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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섬 - 역신의 제단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24
배준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평점 :

* 간헐적으로 오컬트를 수혈해주지 않으면
목마름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끼고 아껴둔 책을 꺼냈다.
누가 봐도 '저 오컬트 책이예요!!'하는
제목과 표지, 그리고 전건우 작가님의
추천사가 담긴 띠지까지.
아끼고 아껴둔 책을 펼칠때의
그 설레임이란!!
* 대기업 손녀인 수현과 주영,
한아와 은솔은 수현의 요트를 타고
망망대해에 떠 있었다.
멀미가 심한 은솔때문에
눈 앞에 보이는 외딴 섬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걸로 결정한 네 사람.
* 친구인 네 사람이지만 외모도, 성격도 다르다.
이 네 사람 중 주영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간간히 낚시꾼들이 보이는 낯선섬.
여기서 그들은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청각장애,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는
'이모'들과 '이모부'들과 함께 섬에서 산다고 했다.
* 이름도 없고, 나이도 모른다.
그저 그들이 자신을 '도련님'이라고
부른다며 손바닥의 글자를 적는 것으로
그녀들과 소통했다.
그때, 들고 있던 죠리퐁 봉지에서
실종아동의 사진을 본 수현은
지금 여기 있는 아이가 이 실종아동이라며
아이를 데리고 섬을 나가겠다고 고집한다.
* 은솔은 섬에 도착하자마자 겁에 질린듯한
표정으로 토하기를 반복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겠다던 수현은
마을 주민들에게 들키자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저녁까지 야무지게 먹고 다시 섬을 나가려고 할 때,
섬의 먼 곳에서는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다.
*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데,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수현은 돌아오질 않는다.
찾으러간 주영은 결국 아이를 들쳐 업은 수현과 마주친다.
정신없이 요트를 향해 달리는 와중에
갑자기 고꾸라지는 수현.
배수구에 다리가 빠져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섬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일까?
싶을 때, 마을 사람들이 줄지어 달려온다.
* 그렇게 현행범으로 잡힌 이들은
요트에서 기다리던 두 친구와 함께 마을회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주민들에 의해 들려진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수현을 비롯한 그녀들이 아이를 섬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했기 때문에 도깨비 신이
화가 났다는 것이다.
* 이상하게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에 집착하는 수현과
밤에 수현의 목을 조르는 은솔,
주영을 공격하는 한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주영까지.
그들은 건들여서는 안되는 것을 건들인 것일까?
아이는 정말 실종된 아이가 맞는 것일까?
* 불어닥치는 태풍처럼 휘몰아치며
정신없이 읽게 되는 책이었다.
한 고비 넘겼다 싶으면 다른 고비가 나타나
쉴 틈이 없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휘유~'하는 한숨과 함께
벅참과 아쉬움이 함께 물밀듯이 밀려왔다.
* 먼저 열린 결말,
처음에는 조금 응? 이렇게 끝난다고....?
책을 덜 만든거 같은디....? 했지만,
곧이어 다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어쩌면 모든 것은 인간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작가님의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면,
이런 결말이 꼭 나쁘지는 않으니까.
* 두 번째는 친구들의 관계이다.
그들의 대화를 보면서 수현에게 집착하는 주영과
수현의 보살핌을 받는 주영을 질투하는 한아를 볼 수 있다.
이들이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생각들이 이 섬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지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수현이 아이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어쩌면
경영 수업을 받는 자신의 처지가 투영되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확신할 수는 없었다.
* 하지만 민간신앙에서는 모시지 않는
'도깨비'를 신으로 모신다는 것과,
실종 아동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미스터리 요소가
이야기를 극으로 치닫게 만드는 부분은 매우 좋았다.
에필로그 식으로라도 그들의 뒷얘기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후속편을 위한 떡밥이라고 한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좋기도 하다.
* 책을 덮으면서는 아쉬움이 8, 좋았던 것이 2였지만
시간이 지나 찬찬히 다시 생각해 보면
좋았던 것이 8, 아쉬움이 2로 바뀌는,
생각하기 나름에 따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휙휙 바뀌는 오묘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