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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빌려드립니다 - 복합문화공간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한국소설 #소풍을빌려드립니다 #문하연 #알파미디어 #협찬도서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때, 잉? 했다.
소풍을 빌려준다고?
우리가 봄, 가을에 김밥 싸들고 놀러가는
그 소풍을 어떻게 빌려준다는거지?
* 하지만 찬찬히 소개글을 읽어보자
소풍이 내가 아는 소풍이 아니었다.
여기서 말하는 소풍은 복합 문화 공간,
즉 '소풍'이라는 공간을 빌려주는 것이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이 그림같은 공간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인가!
한 폭의 그림 같은 표지를 뒤로하고
책을 펼치니 그곳은 멋진 호수가 있는 도시,
춘하시였다.
* 연재는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었다.
나이는 45세. 중년 아줌마로서 평생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서울을 떠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춘하시에 자리를 잡기로 정하고
호수가 보이는 펜션을 샀다.
여기를 리모델링 해서 1층과 2층 일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대여를 해주고,
2층의 일부는 자신의 집으로 사용했다.
* 작고 소박하지만 호수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들리기 좋게 작은 카페도 열었다.
전봇대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 공간에
전단지도 붙히고, 1달간 대여 무료라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붙혔다.
그렇게 바로 혜진을 필두로 한 아기 엄마들의
퀼트 모임이 들어왔다.
* 그와 비슷하게 기타 치는 싱어송라이터가
개인 교습 공간을 위해 대여를 요청했다.
그렇게 아기 엄마들의 모임도 관찰하고,
싱어송라이터가 교습하는 동안 들리는
기타 선율도 감상하고, 오가는 손님에게
커피도 팔고 있는데 젊은 학생이 나타났다.
대뜸 여기 알바 구하냐고 묻는다.
나중에 구하긴 할 건데, 지금은 필요 없다고 하자
대뜸 자기소개부터 줄줄이 늘어놓는 남자.
* 그렇게 학생의 이름이 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꼭 도깨비에 홀린 것마냥
필요하지도 않았던 알바를 고용하게 되었다.
만남부터 수상했던 이 알바생은 역시 젊음이 좋은 건가,
모든 일에 열의가 넘쳤다.
복합 문화 공간 소풍을 어떻게 홍보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 어느 순간, 누가 알바생인지 누가 사장인지도
모를만큼 현은 열정적이었고, 연재는 다독이고
누르는 데에 바빴다.
그리고 싱어송라이터가 자신이 작곡한 곡을 가지고
음악회를 열기로 한 바로 그 날.
귀신이 곡할 노릇처럼 현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현의 성실함은 다 거짓이었나?
그가 복합 문화 공간 소풍에서 그리고 싶었던
그 모든 것들은 그저 빈말에 불과한 청사진이었나?
* 어느 순간 사라진 현은 연재에게 만큼이나
독자인 나에게도 당혹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뒤로 조금씩 터져나오는 상처들.
혜진과 싱어송라이터 수찬,
요가 강사 겸 수련을 하는 제하와
훌쩍 나타났다 훌쩍 사라진 현,
짝사랑에 가슴앓이 하는 목공소 사장 강훈과
그리고 도망치듯 서울을 떠났던 연재까지.
* 그동안 돌보지 않았던 상처의 고름이
터져 나오듯이 조금씩 조금씩 그들은
자신의 속내를 비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슬프기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눈물보다
웃는 일이 더 많았다.
* 너라서 괜찮다며 무심하게 툭 내미는 손길도,
현실 남매처럼 치고박고 싸우는 스승과 제자도,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도,
나는 모든것이 다 흐뭇하게 보이기만 했다.
뭐, 그러다가 결국 연재가 연수에게 쓰는
편지를 읽고 또르르르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아! 현이가 연재에게 자신의 아픔을 공개할 때도.
그러다가 또 다음 장면에서 금새 웃는 나를 보며
우리네 인생과 참 닮은 책이라고 느껴졌다.
슬플 틈이 없이 사고가 몰아치는구먼!
* 엄마 뱃속에서 나와 세상을 살아간지 만 37년.
세상을 살면서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내 힘든 속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이었다.
힘들어도 괜찮은 척, 하나도 힘들지 않은 척,
그렇게 군중 속에서 외로웠던 내 지난 날들이
살며시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이런 사람이
나 뿐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지금까지 나는 나의 힘듦을 내비치는 것은
타인에게 내 약점을 쥐어주는 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이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문득 알 수 없는 용기 비슷한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하며 좋고,
잘된 것만 보여주려던 내가 부끄럽기 까지 했다.
내가 괜찮을 때, 내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주면
그 누군가도 내가 힘들 때 그 어깨를 빌려 주겠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 앞으로는 나를 위한 문장으로 '너라서 괜찮아.' 라는
말도 추가하기로 했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지 말고 사람을 볼 것.
나 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너라서 괜찮다고
얘기하 주는 사람이 될 것.
이라는 다짐도 늘어났다.
* 어느 날, 아주 예쁜 호수의 도시를 찾아가면
꼭 이런 복합 문화 공간에 모두가 말갛게
예쁜 미소를 짓기도 하고, 투닥거리며 있을 것만 같았다.
고개를 잠깐만 돌려도 마주칠 것만 같은,
그런 사람 냄새가 가득한 책이었다.
정말 연기 잘~ 하는 배우님들이 나와서
드라마로 나오면 찰떡일 것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