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향수가게
진설라 지음 / 서랍의날씨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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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전에 읽었던 작품이
소름이 오소소 돋는 호러 미스터리여서
마음에 안정을 주는 책이 읽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띄는 제목 하나.
'메모리얼 향수가게'

​* 마법과 향수의 조합과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손님을 위해
향수를 만든다는 내용이 흥미로워
바로 읽어보았다.
이렇게 울 줄도 모르고😭😭

* 열 여섯살의 조향사 조이플.
신비한 능력을 가진 천재 조향사이다.
메모리얼 향수가게의 매니저인
진두리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

​* 조향사인 조이플은 찾아온 손님들의
기억과 감정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 영혼을 찾아 만나게 해 준다.
그 다음에 손님들이 그리움에 지치지 않고
삶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고인을 기억하면서도 서서히 그리움을
옅어지게 해주는 향수를 만들어준다.

​* 매니저인 진두리는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게임에 환장하는 조이플을 단속하기도 하고
간혹 자신감을 잃은 이플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 메모리얼 향수가게는 아무나 갈 수가 없다.
생전에 '잘' 살아야만 자신을 잊지 못하고
그리움에 허우적대는 가족들을 구할 수 있다.
이 '잘' 살아야 한다는 요건은 현실 속에서는
보잘 것 없는 삶일지도 모른다.
현재는 늘 손해보고 바보같은 삶이라 생각될지라도
막상 저승에 가면 '잘' 살다온
영혼의 대부분은 헌신적이고 배려심 깊은,
정과 사랑이 충만한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살아 생전에 했던 착한 일의 댓가로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그리움의 구렁텅이에서
구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메모리얼 향수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다양한 연령을 갖추고 있었다.
어리다고 해서 그리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그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 자살한 딸을 못 잊고 그리움에 지내는 부모.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지내다가
그 할머니마저 떠나 보낸 아이.
자신을 구조하고 아빠가 되어줬던
할아버지의 영혼을 찾아온 멍멍이.
남동생의 향수를 잃어버린 누나.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지만 이내 잃어버리고
그 그리움에 눈이 멀어버린 여자.
60여 년을 함께한 아내가 죽고
비로소 아내의 빈 자리를 실감하는 남자 등
그 사연들은 하나같이 마음 저렸고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과
생전에 더 잘해주지 못한 죄책감들이
세심하게 돋보였다.

​* 여기에 더해진 진두리와 조이플의 과거.
어떻게 메모리얼 향수가게의 매니저와
조향사가 됐을까 궁금했는데
뒷부분에 속 시원하게 나온다.
열 여섯살에 조기 취업에 성공한
운 좋은 녀석인 줄 알았었는데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을 줄이야.

* 가볍게 읽어볼까 하고 펼쳤던 책은
세심한 문장들에 어느새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한바탕 눈물 콧물을 쏟아내고서야
겨우겨우 덮을 수 있었던 책.

​*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혼을 그리워 하는 이들이 모두
가족이라는 것이었다.
딱, 하나 반려견이 있긴 했지만
반려동물도 가족이니까.
고인을 가장 그리워할 이는 분명
부모님, 형제, 자매, 배우자, 자식이 맞겠지만
살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 오래도록 삶을 함께 해온 소꿉친구라던가,
인생의 지표를 마련해준 멘토 같은 스승이라던가.
가족이 아닌 범주에서도 그려지는
그리움의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도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을
'잘' 살다 보면,
언젠가 내 가까운 이를 잃었을 때
쨘! 메모리얼 향수가게가
눈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움에 지친 이들에게
진짜 이 가게가 나타나서 그들의 삶이
조금 더 평안해 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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