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이야기
임정희 지음 / 더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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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과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산에

사는 짐승을 잡는 '사냥꾼 이야기' 인 줄 알았다.

부리부리한 붉은 눈의 아저씨를 보면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숯검댕이 눈썹에 강인한 외모.

그런데 이 아저씨가 잡는 게 짐승이 아니라

'도깨비'인가 보다.


* 오래된 물건에 혼이 깃들어 태어나는 도깨비.

인간에게 못된 장난을 걸기도 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하는 그 도깨비와

이 사람은 어떤 인연으로 닿아있을까.

그 시작은 귀신 골목이었다.


*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제멋대로

이곳을 귀신 골목이라고 불렀다.

그 곳에 터를 잡고 헌 책방을 운영하는

홍사장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누군가 귀신을

봤다는 소리를 해댔지만 홍사장은

그런 걸 본 적이 없었다.


* 수상쩍게 자신을 떠보며 이상한 말을

묻는 형사를 뒤로 하고 골목에 유일하게

남은 다른 가게인 술집 고씨와 사이좋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였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덩치 큰 고씨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답게

이번에도 도깨비 이야기를 실없게 늘어놓는다.


* 둘이서 술 잔을 기울이고는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리며 그가 들어왔다.

벌써 20년 째 홍사장과 알고 지내는 김선생.

말이 선생이지 실제로는 홍사장 보다

스무 살은 어린 청년이다.

자리에 합석한 그는 홍사장의 청에 못이겨

고씨에게 도깨비 잡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혼자 사는 아이 '철수'의 서사로 시작되는 그 이야기는,

다름 아닌 살기 위해 도깨비를 사냥해야만 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였다.

독자는 그 기이한 이야기 속에서 인간과 도깨비의

경계에 선 채 고독하고 외롭게 서 있는 한 남자를 마주하게 된다.


* 마지막 이야기까지 읽으면서 문득

내가 어쩌다 이렇게 도깨비를 좋아하게 된걸까,

기억을 더듬어봤다.

그러다가 생각이 났다.

도깨비 만화영화 꼬비꼬비.

'백두무궁 한라삼천'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합체하던 깨동이와 꼬비.


* 그들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도깨비는

오래된 물건에서 깃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꼬비 같은, 옥반지 같은 도깨비 친구 만든다고

엄마 금가락지를 얼마나 소중히 품고 다녔던지.

그때 엄마랑 아빠가 우리는 그렇게 안키우는데

왜 쟤는 저렇게 크는지 모르겠다고 한숨 꽤나 쉬셨더랬지ㅋㅋ


* 다만 이 책과 만화가 다른 것이 있다면

책의 도깨비들은 말 그대로 악의 화신들이었다.

물론 착한 도깨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욕심많고, 인간을 해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대부분 철수 혼자서 외롭게

도깨비들을 해치우기에, 그중에서도

천하대장군의 도움을 받아 싸웠던

에피소드가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 어쩌면 그래서 더 안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다친 몸으로 도깨비들을 상대하는 철수가

혈혈단신으로 싸울 때 터주신이나 산신의

도움이라도 좀 받았으면 어땠을까.

다음에는 한국의 고유 신들의 도움을 받는 장면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도깨비 사냥꾼 철수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철수가 도깨비 사냥꾼이 된 계기,

그 주변과 인연이 닿게 된 이야기와

그로 인해 받게 된 업보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었기에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다려진다.

철수의 이야기가 아주 오래도록 계속되어

그의 외로움과 고독이 독자의 사랑으로

씻겨나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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