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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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든 출판사에서 서평 이벤트를 열었었다.
워낙에 경쟁이 치열해서 당첨이 안되면
주문해야겠다 하고 장바구니까지 담아놨는데
운좋게 당첨이 되었다+ㅁ+
달콤 쌉쌀한 영혼 판타지라는 소개에 이끌려,
드라마 '도깨비' 속의 저승이네 찻집도 생각하며,
살포시 열어본 책은 나를 환상의 판타지 세계로 이끌었다.

* 비싼 양복에 누가 봐도 최고급으로 칠해진 삶.
성공한 변호사 월리스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기계'에 비유하며 살아갈 만큼 콧대 높고
오만한 인간이었다.
아주 자그마한 실수 하나도 절대 아량을 베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잘라버리는 냉혈한.
월리스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개.진.상.이었다.

​* 그런 그가 갑자기 죽었다.
죽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전에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봐야 했다.
최고급 관에 누운 월리스를 추모하는 이는 딱 다섯 명.
셋은 같이 회사를 세운 파트너들이었다.
그들은 월리스가 죽었는데도 눈물 하나 흘리지 않고
애써 웃음을 참으며 어제저녁 스포츠 얘기를 했다.
하나는 개싸움이라고 할 만큼 비난이 난무했던 이혼한 전처.
그녀 역시 월리스의 생전 행동을 비난하기 바빴다.

​* 그때, 월리스 앞에 나타난 낯선 여자.
그녀는 월리스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월리스를 데리러 온 사신 메이라고 했고
그녀를 따라서 사공인 휴고에게 가야만 한다고 했다.

​* 그렇게 수다스러운 그녀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카론의 나루터.
무너지진 않을지, 어떻게 서 있는지 그저
신기하게 보이는 한 찻집이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치장한 이 찻집이
휴고가 머무는 집이며,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무는 간이역 같은 공간이라고.

* 그렇게 휴고를 만나게 된 월리스.
처음에는 살아생전의 그 개진상 성미를 버리지 못한다.
문을 뛰쳐나가 다른 이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가 하면,
의자도 부수고, 전등도 깨트린다.
휴고의 할아버지인 넬슨의 지팡이에 맞은 것도 수백 번.
그렇게 월리스는 서서히 영혼의 삶에 익숙해져 갔다.

​* 새벽부터 일어나서 찻집을 운영하는 휴고와 메이.
그들은 바쁜 하루를 살고 있었고
월리스는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주 조금씩, 서서히 변화해갔다.
자신 나름대로 그들을 도우려고 노력했고
일이 끝난 후에는 휴고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 휴고의 반려견이었던 아폴로가 뛰어노는 차밭과
별이 쏟아질 듯 가득한 하늘, 풀 내음과 바람까지.
월리스는 죽은 뒤에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 걸까.
진정한 웃음을 짓는 월리스를 보며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 늘 손자를 생각하며 유쾌한 바이러스를 뿌리는
넬슨 할아버지와 귀여운 아폴로,
단점이라고 할 만큼 공감 능력이 뛰어난 휴고.
서서히 그들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월리스.
이 다섯 명의 주인공은 내 인생의 빛처럼 다가왔다.

*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미지의 세계로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마음의 준비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곳.
그 간이역에 이런 찻집이 있다면
죽음도 그리 두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휴고와 월리스의 브로맨스도 몽글몽글하고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 책.
그런데 왜 마지막에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나도 휴고가 내려주는 차 한 잔이 절실한 인간이었을지도.
오랜만에 포트에 물을 끓이고
좋아하는 차를 한 모금 음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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