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처방해 드립니다 1
이시다 쇼 지음, 박정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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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나는 냥집사이다.
생후 3개월이 넘어갈 무렵 데리고 온 아이는
내년이면 14살이 된다.
얼마 전에 큰 수술도 했고, 회복이 더뎌
아직도 완전히 다 나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애써 외면해 왔었다.
'고양이'는 안그래도 내 눈물버튼인데
책을 소화해 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 그래도 계속 미뤄둘 수는 없었기에
오늘은 펑펑 울어야지! 라는 각오로 책을 펼쳐 들었다.
미로 속 출구를 찾듯이 찾아간 병원.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은 건물의 5층에
그 병원이 있었다.
마음이 힘들어 ㅇㅇ클리닉, 정신과 등을 다니던
사람들이 소문을 모여들고 찾아드는 곳.

* 그렇게 찾아간 곳은 의사 하나,
뚱해 보이는 간호사 하나가 전부였다.
상담이 시작되면 의사는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실실 쪼개며 성의없이 보이기도 한다.
정체가 뭐지? 싶은 순간에 유레카! 처럼 외치는 한마디.
'고양이를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의사에게 떠밀려 강제적으로 집사가 된 사람들.
그들은 고양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으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느낀다.
처방 된 고양이를 다시 보내지 못해
그대로 키우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이미 갈 곳이 있는 고양이를 돌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 동그란 머리에 수염도 있고, 길쭉길쭉한 꼬리도 있다.
날카로운 발톱도 있지만 한 번 만지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는 젤리도 있다.
보들보들한 털을 만지면서 고롱고롱한 골골송을 듣고 있노라면
하루의 피로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가 버린다.
음, 이 기분 내가 잘 알지! 고양이는 만병통치약이지~!
하다가도 틈틈히 펑펑 울기 바빴다.

* 처음 내 고양이를 봤을 때의 기분, 그 느낌,
처음으로 아이를 안았을 때의 촉감과 설렘,
그 모든 것들이 어제 일처럼 한꺼번에 떠올랐다.
내 두 손에 포옥 담길 정도로 작디 작았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큰 수술도 견디고
아직도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니.
그저 안쓰럽고 기특해서 야밤에 간식 하나 꺼내줬다.

* 뻔한 틀에 갇히지 않고 중간에 니케 선생님과
지토세 간호사의 정체를 숨겨놓은 것도 꽤 흥미로웠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중반쯤 부터는
대충 눈치 챌 수 있었지만, 고양이를 안키워보신 분들도
눈치를 챘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 없는 질문이지만.

* 고양이는 백약 중에 으뜸이다!
이 말에 나도 동감한다.
바쁘고 정신 없는 일상에 소소한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이
반려동물이고,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도도한 빙구.' 고양이를 지칭하는 별명 중 하나이다.
보기에는 엄청 도도한데 가끔 빙구 같은 짓을 한다.
그래서 더 귀여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빠진 내 고양이를 안고,
젤리를 만지면서 눈물, 콧물 쏙 빼고
내 마음까지 빼앗아간 책이었다.
내 주변인들이 나를 가장 부러워 하는 한 마디.
'나는 있다 고양이!'
벌써 2권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2권도 재빨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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