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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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년이 지나도 나는 똑같이 살 수 있을까. 반년 뒤에는 어떨까.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니라도 좋다. 세시간 뒤라도. . .

 

힘겨운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예전에 일밤에서 이휘재씨가 진행했던 '인생극장'이란 프로그램이 많이 생각난다. 그래 결정했어! 라며 주먹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어떤 절체절명의 순간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는 설정이었는데 선택에 앞서 어떤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 알 수가 없기에 더더욱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던 프로그램. 그 때 참 인기좋았는데 ~

기네스 펠트로가 나왔던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를 비롯 롤라런이라는 영화도 그런식이었다. 순간의 선택이 나를 아주 행복하게 하거나, 또는 아주 불행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어서 무슨 선택을 하기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진지하게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 그래서 당장 한시간 후, 세시간 후의 미래가 너무나 궁금해져 나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했었는데~

 

13계단, 그레이브 디거의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간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라는 제목의 이 책은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시간의 마법사,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돌 하우스 댄서, 3시간 후 나는 죽는다, 에필로그: 미래의 일기장등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이야기들이 예지 능력자 야마하 케이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연작스타일인지라 단편이 주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준다. 6시간 후에 죽는다니 무슨일일까? 궁금해 호기심에 읽어내려 가다보니 360여페이지의 한권이 순식간에 지나가 그의 또다른 이야기들이 너무나 궁금해지니 큰일이다. 미래를 예견한다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에 현실, 우리들의 인간성을 결부시킨다. 끊임없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묻게 된다.

케이시의 다정다감한 성격때문에 제목과 표지가 주는 오싹한 느낌보다는 가슴 따뜻한 여운이 진하게 남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3시간 후 나는 죽는다는 주인공과 상황들이 조금은 비슷하게 진행된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에서 하라다 미오는 스물다섯살 생일을 몇시간 앞두고 늘씬한 체격의 젊은 남자로부터 여섯시간 뒤 죽게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12시 정각에 어딘가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로부터 칼에 찔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미오는 자신을 죽일만한 사람을 찾기로 결심하고 4개월전부터 자신을 노리는 스토커를 찾아다니게 되는데 . .

반대로 3시간 후 나는 죽는다에서는 시간이 흘러 심리학 전공 대학원생이 되고 4년의 시간이 흐른 '케이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오가 케이시를 만나기위해 만남의 가능성에 대한 한가닥 희망을 '직장'에 걸고 그를 만날날을 꿈꾸며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호텔 연회장 서비스 요원으로 일하다 '라 퐁데느 당쥬'에서 인정받아 일하게 되고 결혼식 피로연 명부에서 케이시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고 그와의 재회의 순간 둘의 모습이 어떨지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3시간 후 케이시가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조금이라도 상황을 바꿔볼 수 없을까 고군분투하는 케이시와 미오의 모습을 그린다

시간의 마법사,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돌 하우스 댄서는 동화같은 이야기다.  특히 돌 하우스 댄서 같은 경우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줬다는 ~

플롯 라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미쿠는 우연찮게 '방공호'에서 20년전 자신의 어린시절 소녀와 만나게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시간의 마법사.

남자친구가 끊이지 않던 미아는 중학교 때부터 이어져 온 남자친구 연속보유 6년의 기록이 끊어져 버리지 친구의 조언으로 케이시를 만나게 되고 돌아오는 수요일,사랑에 빠지면 안된다는 애기를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날

그리고 열심히 오디션 준비를 하는 미오와 숙모의 유언으로 폐관일을 정해놓고 딱 그만큼만 운영된 박물관. 마지막 찾아올 단 한 명의 손님을 위해 만들어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돌 하우스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혼을 쏘옥 빼놓는 이야기 돌 하우스 댄서까지.

신기하고, 따뜻하며 묘하게 감동적이기도 한 이야기가 한가득.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 속에 자신의 신변에 일어날 일과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구별해서 살고 있어. 일상이라는 범위를 스스로 정해서 그 안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거야.

상식이라고 말하는 게 낫겠지. 그래도 그 기준은 결국 자기가 정한 거니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해" [p.19]

 

하늘에서 돈벼락이라도 떨어졌음 좋겠다며 로또 당첨을 꿈꾸는 날들. 하지만 우리들 모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행복임을 알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을 . . .

