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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매 ㅣ 문학동네 플레이
유은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평점 :

#한국소설 #귀매 #유은지 #문학동네 #책장파먹기
* 오랜만에 책장 파먹기를 하려고
책장을 뒤지다 눈에 띈 귀매.
이 책을 사놓은 지 벌써 1년,
정작 왜 구매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좋아, 그렇다면 펼쳐보자!
* 큰 기대없이 책을 펼쳤는데,
첫 장면부터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쯤 되니,
'대체 왜 이렇게 묵혀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부산을 찾은 혜린은
숲 속에서 신비로운 하얀 말을 만난다.
그 말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할머니의 말에 따라
혜린은 그 말을 데려오게 된다.
물론 실제의 말은 아니고, '비적'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얀 목각 인형이다.
그날 이후, 비적은 늘 혜린의 곁을 지켰다.
* 시간이 흘러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게 된 혜린은
대학원생이 되어 종교민속학의 권위자인 교수와 함께
다대포 어망 축제를 보기 위해 부산을 다시 찾는다.
그곳에서 동창인 민경을 만나는데,
그녀는 근무하는 학교가 어딘가 이상하다며
불안을 토로한다.
* 사실 혜린은 어렸을 적부터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것을 보는 아이였다.
비록 비적 때문이기는 했지만 무당조차 점사를
보아주지 않을 정도로 특별한 존재였고,
'문화인류학과 무당'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 세계에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 혜린은 민경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사실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 마을에는 귀매가 들끓고 있음을.
그래서 비적을 민경에게 맡기며
그녀를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말을 바꾸며
예정되어 있었던 조사가 무산되고,
혜린은 성진과 함께 몰래 뒷산에서 제사를
지켜보라는 교수의 명을 받는다.
*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금기를 어기면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교수의 명을 거역할 수도 없다.
그렇게 뒷산으로 향한 혜린은 그곳에서 오래도록
터를 잡고 있던 도깨비 아저씨,
김서방을 만난다.
그리고 원치 않는 부탁을 받는다.
"이 마을을 떠도는 존재들을 없애 달라."
* 하지만 혜린에게 귀를 물리칠 힘은 없다.
비적의 힘을 빌린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설상가상으로 민경이 귀매에게 죽임을 당하고
비적마저 사라지고 만다.
도깨비는 약속을 어기면 화를 부른다.
혜린은 과연 약속을 지키고,
비적을 되찾아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건
문화인류학과 종교민속학의 고증이었다.
이 책이 개정판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초판은 무려 20년 전, 내가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학문적 내용이 이렇게 정확하다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또한 배경 설정도 탄탄하다.
가까운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먼 역사는 가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모든 흐름이 현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서술은
그야말로 도파민 폭발이었다.
종교민속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성진' 캐릭터의 지식 수준이었다.
대학원생은 아니어도 최소 학부생인데
문화인류학, 민속학적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처음에는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인 줄.
마지막에 저지른 실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어서
그야말로 쌍욕이 저절로 나왔다.
* 하지만 그 점만 제외하면 정말 완벽했다.
책을 읽으며 과거에 직접 보러 다녔던 당제와
달집 태우기 장면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문화인류학과 민속학은 언제나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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