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팅 - 그가 사라졌다
리사 엉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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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시간에서 서평으로 받아본 책이다.
고스팅이란 단어는 '잠수 이별'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남녀 사이를 넘어서 고용 시장에서도
사용되는 단어라고 한다.

* 처음 이 책 표지를 봤을 때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그는 왜 사라졌을까?'
나는 '잠수 이별'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할 수 없다.
적어도 같이 만들어간 관계에
정확한 끝맺음은 지어줘야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그딴 거 개나 줘버리라지!
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 데이트 앱인 토치로 남자를 만난 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이런 앱을 자주 사용하고
가벼운 만남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앱도 친구인 잭스의 강요와 권유로 깔았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나간 만남에서
'그'를 만난다.
여자를 한눈에 빠지게 만드는 애덤을.

* 렌과 애덤은 영혼의 동반자인 듯
급속도로 관계가 발전했다.
매일 만났고, 매일 사랑을 속삭였다.
그럴수록 애덤은 렌을 더 알고 싶어했다.
그건 렌도 마찬가지였지만, 결국
꽁꽁 감추고 있던 비밀을 먼저
털어놓은 것은 렌이었다.

* 렌의 베일이 한 꺼풀 벗겨진 그날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애덤은 사라졌다.
렌에게 질문이 있다며 함께 가자고 했던
식당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일이 생겼다는 단 하나의 메시지만 보냈고
렌은 혼자가 되었다.

* 애덤이 렌의 곁을 떠난 다음 날
한 사설탐정이 렌을 찾아왔다.
그의 이름은 베일리.
베일리는 렌에게 애덤과의 만남을 묻는다.
더불어 그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며
그와 만났던 세 여자는 모두 실종되었다고 얘기한다.

* 베일리를 믿을 수 없었던 렌은
스스로 그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가 사설탐정임은 확실하고
고로 그가 한 얘기는 모두 진실임을 알면서도.
애덤의 흔적을 좇던 렌은 그의 SNS가
모두 삭제되고, 토치의 프로필이 내려가고,
전화마저 수신이 정지된 것을 알게 된다.

*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깊은 상실감을
느낄새도 없이 렌은 애덤이 숨겨두었던
하나의 비밀을 발견한다.
작은 신문 조각.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낯익은 이를.
그래서 렌은 결국 그곳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렌이 그토록 꽁꽁 숨겨놨던 비밀이 있는 그곳으로.

* 책은 렌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사라진 세 여자의 마지막 모습을
교차로 보여준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점은 렌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 과거의 아픔을 딛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렌과
그녀를 다시 '그곳'으로 데리고 가고픈 애덤,
그리고 세 여자의 실종과 렌을 지키고 싶어 하는
베일리의 감정 선과 양파 껍질 벗기듯
한 꺼풀씩 벗겨지는 진실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묘하게 겹쳐지는 장면들과
반복되는 문장들이 어쩌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그 순간,
그 문장들은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그 불안정한 문장과 렌의 심리,
엇갈리고 교차되는 이야기 속에
갈피를 잃었지만 그 마지막 장면 하나로
나도 그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했다.

* 왜 엉거 언니의 책을 믿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지 너무 잘 알 수 있었다.
큰 이야기의 틀에 곁가지로 종말주의자와
온라인 시대 속 개인 정보에 대한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어
생각이 참 많아지는 책이었다.

* 사랑 하나가 이리도 지독할 수 있다니.
리뷰를 쓰는 도중
임재범 님의 '사랑 보다 깊은 상처' 노래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마음이 절절해 졌다.
책을 덮었는데도 렌을
쉽게 떼어 낼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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