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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모든걸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들, 애쓰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이루어내는 사람들, 나쁜 일에서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 왜냐하면 애초에 티끌만큼이라도 완벽하지 않은 일이라면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
영웅적인 최상급 사람들, 모두가 아름답고 재치있고 고요하고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나는 늘 꿈을 꾸어왔어요.
만일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면 금방 내가 그 사람들의 세계에 속한 존재였음을 깨달을 거라고, 나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고, 그들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운명이었다고, 그리고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이 실수였을 뿐이라고, 그들도 그걸 알고 있다고 말이죠.
나는 백조들 틈에 살게 된 미운 오리새끼 같았어요' [p.372]
안타깝다 생각될 정도로 굉장히 현설적인 이야기다.
책을 읽을때 만큼은 재밌으면서 감동도 있고 희망적인, 거기서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음 좋겠단 생각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기대마저 싹둑 잘라버리는 것만 같다. 철없던 시절, 핑크빛 결혼생활을 꿈꾸었을때 '아직도 철들려면 멀었구만~' 결혼은 현실이야 현실!! 을 부르짖었던 지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아무리 결혼은 현실이라지만 그전에 그런 꿈마저 꾸지 못하게 만드는건 손에 쥐었던 소중한것이 뭐였는지 확인도 못한채 도둑맞은 것마냥 굉장히 억울하단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 책 또한 비슷하다는 ~ 책을 읽고 난 느낌을 말하려하면 할수록,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하려 하면 할수록 크게 부풀려지는 것 같아 서평 쓰기가 쉽지 않았다.
내공이 많이 ~ 부족한 듯 ;;;
내가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인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이랑은 다른 또 다른 느낌을 받았겠지? 결혼한 후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두주먹 불끈.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결혼 이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배경으로 하여 교외 지역의 삶과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관계의 문제, 소통의 문제 등을 심도있게 다뤘다고 평가 받는 작품. 에이프릴과 프랭크 휠러라는 부부와 이웃에 사는 밀리, 세프캠벨, 헬렌, 하워드 기빙스 부부의 모습을 통한 우리네들의 '일상'과 '삶'
이 이야기는 파리로 이주하기로 결정하기 전과 후로 나뉘는데 파리로 이주하기로 결정하기까지의 전반부는 대체적으로 지루했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거야? 당췌 그 속을 보여주려 하지 않아 어리둥절했고 답답했다. 그때는 에이프릴의 마음을 이해못해주는 '프랭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 .
(이래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있는게 아니겠어? 하면서)
파리로 이주하기로 결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때 느닷없이 셋째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그 희망이 좌절되면서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모르겠어요? 그게 계획의 전부라는 걸 모른다는 거예요? 당신은 이미 7년전에 그렇게 하도록 허용되었으면 좋았을 일을 하게 될 거예요. 당신 자신을 찾게 될 거라고요.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오래도록 산책을 하며 사색에 잠길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그걸 찾아도 그 일을 시작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과 자유를 누리게 될 거고요"
모든걸 그를 위해서라 말하는 그녀.
훌륭한 정신을 지닌 남자가 견딜 수 없는 직장에 오랫동안 개처럼 계속 다녀야 한다는게 비현실적이라고. 해가 가고 달이 가도 변함없이 견딜 수 없는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고. 경악하리만큼 시답잖고 하찮은 수많은 일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해 얘기할때의 에이프릴의 모습은 . . 비참하게도 프랭크가 아닌 그녀 자신 '에이프릴'의 소망이 폭발적으로 튀어나왔던 게 아닐까.
왜 그녀는. . 우리는. . 이 모든것이 상대방을 위해서 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걸까.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도 에이프릴이 원하는 것처럼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프랭크'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좌절하진 않을 것이다.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을 읽다보면 "다시 말해 여러분은 엄마의 몸속에서 500분의 1, 아빠의 몸속에서는 5억분의 1이라는 좁은 관문을 뚫은 엘리트 유전자, 들인 셈입니다." [p.20] 라는 글귀가 나온다.
무엇이 행복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자체만으로 특별한 사람들이지 않은가. 열심히 노력해 무엇이 행복인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등등을 생각하며 살면 안될까.
도대체 무슨 인생이 그럴까 ? 대관절 이런 삶에 무슨 목적이나 의미가 있을까? 중요한 건 또 뭘까 ?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