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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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남의불행을먹고사는사람들 #이동원 #라곰 #협찬


* 라곰 출판사에서 가제본으로 받아본 책이다.

SBS에서 시사교양 PD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연출한 분이 작가가 되어 소설을 썼다는 얘기에

더 이상 따질 것 없이 바로 콜!을 외쳤더랬다.

이 책은 총 10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그 중에 하나인

'3일 전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이라는 단편을 받았다.


* 내가 이 소설을 선택한 것은

제목부터 '부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고르고 싶었는데, 이 제목이 딱이었다.


* 이 이야기는 44세 회사원인 남자의 이야기이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남자의 와이프가

3일 전 사라졌다는 것 뿐.

하지만 남자는 사라진 아내에 대해 크게

불안해 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좋은 일'이 있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간다던

아내가 돌아오지 않은 사실만 인지하는 듯 했다.


* 쌍둥이를 키우고 있지만 아내의

빈자리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귀찮은 동시에 좋기도 했다.

억지로 감정을 만들어내며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됐으니까.


* 아내의 직장에서 연락이 온 뒤에야

그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아내가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충남 연쇄 여성 납치 사건'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사본부에 나올 수 있냐는 형사의 물음에

점심 이후, 오후 반차를 내고 가겠다고 대답했을 뿐이다.


* 이쯤에서 눈치 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남자가 느끼는 감정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공감 능력 결여.

그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재현하는’ 사람이었다.

남들을 챙겨야 할 타이밍을 관찰하고,

기록한 뒤 외웠다.

자연스럽게 감정을 익히는 것이 아닌,

감정을 학습한 사람인 것이다.


* 이런 그가 아내의 실종에 무덤덤한 것은

꼭 사이코패스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내에게는 딴 남자가 있었다.

남편으로서 모른 척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리고 남자는 쌍둥이 아이들도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의심을 하며 결국 경찰에

DNA검사를 의뢰하게 된다.


* 남자가 경찰서에 찾아가 형사와

이야기 할 때마다 나는 너무 긴장했다.

나도 모르게 숨 쉬는 것마저도 잊어버릴 뻔 했다.

범인이 아닌 그가 그저 공감 능력 결여라는 이유로,

말 한 마디 실수에, 범인으로 몰리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어느 순간 지배 된 듯 하다.


* 그가 사이코패스 인 것은 단 몇 문장만으로

알 수 있었지만 사이코패스가 모두

살인을 저지르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 뒤로 남자가 했던 행동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역시, 사이코패스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걸까.

어쩌면 그가 이해될까봐 스스로 거부한 건지도.


* 남자의 마지막 말 한마디에서

'아.....'하는 이상한 소리만 뱉었을 뿐이다.

안타까움도 아니고,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확인 사살을 당한 뒤 오는 상실감이랄까.

이해는 늦게 왔고,

감정은 이미 지나가버린 뒤였다.


* 책의 제목이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나는 그들이 누구일까 생각해 봤다.

어쩌면 저자처럼 방송국 PD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이라고 하는 나 역시도,

남의 불행을 먹고 살고 있지는 않을까.

나 역시도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듣고, 볼 때는 안타까움에

눈물도 흘리고 고개도 끄덕이지만

그 뒤에는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이니까.

찰나의 요기로 선택된 것이 남의 불행이었을 뿐,

나는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피식자였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앞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음 먹이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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