'운명'이라는 이름아래 우리들의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온 몸에 힘이 쫘르륵 빠져나가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지배당하지 않고 나만의 의지로 꿋꿋하게 지금의 '나'를 살아가고싶다. 백지상태인 나의 미래. 모든것을 내  손으로 . . 행복도 내 손으로 ~ 아자아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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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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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시간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간이 지나가지 않는 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p.242]

 

채굴장은 터널을 파나갈 때 제일 끝에 있는 지점을 채굴장이라고 한단다. 터널이 뚫리면 채굴장은 없어지지만, 계속 파는 동안은 언제나 그 끝이 채굴장이라고.

2008년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의 '채굴장으로'

띠지에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의 그 가슴 저림을 잊지 못하는 당신의 이야기라 쓰여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모든 책의 띠지를 보면 이런 멘트는 누가 생각해내는걸까~ 순간 아무것도 아닌 이것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에쿠니가오리씨와 절친이라는 얘길 들어서일까? 잔잔한 스타일이 비슷하구나 싶었다가 어느순간 이 모든것이 일본스타일이구나 싶은 그런 이야기다.

목차가 참 간단하다. 3월부터 그 다음해 4월까지의 이야기가 너무나 잔잔하게 진행되는데 그 내용만은 결코 잔잔하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무슨책을 읽고있지? 줄거리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적이고 나른하기만하다.

 

지도 남쪽에 있는 외딴섬. 일찍이 탄광업이 번영을 이루었다가 쇠퇴한 이 섬. 주인공 세이는 초등학교 양호교사다.

누구랄것도 없이 모두와 사이좋고 이웃 할머니 시즈카씨에게는 치즈케익, 전갱이 구이, 떡국 등등을 끓여주고 말벗도 되어주는 다정한 사람. 그런 그녀가 도쿄에서 온 새로운 선생님 '이사와'를 좋아하게된다. 남편이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유부녀가 주인공인 연애 소설이라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기대에 못미칠만큼 시시하기만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일탈은 어디에도 없다는. 어느 정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통속적인 사건이 있을 법한데 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랬다면 아내의 유혹이 되버렸겠지. 그보다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것을 한없이 억제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소설의 주를 이룬다. 그것이 넘 심심할까봐 감초역할을 해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독특하다. 소극적인 주인공과는 대조적으로 유부남과 연애하는 걸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동료 교사 쓰키에도 있고, 아흔이 넘은 나이에 음몽(淫夢)을 꾸며 신음하는 시즈카 할머니도 있으니 ~

그녀들의 이야기가 선정적이라기보다는 애틋하고 어딘지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는건 [이노우에 아레노] 그녀의 문체탓인 듯 ~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조미료가 안 들어간 음식처럼 밍밍하고 싱겁게 느껴지는 이야기.

이렇게 또 스르르 기억에서 사라질 것만 같은 이야기들.

3학년 위의 키가 크고 조용한 소년. 어릴 때는, 세 살 위면 모두 나보다도 어른들 쪽에 가깝게 느껴졌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어른스럽고 멀리 느껴지던 소년. 우울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일이 많았던 그의 인상은 속눈썹이 길고 눈썹이 짙은탓에 그림책에서 본마리아 님을 떠올리게 했다.[p.108] 이렇게 시작하는 그녀가 남편과 결혼하게 된 스토리가 더 로맨틱하게 느껴지더라.

남편과 산지 어느덧 4년이 지나서 남편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의 버릇, 몸짓이 나타내는 의미, 그를 기쁘게 하는 것과 우울하게 하는 것 등등. 물론 모르는 것도 있다. 예를들어 우리가 만나기 전, 도쿄에서 지낸 그의 생활에 대해 전부 다 들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내가 모르는 것은 아는 것을 더욱 돋보이게 할 뿐이다. 라고 말하는 그녀의 자신감까지도 !!!

그리고 섬마을이기에 가능한 단체생활들. 누구랄것도 없이 모두 함께 모여 즐기는 입학,졸업식, 벚꽃놀이, 수영장개장 행사등등

이 모든 모습들이 어찌나 우리네들 일상과 비슷한지 ~ 이런 일상을 글로 만나면 그 느낌이 너무나 새롭게 다가온다.

