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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이묵돌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SF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서평이 올라와도 대충 훑어보고
넘기는 편이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분명 SF소설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글을 생각나게 하는 원시시대적인 배경에
하늘을 타고 있는 듯한 카누.
알 수 없는 조각상.
이 표지가 아니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으리라.
* 그렇게 표지에 이끌려 받아본 책에
띠지의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인간성이야말로 새로운 SF의 본질이 돼야 한다.'
SF와 인간성.
어떻게 보면 가장 거리가 먼 단어이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SF는
인간성이 결여된 '로봇'들의 이야기였으니까.
궁금증을 가득 안은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 뮤지컬을 생각나게 하는 목차.
프롤로그와 인터미션, 에필로그로 만들어진
목차 속에는 총 8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중에서 단연코 충격적이었던 것은
프롤로그였다.
소설 속의 소설가. 스스로를 삼류라 칭하는.
오리 백숙 집에서 편집자를 만나
원고를 넘겨주는 프롤로그.
편집자가 원고를 읽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이야기들은 실로 놀라웠다.
가장 SF 답지 않은 SF 소설이랄까.
첫 번째 이야기인 본 헤드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 이야기였다.
오우, 야구를 진짜 이렇게 만든다면
무슨 재미로 보나요......?
싶을 때, 쨘! 하고 만들어진 반전.
생각보다 매운 맛인 이야기라 깜짝 놀랐다.
* 야구를 좋아하면서 잃는 것은
돈과 시간,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이지만
얻은 것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가 이렇게 바뀐다면,
나는 더 이상 야구 팬 안할래요!!
SF 소설답게 로봇과 생각지도 못한
트릭의 결합이라 첫 이야기부터 푹 빠졌다.
* 특히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 마다
해설인 듯, 혹은 작가의 말인 듯 달린
'소설가의 메모'를 읽는 것도 꽤나 재밌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작가의 의도를 확인 하기도 했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들을 알 수도 있었다.
* 아주 먼 미래에 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
'완전한 불량품'이라는 단어처럼
이 책도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했다.
* SF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SF 같이 않은 소설.
SF 소설을 이렇게 감성적으로 그려 낼 수 있다니.
작가님은 삼류가 아니라 일류입니다요!
* 로봇과 알아 먹을 수 없는 단어들,
인간성이 결여되고 차가움만 남은 것이
SF 소설이다! 라는 편견을 와장창 깨준 책.
인간의 손으로 만든 기계들로 인해
인간의 삶을 빼앗겨 버리고,
그걸 다시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들은
한 편의 모험 소설을 보는 듯 했다.
* 아주 긴 이야기도, 아주 짧은 이야기도 있었다.
이대로 소설 속 소설가가 사라지지 않고
다시 부활해서 다른 이야기들도 들려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 인공지능이 판을 치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기계가 대체 한다고 해도
그것을 만들고 쓰는 이들은 인간이 분명하다.
우리가 앞으로 그려나가야 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좋을지,
가장 잘 보여준 SF 소설이라 생각한다.
* 감성 가득한 책이라 간혹
울컥 치솟는 느낌들도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색이 너무 뚜렷하다.
작게 보면 그렇지만, 크게 보면 하나의
무지개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나, 어쩌면 꽤 마음에 드는 작가님을 만난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