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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평점 :

* 출판사 도장깨기를 준비하면서
처음에 어떤 책을 읽을까 많은 고민이 있었다.
블루홀6의 책은 다 재미있고,
모두 취향저격이였으며,
시리즈도 있으니까.
그렇게 고민만 하던 끝에 결국 나는
이 책을 골랐다.
* '어리석은 자의 독'.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제일 무섭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리석은 자가 가진 독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궁금했다.
* 말 못하는 조카를 거두어 키우고 있는 요코.
다쓰야는 여동생의 아이로
여동생 부부가 죽자 어쩔 수 없이 요코가
거두게 되었다. 거대한 빚도 함께.
아이와 먹고 살아야 하고, 빚도 갚아야 했던
요코는 직업소개소에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생일이 같은 여성과
이름이 바뀌어 엉뚱한 곳에서
면접을 보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요코와 생년월일이 같은 기미.
두 사람은 직업소개소에서 만났지만
어느 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요코는 기미의 사정을 모르지만,
기미도 요코의 사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
그들은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숨긴 채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 기미의 제안으로 녹음 짙은 무사시노의 숲속
난바 저택으로 들어가게 된 요코.
가정부 일을 하면서 집 주인들과
유대감도 쌓아간다.
다쓰야는 말만 못했을 뿐이지 당주인
난바 선생의 말을 모두 알아듣는 듯 했다.
* 난바 선생의 의붓아들인 유키오를
마음에 두고 있는 요코는 그에게
다쓰야의 아버지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무언가가 결여된 듯한 눈빛의 유키오는
가끔 새벽에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간다.
유키오를 마음에 두고 이대로 다쓰야와
평화롭게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 요코는 난바저택의 고문 변호사에게
다쓰야를 양자로 입양 보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게 되고, 요코와 다쓰야가 저택을 비운 날
난바 저택의 당주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난바 선생의 죽음에도 한동안은 달라진 것이 없어보였다.
요코가 난바선생의 서재에서 위화감의
의미를 찾기 전까지는.
* 책은 1985년 요코와 기미가 만난 시점부터
2015년 요양원에 있는 요코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서술된다.
할머니의 무릎에 누워서 그녀의 젊은 시절이나,
전래 동화를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 하지만, 두 시점의 이야기가 묘하게
어긋나는 부분을 찾게 되자,
아! 하는 깨달음과 함께 뒤의 내용이 술술 그려졌다.
크게는 난바 선생의 죽음을 비롯한
과거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 언제부터인가 금수저, 흙수저로 태생부터
계급을 나누는 일이 있었다.
그렇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계급을 벗어나
더 크고 밝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했던
여자의 처절한 생이었다.
* 예상 가능했던 이야기라고 해서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오히려 예상 가능했기에 더 안쓰러웠다고나 할까.
'하코이모'를 연습하던 다쓰야의 가슴에
살며시 뿌려 놓은 어리석은 자의 독.
그게 독이면서도 한 사람에겐 구원이었다.
* 엄청나게 휘몰아치는 이야기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 이렇게 잔잔한 이야기도 좋아했네.
이번에도 제대로 취향저격 당했다.
다음 책은 뭘 읽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