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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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는 블루홀6에서

서평을 모집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당첨된 적이 없었는데

감사하게도 이번 '묵시록의 살인사건'은

서평에 당첨되어서 읽어 볼 수 있었다.


* 니시무라 교타로 작가님의 책은

'살인의 쌍곡선'으로 만나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재미와 깔끔한 트릭을 잊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묵시록 살인사건'으로 다시 만나게 되니

매우 반가운 마음과 기대감이 충만했다.


* 눈부신 햇살이 반겨주는 4월의 한 주말.

형사인 가메이는 가족들과 함께 

긴자의 보행자천국으로 나들이를 가게 된다.

보행자천국에는 가메이 가족들을 비롯해

오랜만에 화창한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 그때,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나비 한 마리.

콘크리트가 가득한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나비는

곧 떼를 지어서 거리를 뒤덮었다.

나비가 어디서 날아오는 건지 확인하려고

와코 빌딩 방향으로 간 가메이.

그는 거기에서 2,30마리의 배추흰나비에 뒤덮힌

젊은 남자의 시신을 보게 된다.


* 얼굴에는 편안한 미소가 가득했고

달짝지근한 아몬드 냄새가 났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에는 나비 사체가 들어있는 커다란

골판지 상자가 있었고 황동으로 만들어진

팔찌에 네잎클로버와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이 다 였다.


* 팔찌의 문구는 성경의 한 구절이었다.

광신도의 자살인가 싶은데 유서도 없었다.

시신의 신원도 밝히지 못한 채, 일주일이 흘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풍선이 하늘을 뒤덮었다.

나비와 함께 죽은 남자와 같은 팔찌에 다른 문구.

이번에는 젊은 여자였다는 점만 달랐다.


* 여전히 두 남녀의 신분은 파악할 수도 없었다.

신분을 파악할 수 없으니 죽음의 동기도,

자살인지 타살인지도 의문점만 남길 뿐

무엇하나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었다.

그때, 한 제보가 들어왔다.

여자가 떠올린 풍선에 종이가 묶여 있었고

그 종이에는 '다음 주 일요일,

우리 동지가 항의하기 위해

분신자살을 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 그들은 어째서 항의의 표시로 죽음 택했는가.

대체 무엇에 대한 항의인가.

가메이를 비롯한 도쓰가와 경부는 

예고된 자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며

서서히 광기의 실체에 이르게 된다.


* 책을 덮고나니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밥 먹는 것도 잊고 책을 읽어서일수도 있고,

책 안에 숨겨진 광기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한가지 확실한 건,

이 책 대박이다.


* 책 속에서 요즘은 흔하게 쓰여지는

전자기기들이 없어서 내심 의문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 책이 1980년에 처음 발표된 작품일줄이야.

옮긴이의 말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그만큼 지금 읽어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와

세련된 트릭을 가지고 있다.


* '나비'와 '풍선'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밝혀졌을 때는 너무 놀라웠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연결이었다.

이 상징적인 메세지와 '집단'을 연결함으로서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는 더 분명하게 다가왔다.


* 사실 처음에는 '묵시록'이라는 것을 보고

종교적인 색채가 너무 뚜렷하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떤 것에도 치우쳐지지 않고

적당히 맛깔나게 잘 버무려졌다.

탄탄한 스토리와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까지.

앞으로 40년 뒤에 읽어도 또 다시 

감탄하게 될 것만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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