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셔너리 로드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모든걸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들, 애쓰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이루어내는 사람들, 나쁜 일에서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 왜냐하면 애초에 티끌만큼이라도 완벽하지 않은 일이라면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

영웅적인 최상급 사람들, 모두가 아름답고 재치있고 고요하고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나는 늘 꿈을 꾸어왔어요.

만일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면 금방 내가 그 사람들의 세계에 속한 존재였음을 깨달을 거라고, 나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고, 그들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운명이었다고, 그리고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이 실수였을 뿐이라고, 그들도 그걸 알고 있다고 말이죠.

나는 백조들 틈에 살게 된 미운 오리새끼 같았어요' [p.372]

 

 

안타깝다 생각될 정도로 굉장히 현설적인 이야기다. 

책을 읽을때 만큼은 재밌으면서 감동도 있고 희망적인, 거기서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음 좋겠단 생각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기대마저 싹둑 잘라버리는 것만 같다. 철없던 시절, 핑크빛 결혼생활을 꿈꾸었을때 '아직도 철들려면 멀었구만~' 결혼은 현실이야 현실!! 을 부르짖었던 지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아무리 결혼은 현실이라지만 그전에 그런 꿈마저 꾸지 못하게 만드는건 손에 쥐었던 소중한것이 뭐였는지 확인도 못한채 도둑맞은 것마냥 굉장히 억울하단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 책 또한 비슷하다는 ~  책을 읽고 난 느낌을 말하려하면 할수록,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하려 하면 할수록 크게 부풀려지는 것 같아 서평 쓰기가 쉽지 않았다. 

내공이 많이 ~ 부족한 듯 ;;;

내가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인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이랑은 다른 또 다른 느낌을 받았겠지? 결혼한 후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두주먹 불끈.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결혼 이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배경으로 하여 교외 지역의 삶과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관계의 문제, 소통의 문제 등을 심도있게 다뤘다고 평가 받는 작품. 에이프릴과 프랭크 휠러라는 부부와 이웃에 사는 밀리, 세프캠벨, 헬렌, 하워드 기빙스 부부의 모습을 통한 우리네들의 '일상'과 '삶'

이 이야기는 파리로 이주하기로 결정하기 전과 후로 나뉘는데 파리로 이주하기로 결정하기까지의 전반부는 대체적으로 지루했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거야? 당췌 그 속을 보여주려 하지 않아 어리둥절했고 답답했다. 그때는 에이프릴의 마음을 이해못해주는 '프랭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 .

(이래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있는게 아니겠어? 하면서)

파리로 이주하기로 결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때 느닷없이 셋째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그 희망이 좌절되면서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모르겠어요? 그게 계획의 전부라는 걸 모른다는 거예요? 당신은 이미 7년전에 그렇게 하도록 허용되었으면 좋았을 일을 하게 될 거예요. 당신 자신을 찾게 될 거라고요.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오래도록 산책을 하며 사색에 잠길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그걸 찾아도 그 일을 시작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과 자유를 누리게 될 거고요"

모든걸 그를 위해서라 말하는 그녀.

훌륭한 정신을 지닌 남자가 견딜 수 없는 직장에 오랫동안 개처럼 계속 다녀야 한다는게 비현실적이라고. 해가 가고 달이 가도 변함없이 견딜 수 없는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고. 경악하리만큼 시답잖고 하찮은 수많은 일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해 얘기할때의 에이프릴의 모습은 . . 비참하게도 프랭크가 아닌 그녀 자신 '에이프릴'의 소망이 폭발적으로 튀어나왔던 게 아닐까.  

왜 그녀는. . 우리는. . 이 모든것이 상대방을 위해서 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걸까.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도 에이프릴이 원하는 것처럼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프랭크'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좌절하진 않을 것이다.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을 읽다보면 "다시 말해 여러분은 엄마의 몸속에서 500분의 1, 아빠의 몸속에서는 5억분의 1이라는 좁은 관문을 뚫은 엘리트 유전자, 들인 셈입니다." [p.20] 라는 글귀가 나온다.

무엇이 행복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자체만으로 특별한 사람들이지 않은가. 열심히 노력해 무엇이 행복인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등등을 생각하며 살면 안될까.

