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우
이다모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8월
평점 :
절판




#한국소설 #귀우 #이다모 #아프로스미디어 #책장파먹기

* '괴조도 ~ 괴이, 이형의 둥지'라는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주말에 책장에
꽂아두었던 '귀우'를 꺼내 들었다.
비가 내리다 못해 하늘에 구멍이 뚫리는 듯한
요즘에 읽기에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세차게 퍼붓는 빗소리와 천둥, 번개를
배경 삼아 책을 펼쳐들었다.
편집자에서 전업 작가로 글을 쓰기로 결심한 요시노 토모루.
토모루에게는 어릴 적 친한 소꿉친구들이 있었다.
아사미와 테츠야, 가즈키와 히메코.
이 네 사람과 토모루는 어릴 적 어른들이
산괴가 나온다며 가지 말라던 산에 발을 들여 놓았다.

* 내리는 비를 피하려 잠시 정자에 머무는 동안
갑자기 사라진 히메코.
근처 수풀에서 불쑥 튀어나온 히메코는
작은 방울을 손에 들고 왔다.
그리고 그것도 데리고 왔다.
짐승처럼 노란색 눈이 번뜩이는 산괴를.

* 산괴를 보고 몸이 굳어버렸던 그 날의 기억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했다.
산괴를 목격한 것도 그랬지만
그 산에 들어갔다 온 후, 히메코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모루는 알 수 없는 비 공포증에 시달렸다.
빗물이 몸에 닿으면 자신의 몸에 구멍을 뜷으려는
칼날처럼 보이기도 했고, 실제로 통증을 겪기도 했다.
피가 흐르고, 빗물이 자신의 몸을 헤집는
괴이한 환각을 보기도 했고, 비를 맞은 자리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 토모루가 이사하는 그 날도 하필 비가 왔다.
고향인 고요메의 옆동네로 이사를 하게 된 토모루.
고요메는 이미 폐촌이 되었기에 부득이하게
거기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와 마주쳤다.
소꿉친구 중 하나였고, 대학생이 되면서
연락이 끊겼던 가네코 아사미를.
노란 눈이 번뜩이며 토모루를 바라보고 있던
또 다른 괴이한 존재도.

* 아사미와 함께 이런저런 옛날 이야기를
나누면서 둘은 동시에 괴현상에 시달리게 된다.
뭔가에 홀린 것이 분명하다고 느껴질 만큼
아사미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러던 중 토모루가 민속학을 전공한 아사미에게
고요메가 폐촌이 된 이유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한다.

* 고요메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들은 더욱 심한 괴현상에 시달렸고,
결국은 그곳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히메코가 부르는 그 곳으로.
거기서 그들은 '키츠케츠키'라는 기이한 의식과
'복멸관악'이라고 불리는 신비한
존재와 마주치게 된다.

* 그렇게 서서히 밝혀지는 오래된 존재들.
누군가는 가족을, 누군가는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수 백년을 이어져 온 전설적인 존재와 마을,
그리고 한 가문의 비밀이 잘 버무러져 있었다.
괴조도의 시작으로 보이는 구간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첫 소설이다보니 괴조도보다는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나는 분명,
귀우를 먼저 읽었더라도 이 작가의 팬이 되었을 것이다.

* '비'라는 자연 현상을 오컬트와 접목 시켜서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것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촘촘하게 얽힌 그들의 과거까지.
스토리는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었다.
시골이라는 공간과 소꿉친구라는 추억이 합쳐져
아련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면서도
그것을 공포로 변하게 한 것은
순전히 작가의 능력이리라.

* 이제 비가 오면 이 책이 생각 날 것 같다.
비 오는 날을 끔찍하게 싫어하던 나였는데
이제는 어쩌면 누군가의 눈물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위대한 작가님이 쓰는 것이 일본 배경
소설이라니, 왠지 능력자를 뺏긴 기분이다.

* 한국 배경, 한국 요괴를 쓴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사뭇 궁금해져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다.
여기에 여름과 가을이 배경인 소설이 나왔으니
다음에는 일본 설녀에 관한 겨울 배경이나
봄이 배경인 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추측도 해보았다.
이렇게 이다모의 사계절이 완성 되는 거지!
그러다가 금새 피식 웃어버렸다.
뭐가 됐든, 일단 부지런히 써서 많이 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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