해마다 지켜봐왔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처음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것처럼 ~

 

이노우에 아레노의 소설을 읽으면 이노우에 아레노 병에 걸린다는 에쿠니 가오리씨가 말하는 그 이노우에 아레노의 병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물'이라는 그녀의 또다른 소설을 읽어보고싶다. 그것을 읽고 난 후 나는 이노우에 아레노 병에 걸겨 있으려나?

 

바보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마구 달리기도 하다보면 어딘가에 도착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혹은 핫! 하고 소리친 순간에 트럼프가 뒤집히는 것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에 자신이 서 있지 않을까.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런 것 없습니까?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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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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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온다리쿠를 좋아한다. 아주 많이 좋아한다.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등 모든 온갖 장르를 초월한 그녀의 작품 세계가 너무나 좋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 불리는 그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증상이 심각하다.

그녀의 이야기라면 어떤 이야기든 언제든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목요조곡, 코끼리와 귀울음 이후 몇개월 만인지 ~

3월에 만난 책 '나비'는 따스한 햇살만큼이나 표지나 제목에서부터 봄내음이 물씬 풍겨나는것 같다. 내용은 절대 그렇지 않지만~ 히힛 ~

온다리쿠의 이야기는 읽는순간 모든것이 선명한 이미지가 되어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 수밖에. 빠져들지 않을수 없는 그녀의 세계.

나비를 다 읽고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 온다리쿠에게 수라상을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관광여행을 시작으로 15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으니 15첩 반성을 대접받은 기분이라고 해야하려나 ~

'나비'라는 밥상. 화려하게 한 상 입 딱~ 벌어지게 차려져있다. 그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먹어본 음식, 먹어보지 못한 음식까지 한가득.

알라딘에서 온다리쿠의 최신작을 독점공개 한다는 얘기를 들을때부터 너무나 궁금했던 이야기들. 첫번째 관광여행부터 너무나 쇼킹했고 역시 온다리쿠나 싶었고 그 다음이야기들이 너무나 궁금해 매일매일 클릭하느라 바빴던 날들. 그녀의 책이 판매되는날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나비를 껴안고 나오던날의 기분을 잊을수가 없다.

 

관광여행 - 돌로 된 거대한 손이 자라는 이상한 마을로 여행을 간 부부의 오싹한 이야기

스페인의 이끼 - 귓볼이 찌르르, 상투적인 말을 자제하고 진심이 담긴 말들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이야기

나비사와 봄, 그리고 여름 - 온다리쿠 이야기다 싶을 만큼의 환상적인 이미지가 가득했던 이야기. 음양사도 있는데 나비사는 없을까 ㅎㅎ

다리 - 일본이 동서로 나뉘었다는 설정. 분단의 아픔을 아는지라 마냥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야기

뱀과 무지개 - 앞으론 아이들의 옹알거리는 소리가 마냥 귀엽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저녁밥은 7시 -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종이 위에 적는것이 힘들까,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 없애는 것이 힘들까

틈 - 다가올 여름, 공포영화 소재로 딱 좋을 이야기 !!

당첨자 - 돈 앞에선 이런일도 흔한일이 되어버렸지. 에휴 ~

달팽이 주의보 - 미끌미끌, 번들번들. 끈끈하면서 달착지근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당신의 선량한 제자로부터 - 죄일까, 때와 장소에 맞는 진실한 선일까. 선생님은 그 약을 어찌 했을까??

엔드 마크까지 함께 -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이 환상적인 뮤지컬로 변한 남자의 유쾌한 이야기

계속 달려라, 한 줄기 연기가 될 때까지 - 다람쥐 쳇바뀌 같은 우리네들의 인생같은 이야기

주사위 놀이 - 매일 주사위를 던지며 하루의 진로를 결정하는 소녀들의 이야기

생명의 퍼레이드 - 현대판 노아의 방주

야상곡 - 책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의 큰 작품 안에서 또 다른 작품들이 끊이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게 특징 (대표적으로 삼월시리즈!!!) 

