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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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손독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사실, 러시아 문학은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를 제외하면 문외한이었고,

이들의 영향때문인지 늘 어렵다는 편견이 있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단 하나의 이유.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 소설'을 탄생시킨

작품이라는 띠지의 문구때문이었다.

추리 소설 속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그 애거서 크리스티를 탄생시킨 작품이라니,

어찌 안 읽어볼 수가 있겠는가.

어떤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을지,

어떤 책이길래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해서 펼쳐 보았다.

 

* 한 신문사의 편집장을 만나고 싶다며

어떤 신사는 3일 째 그를 방문했다.

바쁜 일정에 내키지 않은 요청을 받은 편집장은

일단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배지를 단

그 신사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 종이 꾸러미와 배지 가 달린 모자를 들고

편집장의 사무실을 찾은 이는

이반 페트로비치 카믜셰프.

전직 예심 판사였고 현재는 작가 지망생이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투고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모든 것이 자신의 눈 앞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 일단 두고 떠나라던 편집장은 두 달 후

여름 별장으로 가는 객차 안에서 그 소설을 읽게 된다.

그리고 소설 속에 감추어진 비밀을 발견하면서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소개하게 된다.

 

* 소설 속 화자이자 예심판사인

세르게이 페트로비치 지노비예프.

그는 바보 같은 백작 알렉세이 카르네예프를

친구로 두고 있었으며 성실한 폴리카르프를

하인으로 두고 있었다.

어느 날, 영지로 돌아온 백작의 편지를 받고

폴리카르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를 찾은 세르게이.

그는 백작과 함께 거닐던 숲 속에서

'붉은 옷을 입은 아가씨' 올가를 만나게 된다.

 

* 올가의 미모에 모두 넋이 나갔고

이 날의 만남은 그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폭풍을 몰고 오게 된다.

우울하고 몽환적인데 지적인 여자와

자연스럽고 생기있고 천성이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여자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도 잠시,

그 주변 인물들이 너도나도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서서히 사건의 중심이 누구인지 보여주게 된다.

 

* 사랑과 증오, 인간의 도덕적인 관념과 

인간관계, 당시 러시아의 배경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지루하고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러시아 문학'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 주었다.

잔잔한 피아노에서 시작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오케스트라로 끝난 기분이다.

 

* 배경과 대사, 생생한 문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소설이 아니라 뮤지컬이나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실제로, 조금만 각색해서 공연으로 올라온다면

대박 히트를 칠 예감이 들었다.

 

* 인간 내면의 깊숙한 심연을 들여다 본 것만 같다.

내 마음속에도 이런 추악한 감정이 숨겨져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다.

미주를 통해서 독자가 진실에 이르는 길을

서서히 이끌어주는 독특한 형식의 책.

소설 속 인물들의 언행에 얼핏 가벼워 보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묵직한 생각들이 꼬리를 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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