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실종자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반타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소설 #또다른실종자 #질리언매캘리스터 #이경 #반타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조카 돌보미 후유증으로
근육통이 씨게 와서 고개를 돌리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타 책은 읽어야지!
얼마 전 선물 받은 책 '또 다른 실종자'를
이제서야 펼쳐보았다.

* 남편 아트와의 사이에 딸 제너비브를 둔
줄리아는 경찰이다.
가정 안의 줄리아와 경찰로서의 줄리아,
이 두 정체성을 공평하게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남편과 딸과 함께 저녁 7시에 식당에 앉아 있는 것조차
낯설게 느껴질 만큼 그랬고,
결국 그녀는 가족과의 식사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다.

* 그날, 줄리아에게
22살 여성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녀는 그대로 경찰서로 향한다.
실종된 여성은 전날 CCTV에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귀가하지 않자 하우스메이트가
신고를 했다고 한다.

* 이런 실종 신고는 작년에도 있었다.
제너비브의 일로 정신이 없었던 그때,
줄리아는 사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고
결국 실종 여성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제너비브의 일은 모두 마무리되었고,
줄리아는 이번만큼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어두운 밤, 자신의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협박범을 만나기 전까지는.

* 퇴근길, 경찰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줄리아는 차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기묘한 감각을 느낀다.
오랜 경찰 생활 동안 처음 느껴보는 공포였다.
그녀의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협박범은
실종자 올리비아를 살해한 혐의로
매튜 제임스라는 인물을 기소하라고 요구하며,
친절하게도 DNA가 담긴 증거물까지 건넨다.
이를 거부할 경우, 1년 전 제너비브가 벌였던 일과
그로 인해 줄리아가 저질렀던 모든 일을
폭로하겠다는 말과 함께.

* 당시 줄리아가 제너비브를 위해 했던 일은
경찰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경찰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였다.
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경찰로서의 양심과딸을 지켜야 하는

엄마의 마음 사이에서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찰이 시민을 지켜야 한다면,

제너비브는 엄마인 줄리아가 지켜야 할 존재였다.


* 그렇게 협박범이 건넨 증거물을 들고
올리비아의 집으로 들어간 줄리아는
다시 한 번 ‘엄마’가 되기로 선택한다.
하지만 일은 그녀의 생각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시체조차 없는 사건에서 매튜를 기소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줄리아는 올리비아를 찾는 동시에
제너비브를 위해 매튜를 기소할 방법을 찾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협박범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과연 그녀는 완전한 부패경찰이 되기 전에
올리비아를 찾아내고, 엄마로서 제너비브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 읽다 보니 사건은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올리비아 사건의 전모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왜, 그리고 누가?’가 궁금해 책장을 멈출 수 없었다.
중반부를 넘기며 드러나는 촘촘한 플롯 앞에서,
나는 어느새 사건보다 인물들의
내면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 사라진 딸을 찾는 아버지 루이스,
아들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된 엠마의 시점이
교차하며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으로 향할수록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려는 아버지,
가해자일지도 모를 아들의 가족으로서
공포와 딜레마에 갇힌 엠마,
그리고 딸을 지키기 위해 협박범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줄리아의 모습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이 대비는 결국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된다.

* 이 지점에서 문득 ‘내가 만약 살인범이라면?'
이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을 먼저
떠올리게 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 아빠한테 나를 위해 어디까지
해줄 수 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아버지는 주저 없이 심장도 내어줄 수 있다고 했다.
자식이란 그런 존재라고.
그 기억이 떠오르며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와 함께
슬며시 눈물이 차올랐다.

* 등골이 오싹해지는 강렬한 스릴러를 예상했지만,
이 책은 오히려 부모와 자식, 정의,
그리고 자식으로 이어진 부부의 사랑이라는
섬세한 감정을 다루고 있었다.
협박범의 요구에 응하는 줄리아의 선택이
처음에는 실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선택이 있었기에 그녀의 도덕적 딜레마는
더 깊고 선명해졌다.
역시 반타는 장르의 재미를 넘어
인물의 감정까지 놓치지 않는,
믿고 읽을 수 있는 나의 취향 지킴이다.

#엄마 #경찰 #협박범 #실종사건 #실종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