 

 

도대체 무슨 인생이 그럴까 ? 대관절 이런 삶에 무슨 목적이나 의미가 있을까? 중요한 건 또 뭘까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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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린 시절에 본 무언가 때문에 일생을 망가뜨릴 만큼 나약한 인간이 아니다. 약하기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니 강해져야 한다고 마음 깊이 맹세하며 살아왔다. 겁먹을 것인가. 아니면 겁을 줄 것인가.

"넌 어느쪽 인간이야?"

 

등돌린 여인네의 모습만으로도 경쾌한 얘긴 아니겠다 짐작이 되는데 노오란 글씨로 '사요나라 사요나라'라 쓰여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날 내친것마냥 쓸쓸한 마음이 한가득.

요시다 슈이치, 두 번 다시 이런 연애소설은 쓰지 못할 것이다 ! 라는 글귀에 정말 대단한 이야기가 숨어있음을 짐작케 한다. 

 

택배를 대신 받아달라 부탁하는 여자. 그 여자를 감시하는 카메라맨과 기자의 모습. 무슨 일이지? 호기심에 후다닥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도쿄 근교의 가쓰라가와 계곡에 있는 오래된 공동주택단지에서 사토미의 외아들 메구무가 실종된지 얼마 안 되 계곡 깊은 곳에서 사체로 발견되고, 변질자의 소행이 아닐까 생각했던 사건은 갑자기 실종 당일 사토미의 행동과 당초 진술이 엇갈리면서 아이 엄마의 범행으로 수사의 흐름이 바뀌면서 조용하던 계곡 주변은 경찰과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시끄러워지는데 . . .

이런 사건을 나열하는 과정이 굉장히 느리고, 느긋하다. 긴박감이란것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책을 읽는 나는 너무도 황당했던 게  사실. 시끄러운 매미소리. 바깥의 더운 공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 해서 에어컨을 틀고싶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무슨일이지? 궁금하기만 했던 ~

운전기사 스다에 의해 과거 야구부 시절 오자키의 '해프닝' 이라 불릴만한 사건의 내용을 듣게 되고 취재하던차 경찰 조사 결과 오자키가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그들의 오래된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현재와 과거, 오자키와 가나코, 사토미, 와타나베의 시점의 교차 형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한층 몰입의 깊이도 속도도 빠를수밖에 없었는데 . .그런데도 책 내용의 삼분의 이를 다 읽도록 그 끝이 어떻게 흘러나갈건지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악인과 마찬가지로 범죄를 둘러싼 남녀의 사건을 약간 미스터리하게 진행되는지라 스포일성 글이 될까봐 어찌 글을 써야할지 고민 또 고민했는데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화내용은 꼭 적어놓고 싶었다. 뉴스를 통해 이런 비슷한류의 사건 사고를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 해보지 않았을까 싶어서 말이다.

 

"저어, 마쓰이 씨 자녀분이 있었나요?

"응, 있지. 아들이랑 딸. 아들놈은 올해 간신히 대학에 합격했어. 딸은 고등학교 1학년이고. 그건 왜?"

"아니, 별 얘긴 아닌데요, 만약에 말입니다, 만약에 아드님이 강간 사건 같은 걸 일으킨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글쎄, 실망스럽겠지."

"실망?"

"지금 진지하게 물어본 거 아냐? "

"네에"

"그렇다면 진지하게 대답하겠는데, 그런 바보 같은 일로 아들의 인생을 망친다고 생각하면 엄청 실망하겠지. 부모로서는."

"실망한다. . . . 으음, 그럼 만약 따님이라면?"

"딸? 딸이 강간당한다고?"

"네에"

"그, 그런 놈은 때려죽여야지"

 

하루하루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사건속에서 산다고 과언이 아닌데도 우리 모두는 나에게만은 일어나지 않을 '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면 . . .

각 주인공들마다의 심리가 너무나 리얼해서 현실적이라는 감상을 내뱉으면서도 . .두 사람의 사랑은 드라마틱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상대가 대형 건설회사 셋째아들인 '후지모토 나오토'가 아닌것이 . .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오자키라 다행이다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한 숨 고르고 또 한 숨을 고르게 되는 이야기.

