하고
퀴어 소설을 읽은 적은 없는 것 같다.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 안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 리즈는 트랜스 여성이다.
태어난 성별은 남자이지만, 그녀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여자로 살고 있다.
많은 남자친구들을 거쳤고,
지금도 남자를 만나고 있다.
그녀는 그들에게 여성이길 원했고,
적어도 그들은 그녀를 여성으로 봐주었다.

* 리즈의 옛 연인이었던 에이미,
아니 에임스는 남성이었다가 여성이었다가
다시 남성이 된, 트랜스 환원자였다.
그는 직장 상사와 교제를 했고,
여자였던 시절 맞았던 호르몬 주사로 인해
자신이 불임으로 알고 있었다.

*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신의 축복인지,
그의 직장 상사는 임신을 했다.
예상하지 못한 임신에 혼란스러워하는
카트리나에게 에임스는 고백하고, 제안한다.
자신이 예전에 여자였으며,
유일하게 가정을 이루고 싶은 사람이
리즈였으니 셋이서 아이를 함께 키우자고.

* 에임스의 제안을 받은 리즈는 처음에는
미친놈이라고 욕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에임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다. 리즈는 임신을, 그리고 아이를 원했다.
지극히 평범한 시스젠더(심리적 성별과 생물학적
성이 일치하면서 동시에 이성애를 하는 이들)였던
카트리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기댈 수 있는 남편이 있는
가정을 꾸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에임스를 비롯한 리즈와 카트리나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봤던 것은 '트랜스들의 문화'였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연애를 하는지,
그들이 받는 사회적 시선과 스스로 느끼는 불안,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성관계와 어린 트랜스 여성과
나이 많은 트랜스 여성이 같은 위계 관계까지.

* 온통 색다른 이야기 투성이었다.
그래도 나름 공부한다고 했었는데,
이쪽은 전혀 문외한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져 새로운 가정의 형태를
제시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 보통 가정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녀로
이루어진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우리 사회도 이혼 가정이나
미혼모, 미혼부에 대해 그리 관대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 엄마가 둘, 혹은 아빠가 둘인
공동 육아 형태의 가정을 제시한다.

* 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부모로서의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가정이라면 '돌봄'의 형식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로운 육아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머나먼 얘기겠지만.

* 트랜스젠더들도 성전환자이기 전에 인간이다.
그들도 상처를 받고, 분노하고, 욕구와 욕망에 시달린다.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때는 리즈나 카트리나가
그 제안을 수락, 혹은 거절하고 그 뒤에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형식일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은 그들의 갈등과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보여주었고, 내 생각보다 훨씬 깊은 트랜스 문화를 보여줬다.
아직도 뭔가 배우고 알아갈 것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새롭고 신선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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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나비클럽 소설선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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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이 끝나면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며 책장을 살펴본다.
책태기에 들어가지 않게 전작과는
전혀 다른 장르를 고르는 편이다.
생각해보니 요즘 조선이나 경성 시대의
책을 읽은 적이 오래되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추리소설이었으면 좋겠다.

* 그렇게 책장을 뒤졌다.
쌓아놓은 책탑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그저 그때그때 끌리고 땡기는 책을 찾을 뿐이다.
그렇게 찾은 책이 '마담 흑조'이다.
맞아. 나 이 책 엄청 아껴놨었다.
언젠가는 읽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책태기 극복이나 이 시대의 배경이 읽고 싶을 때
찾으리라고 꽁꽁 숨겨뒀던 책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다!

* 마담 흑조는 경성에서 '흑조'라는 다방을
운영하는 천연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녀는 조선에서 알아주는 부호의 딸로
어린 나이에 화마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인해 그녀는 치명적인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 천연주의 취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이상하고
진상을 쉽게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자신이 운영하는 흑조에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답례로 뒤에 어떤 진상이
숨어있을지 들려준다.

* 그런 천연주가 지금은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타고 있다.
딸의 건강을 염려한 아버지 천민근은
동래온천의 물이 몸에 좋다고 하니
거기서 며칠 머물며 요양을 하라고
권했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몸이 아픈 귀한 아가씨 천연주와
그녀를 수행하는 벽안의 야나,
오래 전부터 천연주의 시중을 든 강선생과 같이
동래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은 것이다.
일등석의 기차여행이지만 이마저도
천연주에게는 쉽지 않았나보다.
부산을 목전에 두고 천연주는 기차 안에서
쓰러지고 만다.

* 그렇게 정신을 잃은 천연주는
앞에 앉은 이의 도움으로 예정했던 도착지보다
앞서 구포에서 내리게 되었다.
손 선생이라고 불리는 그 사람은 천연주가
몸을 추스릴 수 있도록 머물 곳도 마련해주었다.

