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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평점 :

#일본소설 #기만의살의 #미키아키코 #이연승 #블루홀6 #출판사 #도장깨기
* 이번에 읽은 블루홀6 작품은
『기만의 살의』다.
‘기만’은 남을 속여 넘긴다는 뜻인데,
이 단어가 ‘살의’와 함께 쓰인 제목을 보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다.
* 이야기의 시작은 비운의 가문,
니레 가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전말을 보여준다.
1966년 7월, Q현 후쿠미시에 있는
니레 저택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니레 집안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 사건은 니레 가문의 선대 당주
니레 이이치로의 오칠일 날에 벌어진다.
가족과 친분이 있던 일부 관계자들이
모여 법요식을 치르던 자리였다.
이이치로는 대대로 이어진 니레 법무세무사무소를
명문으로 키운 유능한 변호사였지만,
집 안에서는 남존여비 사상에 젖은
독재자에 불과한 인물이었다.
* 그 독재자의 사망 이후, 큰 사위이자
니레 가문의 성을 받은 데릴사위
니레 하루시게가 새로운 당주가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하루시게의 아내
사와코와 양자 요시오가 독극물로 사망한다.
모든 증거는 하루시게를 범인으로 가리켰고,
그는 결국 자수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 명문가 독살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40여 년의 시간이 흐른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하루시게는
사와코의 동생이자 처제인 도코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낸다.
피해자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40년 전 사건에 대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독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되짚기 시작한다.
* 왜 그는 이제 와서 무죄를 주장하는 걸까?
그렇다면 왜 그때는 스스로 자수해 감옥에 들어갔던 걸까?
그리고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 두 사람이 주고받는 추리 편지를
따라가며 나 역시 두 번째 편지까지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단번에 뒤엎는
세 번째 편지가 등장할 줄은 몰랐다.
하루시게와 도코의 마지막 장면 또한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트릭까지 꽤
맞췄다는 사실을 ‘백조의 노래’를 통해
확인했을 때는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추신을 읽고 나서는…
역시 이 작품, 쉽게 끝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 띠지 문구를 봤을 때는
다소 과장이 심하다고 느꼈다.
문장 한 줄, 단어 하나, 문체와 형식까지
모든 것이 트릭이라니.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알고 난 뒤
다시 읽는 하루시게와 도코의 편지는,
그 느낌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 질투라는 감정의 무서움과 더불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려받을 수 없는
인간의 빈틈없는 계획까지.
『기만의 살의』는 인간의 은밀한 내면을
정밀하게 조립하듯 쌓아 올리며,
왜 미키 아키코가 ‘추리 정밀기계’라 불리는지를 증명한다.
* 반전은 끝났지만 독자의 의심은 끝나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이미 읽은 문장들을 다시 의심하게 되니까.
그래서 이 이야기는,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가 읽게 만드는 추리였다.
이런 기계라면, 정말로 하나쯤은 집에 들여놓고 싶어질 만큼.
* 출판사 도장깨기 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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