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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혼불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여기에 더불어 나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며
남에게 몸을 보여주며 사는 수미.
'송도'라는 도시에서 잘 나가는 필라테스를 운영하고
의사 남편에 돈 걱정 따윈 해 본적 없는 여자.
그녀는 남의 시선을 먹고 산다.
* 수미의 남편이자 개룡남 석진.
내과의로서 남의 속을 들여다보는 일을 한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수미와 사는 게 힘들지만
그도 잘 알고 있다.
수미는 자신이 잡을 수 있는 최고의 동아줄이었음을.
그런 그의 인생에 칼을 삼킨 여자,
유화가 들어왔다.
* 비유나 은유가 아닌 정말 칼을 삼켰다.
유화는 근처 공단의 노동자로 커터칼을 삼키고서는
제 발로 병원에 찾아온다.
석진은 유화의 속을 들여다보며 그 칼을 빼준다.
그리고 유화는 그 칼을 들고 다시 돌아간다.
기계를 돌리는 공장장처럼 내시경을 하던 석진은
왜 갑자기 그녀가 궁금해졌을까?
평소에는 절대 건네지 않을 한마디를 건네고 만다.
* 이후 수미의 제안으로 간 봉사활동에서
다시 유화를 만난 석진.
수미는 자신의 남편은 절대 바람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찌질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미와의 다른 매력에 이끌린 걸까.
석진은 유화와 한 번, 두 번 만남을 계속하게 된다.
* '동상이몽'이란 이 부부를 두고 하는 말인가.
아니면 꼭 닮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된 건가.
서로 만나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서도
결혼기념일은 번듯하게 챙긴다.
나의 도덕적 관념에 어긋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허허 실소가 머금어져 나왔다.
* 개인적으로 시티뷰를 좋아하지 않는다.
단 하나, 반짝이는 야경만 빼고.
밤에 오면 반짝이는 불빛들이 군을 이루어
하나의 절경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좋아한다.
하지만 낮이 오고 환한 햇빛 아래에서 보는
그 풍경은 대체로 삭막하기에
나는 시티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논밭뷰를 사랑하는 편이랄까.
* 이 책은 내가 낮에 도심을 바라보는
그 풍경을 쏙 빼다 박았다.
삭막한 바쁨, 가면 속에 숨긴 욕망,
나보다 남을 깔아보는 오만과 허영들.
돈이 계급인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유화와
가장 위에 있는 수미를 대비시켜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당신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다.
* 책을 덮은 후에 내 심연을 들여다봤다.
나는 착하게 사려고 매우 노력하는 사람이다.
가끔 화가 욱!하고 올라 올 때도
스스로 다독이는 법을 터득하고,
나의 욕구와 욕망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래, 이들도 그 욕망을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가
이런 것이라면 또 그런대로 납득은 되었다.
* 수미의 남편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서서히 유화에 물들어가는 석진을 보면
이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인간을 보는 듯 했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좋은 비단옷이라도
입는 사람은 불편함이 있기 마련이다.
석진에게 수미는 그런 비단옷이 아니었을까?
*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교묘하게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불안과 숨겨진 내면을 포착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불안했다.
꼭 엄청난 사건이 터질 것만 같은 기분?
이들의 연극과 숨겨진 가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파멸로 이끌것만 같았다.
내 생각보다는 잔잔하게 책은 끝맺음 되었지만
책을 덮자마자 한숨이 포옥 하고 튀어나왔다.
* 역시, 뭐가 됐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꽤 힘들다.
그저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거니~
이것도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이겠거니,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작은 것에도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되자,
나는 지금 꽤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