* 정신을 차린 천연주는 대뜸 손 선생에게
'야시고개의 여우가 제게 탐정 일을 청했습니다.' 라고 얘기한다.
며칠 전 일본인의 집에서 기르던 죽은 개를
물어간 여우가 자기 자식들을 살리고자
꿈에서 자신에게 의뢰를 했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좀 황당하다. 몸이 아니라 정신이 아픈
여성이었나? 하고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다.

* 하지만 창백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의 천연주를 본
손 선생은 그녀의 요청에 따라 이런저런 일들을 알아봐준다.
손 선생의 이야기만 듣고 사건의 진상을
알아맞추는 천연주의 모습은 첫 이야기부터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건강했을 때의 모습을 얼마나 아름답고
총명함이 철철 넘쳤을까 생각하니
그녀의 사고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 이처럼 마담 흑조의 이야기는
1928년의 배경 답게 일제강점기의
조선 백성의 삶도 잘 보여주었다.
추리는 추리대로 완벽했고,
일본인과 조선인의 관계와 그때의 시대의 분위기는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 독자가
알 수 있게 했다.

* 창씨개명을 한 부호의 딸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알아가기도 전에 만나는 선입견.
그리고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천연주의
모습은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누구보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그녀를 보면서
속이 다 시원하기도 했다.

* 정신없이 읽다보니 어느 새
마지막 장이었다.
딱 한 편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경성 배경에 재밌는 이야기.
어느새 마담 흑조의 팬이 된 것 같다.
마담 흑조의 다음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조심스레 기대해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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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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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즈덤하우스에서 받아본 책이다.
서평단 안내 문자를 받았을 때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찬호께이의 책은 13ㆍ67, 망니니인
딱 두 권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딱 그 책 제목만 띠지에 소개되어 있었다.

* 전작을 통해 이미 찬호께이의 필력과
탄탄한 스토리는 알고 있었기에
더욱 이 책이 기대됐다.
두근두근 설레며 펼쳐본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작가님의 서문을 지나 프롤로그로
나를 데려갔다.

* 숯불을 피워 자살한 남성의
시신을 수습하게 된 경찰.
딱히 이상할 것 없는 현장이었지만
최근 경찰과 시민의 사이가 좋지 않아
섬세하게 처리하는 중이었다.
울부짖는 노모 옆에는 이웃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 '그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냥 이렇게 평범한 자살 현장인줄 알았다.
옷장 속 20여 개의 원통형 유리병,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인간의 잘린
팔, 다리와 장기를 보기 전까지는.
급하게 형사가 투업되었다.
그들은 피해자가 최소 남자 1명과
여자 1명일 것으로 보고 있었다.

* 그리고 그들을 죽인 범인은
이 옷장과 방의 주인 셰바이천이며
수사를 통해 금방 사건의 진위가
판가름 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웃집 남자이자, 셰바이천의
오래된 친구라는 칸즈위안에게 들은
충격적인 한 마디.
"셰바이천은 은둔형 외톨이었어요.
20년 동안이요."

* 은둔형 외톨이가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피해자와 접촉해 그들을 살해하고,
같이 사는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게
그들을 다시 집으로 데려온 방법을 찾아야했다.
정황상 누가 봐도 범인은 빼박 셰바이천.
단 하나의 용의자에 피해자는 둘.
그리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범죄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형사들까지.

* 놓칠 구간이 단 하나도 없었다.
중간 중간에 '망자의 고백'을 통해
독자가 몰랐던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 주는가 하면,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는 사실을 통해
'이 사람이 범인이야!'하고 알려주는
솜씨가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 특히 독자는 작가를 이길 수 없다는
띠지의 문구에 격분해 도전장을 내밀었던
나는 그 격차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의 완패였다. 절대로 작가를 이길 수 없었다.
소설 속 작가도, 소설 밖 작가도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반전을 볼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역시 대단하다는 말만 나왔다.

* 책을 덮고 나서 '고독한 용의자'라는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그저 용의자가 단 한 명이기 때문,
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왜 '외로운'이 아니라
'고독한'일까, 하고 생각해봤다.
쓸쓸하기는 둘 다 마찬가지일텐데 말이다.

*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관심에서 밀려나거나
스스로 고립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인간계 피라미드에서
최하위층이 되어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심지어 행방불명이 되어도
찾는 사람이 없어 생사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 어디선가 외로움을 즐기고,
고독과 친구가 되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이 진짜 외롭고, 고독한 이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굉장한 만족도와 함께
묵직한 숙제도 받은 기분이었다.

* 오늘은 왠지 세상에 외롭고,
고독하고, 아픈 이들이 잠깐이나마
평안해지길 기도하고 싶다.
부디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들이
외롭지 않길,
고독스럽고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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