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들리 러블리 - 로맨스릴러 단편선
배명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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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황금가지 서평으로 받아본 책이었다.
사실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을 주로 보는 편이지만
제목이 주는 궁금증과 로맨스스릴러라는 장르를 포기할 수 없었다.
deadly, lovely. 치명적인 사랑스러움.
처음 제목을 봤을 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죽여서도 갖고 싶은 사랑이야기인가,
죽을만큼 갖고 싶은 사람이야기인가.

* 책을 처음 펼쳤을 땐 늦은 밤이었다.
나는 첫 번째 단편소설인 '폭풍의 집'을 보면서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하필이면 비 오는 날 밤에 봐서 덩달아 심장이 쫄깃해졌다.
한 여름, 태풍이 오는 날 죽은 이들이 찾아오는 집.
그 속에 있는 소영의 집착과 사랑, 불우한 어린시절.
무서웠고 처연했으며 쓸쓸했다.

* 하지만 바로 읽은 '휘파람을 불면' 에서 나의 감정도 곧
사랑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착호갑사와 산군의 현대판 로맨스는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짓게 하면서 준영에게 길들여진 호랑이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했다.
그들이 하려는 일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 된 살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인어공주의 이야기도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의 인어'.
늘 슬픈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이번에도 순탄하지 않은
사랑을 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원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이 외에도 미저리를 생각나게 하면서도
한국의 토속신앙과 결합된 '소원의 집'과
외계인과의 아련하고 애틋한 사라을 그린 '로흐'.
길고양이 살해부터 시작되어 로맨스인듯 싶다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담아준 '고양이 지옥'.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이야기 '오만하고 아름다운'.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이야기 '천년공작'.
양반과 기녀의 사랑과 꿈을 그린 '별'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소설들이었다.

* 책을 덮고 나니 뷔폐에서 온갖 음식을 다 맛보고 온 기분이었다.
산해진미를 맛 본 기분에 즐겁고 행복하면서도
너무 과식했나, 라는 생각이 들고 또 그 포만감에
나른해지는, 글로 맛을 낸 맛집 투어를 한 기분.
짧지만 강련한 글 맛집이 있다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장편과는 또 다른 단편 소설만의 매력을 이제야 안 듯 싶다.

* 내 비천하고, 끔찍하고, 아름다운 괴물아.
그대와 나는 서로의 치사량이었어요. 그게 전부예요.
ㅡ 오만하고 아름다운 본문 中, p.270

* 평생을 산에 다니며 산삼을 캐온 심마니에게 산갈치는 전설이고
나병에 걸린 어머니를 둔 아들에게 산갈치는 산삼보다 귀한 약재지만
별이 되고 싶다던 기생에게 산갈치는 꿈이었던 거야.
ㅡ 별 본문 中,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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