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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9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 간도에서 조선, 진주로 내려온 서희네였기에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다.
조준구가 빤스 한 장도 안남기고 쫄딱 망하기를,
고생한 그네들의 삶이 조금 더 평안해지기를.
* 하지만 작가님은 이런 내 바람이 무색하게
더 암담하고 암울한 모습들만 보여주었다.
먼저 월선의 죽음으로 인해 거칠게 변해버린 홍이.
'하... 이눔아아가!!
니가 그리 그리워하는 옴마가 너를 우찌 키왔는데!!'
생모에게 정을 붙히지 못하는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홍아~ 정신채리래이ㅜㅜ....
* 하아...... 그리고 이 홍이 아버지라는 용이아재.
이 아재 고구마 답댑이라서 내가 진짜 미워라했는데
말로가 이리되면 내가 너무 맴이 아프잖아요....
* 용이 아재의 이야기를 보는 내내 나는
토지의 첫 장면이 생각났다.
1897년 한가위, 서금돌 할배의 좋은 소리와
이평아재의 징소리, 봉기아재의 고깔,
그리고 마을에서 제일 풍신 좋고 인물 잘난 사나이
용이아재의 장구소리.
* 아무도 없는 평사리 최참판댁의 마루에 앉아
처마 끝을 바라보며 그들을 그리워하는
그 모습에 나는 9권도 오열했다.
복수를 끝마친 서희의 심정과
여기 앉아있는 아재의 마음이 겹치면서
무상하고 허탈한 마음이 컸던 듯 싶다.
* 여기에 자신의 무능함에 치를 떠는 청년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그러나 잃어버린 내 나라, 내 땅은 되찾고 싶은데
친일파에 의해서, 왜놈들에 의해서
꿈과 뜻을 펼치지 못하는 청춘들.
옥고를 치루고, 동지와 가족을 잃은 그들의 삶이
그 어찌 서글프지 아니할까.
* 3·1운동과 최재형선생의 죽음 등이
간접적으로 언급되면서
그 당시의 국,내외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애써 기억을 더듬어보고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읽었는데
아는 대목이 나오니까 어찌나 반갑던지!
*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는 지금까지
역사소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찬찬히 들여다보니
토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생로병사와 관혼상제는 물론이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깨우쳐지는 생각들과
크게는 나라의 사정, 작게는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 준수한 청년들이었던 평사리 사내들은
탕숫국을 기다리는 나이가 되었다.
아기였던 홍이는 거칠지만 가능성있는 청년으로,
아비를 기다리겠다는 환국은 어느새
아비를 입에 올리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 아직도 많은 권수의 책이 남았지만
개인적으로는 8, 9권이 가장 읽기 좋았다.
각기 다른 계층에서, 다른 연령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다음 이야기는 또 내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할런지.
이젠 '김두수 망해라!'를 외치며
또 찬찬히 들여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