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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안개 : 상 - 백야와 극야
영온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9월
평점 :

#한국소설 #물빛안개 #영온 #히스토리퀸 #협찬도서
* 히스토리 퀸에서 받아본 책이다.
계정은 해킹 당하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지만
읽어야 할 책은 읽어야 했다.
이미 망가진 하루, 차라리 이 암울함을
만끽하자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
* 표지엔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연인의 모습.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저 멀리 수평선 위의 태양은 지고 있는 걸까,
떠오르는 걸까.
어쩌면 백야일지도, 물빛 안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낙조라 생각하기로 했다.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기도 했고,
이 커플이 어떤 사연을 안고 있을지 몰라도
잠시만이라도 편히 앉아 숨돌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해질녘 의자는 모두 편하니까.
* 책을 넘기자마자 등장한 인물은 조선 여급 정화.
가정 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총독부 후지와라 관저에 들어간 그녀는
사랑스러우면서도 강단있는 인물이었다.
처음 마주한 동갑내기 여급 중 한 명은 정화를
꾀어내 자신을 팔자로 바꾸려고 했고,
정화는 그 계략을 간파하고 단호히 대처한다.
순간 멋있다! 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 그러나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는 정화를
조용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첫날부터 감정의 골이 깊어진 동료 단희는
그녀의 첫 봉급을 훔치고, 이를 파악한 정화는
직접 작은 덫을 놓아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녀를 '후지와라 가(家) 도련님',
히로유키의 눈에 띄게 만든다.
* 히로유키는 총독부의 중위이자
'독사 장교'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
하지만 그는 사실 조선인 출신으로,
선대 후지와라의 유언에 따라 일본 명문가의
양자가 된 존재였다.
일본에서는 조센징, 조선에서는 친일파로 불리며
반쪽짜리 장교로 살아온 인물이었다.
* 히로유키의 시중을 들게 된 정화는 공포에 떨며
그의 모든 움직임을 살핀다.
그에 대해 들은 소문은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히로유키는
그 소문과는 사뭇 달랐다.
무뚝뚝하지만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고,
정화의 사촌 언니 문제에 도움을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둘 사이의 거리는 서서히 좁혀지고, 함께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정화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 감정을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의 오빠, 사촌 언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 동포들을 생각하면,
그런 감정은 사치이자 배신이었다.
결국 히로유키는 정화에게 자신의 언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중요한 고백을 남기고,
정화는 나중에서야 그 말의 뜻을 알게 된다.
* '물빛 안개'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었다.
역사 앞에서, 민족 앞에서 개인이 지닌 감정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 무력함 속에서도 사랑과 인간성,
희생과 책임감이라는 진실한 가치가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보여 준다.
* 책 속에는 12살의 게이샤, 고문과 탄압,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조선의 현실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일본인의 만행을 지켜보는 것은 소설임에도
고통스럽고 분노를 자아냈다.
한편으로는 정화와 히로유키의 미묘한 관계는
독자로 하여금 때로는 미소 짓게 만들고,
때로는 입술을 깨물게 만든다.
그리고 가장 뭉클했던 장면 하나.
정화가 들려주는 깊은 고백 속에서,
그들은 결코 마주해선 안될 감정을 나누고 있었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이었다.
*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도 길게 이어지던 여운.
암흑 같던 시대 속, 오직 정화의 감정만이 분홍빛이었다.
과연 이들이 끝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독자로서 단 한 가지 소망은 남는다.
부디 너무 아프지 않기를.
부디 그들의 사랑이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 '물빛 안개'는 시대와 인물, 감정이 어우러진
웰메이드 역사 소설이다.
한 편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넘어
우리가 기억하고 마음에 새겨야 할
'그 시대의 진실'을 담아낸 책.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이야기이다.
@historyqueen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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