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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처럼 붉은색 2
강미강 지음 / 청어람 / 2025년 12월
평점 :

#한국소설 #배롱나무처럼붉은색 #강미강 #청어람
* 바로 이어 읽어본 『배롱나무처럼 붉은색』 2권.
흐뭇하게 지켜보던 개차반 세자와
오만방자한 의녀의 내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신비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로 마음먹은 날,
왕은 갑작스레 자리 보전하며 눕게 되고
세자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이어 왕은 오래전부터 점찍어 둔 세자빈이 있다며,
자신만의 ‘삼간택’을 통과한 인물의
기량이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감이 왔다.
왕이 점찍은 세자빈이 누구인지.
* 결국 왕은 일어나지 못한 채 승하하고,
세자는 자연스레 보위를 물려받는다.
선왕의 마지막 날 약을 올렸던 신비는
어쩔 수 없이 궁을 떠나게 된다.
아니, 사람 목숨이야 하늘에 달린 걸 어쩌라고요.
아무튼 꼰대들.
*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그날 끝내 닿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주한다.
신비는 자신의 이름과 태생,
그리고 지금의 자신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담담히 꺼내놓는다.
그 고백은 한 사람의 과거를 넘어,
이 관계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열쇠처럼 느껴진다.
*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왕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던 어머니, 폐비 연씨가 있었다.
아비의 말만 믿고 자신을 버렸다고 여겼던 어머니.
오해와 단절, 그리고 너무 늦게 마주한 진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가 믿어왔던 세계는 조용히 무너진다.
* 신비는 그가 성군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처방을 내밀었지만, 그 처방을 받아든 병자는
그것을 독으로 받아들였다.
선왕이 가장 아끼던 것을 스스로
망가뜨리며 자멸해가는 왕.
신비를 위한다면서도 신비가 살아온 길을 부정하고,
자신도 모르는 새에 어머니를 몰아붙이던
아비의 모습을 닮아버린 그를 보며,
신비는 난생 처음으로 병자를 포기하고 궁을 떠난다.
* 그의 선택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지만,
그 선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분명히 보였다.
붙잡지도, 매달리지도 못한 채 남겨진
왕은 점점 폭군이 되어간다.
피로 궁을 물들이며 그는 왕이 아니라 상처
그 자체가 된 인간처럼 변해간다.
먹고 마시고, 어머니의 품을 흉내 낸 이를 곁에 두면서도,
신비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 모순된 모습이 오히려 더 참혹하게 다가온다.
* 그리고 이쯤에서야 확신했다.
이 이야기가 연산군과 폐비 신씨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을.
1권부터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휘와 생모가 달라 ‘아닌가?’ 싶었다가,
폭군이 되어 하는 일을 보며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이 작품은 연산군을 그대로 다시 쓰는 이야기가 아니라,
연산군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가능성을 묻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잔인하다.
* 과거 신비가 받았던 복숭아와,
그것을 건넨 사람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객관적으로 보면 극적인 장면은 아니었지만,
복숭아를 받았으니 오얏으로 갚겠다는
신비의 마음을 끝내 알아주지 못한
왕의 어리석음이 가슴을 후벼 팠다.
나 역시 신비와 함께 마음고생을 한 기분이었다.
* 지 멋대로 ‘삼간택’이라며 시험을 내린 선왕을 보며,
궁에서 난 사내들은 하나같이 다 미친 게 아닐까 싶었다.
상대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은 채,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선택을 정당화하는 모습이 씁쓸했다.
* 보통 연산군 서사는 생모인
폐비 윤씨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 작품은 그의 배필이었던
폐비 신씨와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 덕분에 이 이야기는 정치보다 사랑을,
광기보다 선택의 순간을 오래 붙잡는다.
‘그때 조금만 다른 결정을 했다면.’
그 생각이 끝까지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 1권에서는 흐뭇해서 배알 꼴리게 하더니,
2권에서는 눈물과 콧물을 쏙 빼놓으며 진을 다 빼놓는다.
사극 로맨스를 기대하고 펼쳤다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 사랑은 마냥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병자의 징그러운 상처도 보듬어주는 신비처럼,
고통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고 짠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오래 남는다.
한겨울인데도, 붉은 배롱나무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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