도저히 당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고 말했습니다. '내가 죽어서 당신이 행복해진다면, 난 절대로 죽고 싶지 않다'고. '당신이 죽어서 당신의 고통이 사라진다면, 나는 절대 당신을 죽게 놔둘 수 없다'고. '그러니 난 죽을 수도 없고, 당신 앞에서 사라질 수도 없다. 내가 사라진다면, 나는 당신을 용서한 게 돼되버리니까' 라고 얘기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쉬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모습을 감추면 용서한 게 된다. 함께 있으면 행복해져 버린다. "안녕"이라 써놓았다는 가나코.

 

책 표지의 등을 돌린 여인네가 한순간 나를 쳐다본 것 같아 이 책에서 손을 놓을수가 없다. 너무도 쓸쓸해서 눈물도 안나온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자꾸만 그 등을 쓸어내려주고 싶다.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을 이렇게밖에 적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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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호두과자
크리스티나 진 지음, 명수정 옮김 / 예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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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녀가 오고 안 오고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내가 믿는다는 것, 그녀가 올 거라고 믿는 것, 그게 중요한 거야 . . .

한 시간을 믿어 온 자와 일 년을 믿어 온 자 사이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지. 믿음은 운명까지 바꾼단다. 마로."

역시 아저씨다운 말이었다.

"마로,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이 사람이든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것이든 포기하지 마. 끝까지 기다리는 자가 얻는 거야."

 

'달콤한 호두과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와 단둘이 '달콤한 호두과자' 가게를 운영하며 호두과자 만드는 법을 배워나가는 마로의 성장소설이자 가족소설이다.

빅풋을 위한 카망베르 호두과자, 크리스마스의 아이스크림 호두과자, 소녀를 위한 장미 시럽 호두과자, 호두과자 오리온의 탄생, 흑설탕 호두과자 디어맘등 다섯가지 이야기가 연작스타일로 이어지는데 삼촌을 빅풋으로 오해한 주인공의 귀여운 이야기 에서부터 엄마를 위해 최고의 호두과자를 탄생시킨 ~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린 마로의 이야기까지 그 어느것하나 감동적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호두과자 오리온의 탄생'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마슈 아주머니네 주문에 관련된 이야기. 안그래도 까다로운 고객인데 네명의 딸들 모두 취향이 달라 주문도 복잡.

(동네 사람들이 네명의 딸들 이름 대신 머리 색깔로 딸들을 구별하는데 그 이름들이 너무도 재밌다 ㅋ)

크랜베리빛 머리의 딸이 주문한 '아주 달콤하면서 초콜릿을 입힌 호두 알 덩어리 그대로 중앙에 심어 달라는 주문'

땅콩버터빛 머리의 딸이 주문한 '촉촉한 빵에 호두는 잘게 부숴 레몬 아이싱으로 씌워 달라고 한 주문'

레모네이드빛 머리의 딸이 주문한 '슈가 파우더를 듬뿍 바르고 호두 크러쉬가 골고루 들어가도록 주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어대가리 먹물빛 머리의 딸이 주문한 '겉은 바삭하게 부서지나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 호두의 향이 강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호두 크러쉬가 별처럼 총총하게 씹히는 맛'  제일 난감하고 어려웠던 문어대가리 먹물빛 머리의 딸'이 원하는 맛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이야기. 문어대가리 먹물빛 머리의 딸이 나중에는 흑진주빛 머리의 숙녀분으로 바뀌게 된 이야기며 그 호두과자로 그 숙녀의 미맹증을 고치게 된 이야기들이 너무나 아기자기 재밌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너무나 행복한 기분에 집 옆 '코코호도' 매장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저기 어딘가 책속 주인공 마로의 집처럼 호두과자를 너무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것만 같아서 ~

사실 이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을때는 글렌 벡의 스웨터란 책과 너무나 비슷한 상황에 어리둥절 하기만 했었다.

두 주인공 모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랑 둘이서 산다는 것. 스웨터에선 아버지가 베이커리를 했고, 달콤한 호두과자에서는 호두과자 가게를 운영, 스웨터에선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전거를 받길 원하지만 받지 못했고, 달콤한 호두과자에선 크리스마스날 그토록 원했던 산악자전거를 선물로 받았다는 것들이 조금은 다르다면 다르달까 ~

그래서 별 기대없이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 의뢰로 넘 재밌고 감동적이라 별점을 아주 후하게 줄 수 밖에 없었다. ★★★★★

책 내용 중간중간 멋진 일러스트는 보너스 ~

 

잘 간직하렴. 누군가가 천국의 문에서 우리에게 암호를 대라고 물을게다. 그때 이건 우리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열쇠가 될 거야.

가족은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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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과학사 7대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환상 여행 에듀 픽션 시리즈 1
다케우치 가오루.후지이 가오리 지음, 도현정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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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연인과 오드아이 캣,  시간의 틈에서 사랑에 빠지다. 붉은 표지에 오드아이 고양이의 날렵한 자태가 환상적인 이 책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는 과학사 7대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환상 여행이란 타이틀이 맘에 들어 너무나 읽고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근데 . . 막상 표지를 열고 읽어내려가니 뭐랄까 ~ 김빠진 콜라, 사이다 맛이라고나 할까. 무슨놈의 과학사 7대 수수께끼가 이리도 단순한지 ;;;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는 ~ 복잡한 과학 이론이나 법칙을 비비꼬아 어렵게 풀어나가길 원한건 아녔지만 책표지, 제목이 주는 이미지랑 너무 틀린터라 ~

 

늦은밤 캄캄한 어둠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그것도 서재쪽에서. 자기전 문단속을 확실히 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침입할 일도 없는데 무슨일일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의 일이 그저 농담처럼 느껴질 뿐인 도오루는 바보같은 꿈을 꿨다고 기막혀하며 막 일어나려는데 그 순간 베개 근처에서 비단결 같은 회색 털이 난 아기고양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어디서 들어왔을까 확인하다 소리가 난 서재로 들어가보니 바닥에 한권의 책이 떨어져있고 '슈뢰딩거의 사고 실험' '양자론'을 다룬 책이 펼쳐져 있다. 그곳에 고양이 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없어진 것. 도오루 자신이 쓴 책이기에 이 고양이가 책 속에서 나온것이라 확신한다. 그가 완벽한 밀실. 펼쳐진 책. 일러스트가 지워진 페이지.

그의 연인 샨린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고양이에 대한 불행했던 사연을 이야기하며 도오루에게 고양이를 키워줄 것을 얘기하고 그런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도우루는 그런짓은 절대 안할거라며 약속. 고양이 에오윈과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러다 샨린과 함께 우연찮게 슈뢰딩거 방정식 초고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두 사람은 그 사람의 퍼스트 네임' 에르빈'에서 이름을 따와 '에오윈'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고, 그 고양이의 황금색과 청색이었던 눈동자가 비취색으로 바뀌면서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오면 두 사람은 신비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

 

동물 좋아하는 엄마때문에 어릴적부터 강아지를 키워 개는 굉장히 친근하고 익숙한 존재로 생각되는데 고양이는 사람 손타는 것도 거부하고, 조금만 가까이 가려면 도망가는 존재인지라 개보다는 더 멀고, 신비로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 그 고양이 이야기에 과학사 미스터리가 섞여 있으니 신비로움은 두배. 조금만 더 스토리가 탄탄했음 좋았으련만 ~

과거로 흘러 흘러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여행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질법도 하건만 고양이를 따라 시간이동을 하는건 이삼십여분뿐.

그 시간만큼이나 가볍게 느껴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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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푸른빛 1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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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코 씨가 괴로운 건 잘 알아요. 우리도 무척이나 괴롭답니다. 그 사람 외에는 이번 일에 연관된 그 누구도 나쁘지 않아요. 그래서 더 괴로워요.

세상을 살다 보면 나쁜 사람이 아닌데도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때가 가끔 있어요. 우리도 예외는 아니에요.

말도 안 되는 그런 일이 이 세상에서는 벌어지고 있어요. 젊었을 때 한번이라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난 미쓰코 씨보다 몇 살 더 위니까 요즘 들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미쓰코 씨나 나나 그런 것은 배우지 못했어요. 교과서에도 그런 말은 없어요. 부모님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그렇죠? 하지만 세상은 교과서와는 정말 다른 곳이에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상처 입히며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용서해 주세요. 그 남자를 제외하고 모두를 용서해주세요. 미쓰코씨 남편도, 그리고 미쓰코씨 자신도."

 

천상의 푸른빛은 실화를 바탕으로 연쇄 살인범과 그가 사랑하는 한 여인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과 사랑을 심도 있게 조명한 작품이다.

온통 거짓으로 이뤄진 삶. 무책임하고 노동과는 거리가 먼 후지오. 이혼후 변변한 직장도 없이 부모님 옥탑방에 얹혀살며 여자를 쫓아 유희를 즐기던 후지오는 헤븐리 블루(천상의 푸른빛) 라는 이름을 가진 나팔꽃을 계기로 유키코와 이야기를 하다 그동안 만나왔던 여자에게서 느끼지 못한 안락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시내 도로를 배회하던 후지오는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는 세일러복의 소녀와 즐거운 만남(?)을 갖게 되는데 다음번 만남때 그 소녀는 친구들에게 정보를 입수해 그에게 돈을 원하고 고소 운운하며 그를 압박한다. 돈몇푼 쥐어주면 끝날일, 무식한 소녀로만 생각했는데 자동차 번호판까지 외운 것을 보고 겁을 먹은 그는 소녀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고 시체까지 유기한다. 이후 여자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그녀들은 거짓말쟁이였고, 몸가짐이 헤펐고, 둔감했고, 탐욕스러웠고, 이기적이었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반인간이었다.)로 후지오의 충동은 멈추지 않고 모두 여섯 명의 여자와 소녀, 어린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방송을 통해 후지오가 경찰에 체포된 뒤 일련의 사정을 알게 된 유키코는, 주변 사람들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그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마지막까지 그를 도와준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이해할 수 없는건 이런 유키코의 행동이었다.

끝까지 거만한 포즈를 잃지 않고, 얕은 생각에 담기고, 허세를 부리는 그. 그 어떤점이 맘에 들어 노후를 위해 열심히 모아둔 돈까지 찾아 도와준걸까.

그가 천상의 푸른빛에 이끌려 집에 들렀고, 그 후 세상에서 소외받은 울적한 마음을 위로받으려고 그녀를 찾았듯 그녀 또한 그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받았던 것일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소설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네 현실 속에서도 죄를 지었지만 그 죄를 지을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들도 너무나 많은데 그럴때의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건지 묻지 않을수 없다 . . 죄를 지을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면 책에 대한 몰입이 쉬웠을텐데 . . 그런면에서 이 책 천상의 푸른빛은 내 생각과는 좀 달랐다. 소개글을 간단히 읽고서 '공지영님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랑 비슷하네~ 비교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겠네~ 하며 즐거워했던 내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사람을 죽이고 여러가장을 파탄낸 사람치고 죄에 대한 '진심어린 후회나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그를 사랑한 여주인공의 마음도 이해못하겠다는~두 주인공 모두 갠적으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 속하는지라 이 책의 서평을 쓰는것이 마냥 어렵게 느껴지더라.

갠적으로 난 후지오의 게으름을 꾸짖는 매형 사부로, 후지오를 돕는 언니 유키코에게 화내며 연락을 끊은 동생 '도모코'의 입장과 비슷하다 생각하면 될 듯~

 

모든게 이해안되지만 그래도 딱하나. 자살을 결심한날 우노씨를 만나면서 결과적으로 목숨을 부지한 그 분 H. 결과적으로 우노씨로 인해 행복해진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거짓말 이라도 괜찮아요. 난 거짓말로 구원받았으니까요.

가장 괴로울 때 거짓말에 속아 용기를 얻고 그 용기가 힘이 되어 다시 일어나게 될 때도 있어요'

 

 

우노씨의 진심은 누구도 모릅니다.

세상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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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리블루 2009-02-1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읽었었는데 <우행시>와 비슷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내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행시가 남녀 간의 사랑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천상의 푸른빛은 뭐랄까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통찰 안에서 생각하는 인간과 인간 간의 사랑이랄까, 뭐 그런 것에 초점을 둔 게 아닐까 싶네요. 순정/순수소설을 넘어서는 뭔가 한 차원 높은 경지에서 바라봐야 좋을 소설 같아요. 그래도 전 재밌게 읽었고, 마지막 부분에선 좀 찡했었네요 ㅎㅎ 뭔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