저녁밥은 7시, 틈, 당첨자, 주사위놀이, 당신의 선량한 제자로부터 등등의 이야기는 너무나 신비스러워 이것만은 꼭 장편으로 나와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줬음 좋겠다고 바라게 되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작가가 <월간J노벨>에 연재한 것들과 미발표 작품 하나를 더해 엮은 단편집 '나비'.

하야카와쇼보의 <이색작가단편집>에서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는데 이 책도 읽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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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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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순간만은 바람도, 땅도 내 거다. 이렇게 달리고 있는 한 나만이 체감 할 수 있는 세계다.' [p.342]

 

사토 다카코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를 읽고나서 가와시마 마코토의 800을 비롯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까지 '달리는' 이야기들은 다 찾아 읽었었다.

책을 읽다 그 작가의 스타일이 맘에 들면 이전엔 무슨 책을 썼나~ 하면서 전권을 다 읽고, 다른 작가의 비슷한 소재의 소설을 찾아 읽는것이 내가 책읽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있다.

그때만은 달리기를 못해 운동회,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 세상에서 젤 싫어 아파 병원에 실려가거나 차라리 죽어버렸음 좋겠다 싶을 정도로 끔찍했던 그 날들에 대한 기억따위는 잊고 무조건 달리고파 몸이 근질근질 해지는게 신기했다.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데도 그 느낌이 사그라들지 않아 ~ 참 재미난 책이라는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나 할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간세 대학교 빛나는 청춘들의 꿈과 도전, 우정 그리고 그들이 사랑에 눈떠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담은 풋풋한 열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청춘소설이자, 달리기 시작함으로써 몸도 마음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성장소설이고,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이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스포츠 소설이다.

아파트 계약금으로 보내준 돈을 마작으로 날려버리고 학교에서 노숙을 하면서 달리다 배고프면 편의점에 들어가 빵을 훔쳐먹던 생활을 하던 가케루에게 자전거로 쫓아와 "달리는걸 좋아하나?" 묻는 기요세와의 만남으로 지쿠세이소라는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아파트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모든것이 변하게 된다. 쌍둥이형제 조와 타로, 니코틴 대마왕 유키, 퀴즈 마니아 킹, 만화 오타쿠 왕자, 흑인 유학생 무사, 사법시험 합격자 유키등 모두가 각자 자신의 작은 방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면서 살고 있던 그들에게 가케루가 합류하게 되면서 열 명이 되고 하코네 역전경주를 목표로 하는 육상부타 탄생했기 때문이다. 육상 경기 미경험자들인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얘기. 그러나 기요세의 협박과 같은 발언으로 결국 간세 대학 육상부를 대표하여 하코네 역전경주에 도전하게된다.
달리기 위해서 태어난 듯한 가케루와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아는 기요세. 달리기를 향한 끝없는 정열을 품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엿볼 수조차 없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단순히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이 둘의 이야기만 갖고도 충분했을텐데 그냥 달리는 이야기가 아닌 10명이 힘을 합쳐 '하코네 역전경주'이기에 빛날 수밖에 없다. 2권 각 구간별 달리기를 통해 선수인 그들의 고민이며 상처 등등 세세한 표현을 통해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알게 된 기분이다.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아니 잊은 척했다. 달리는 것 자체의 애절함과 환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런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준 건, 다시금 느낄수 있는 장소로 이끌어준 건 지쿠세이소 주민들이다. 예전에 육상을 그만둔 그 순간부터 나는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지기를. 육상에 걸맞지 않는 내 육체를 잘 알면서도 달리는 행위를 사랑하는 내 영혼을 필요로 하고 달리기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줄 존재를, 달려도 된다고 말해줄 목소리를 지금껏 기다려온 것이다." [p.254]

 

누군가와 함께 달려도 결국 혼자가 되고 만다. 속도와 리듬은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과 함께라면 그 모든것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든다.

"달리는걸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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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를 읽으면서 혼자서 키득키득. 갠적으로 일본소설을 참말로 ~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 자부하는 사람인데~ 이런 소재의 책은 첨인 듯 싶어 너무 즐거운 책읽기였다.

일본 대학생들의 천방지축, 요절복통 대학생활기를 얘기하자면 제일 먼저 다카노 히데유키님과 모리미 도미히코님의 책들이 생각나는데 (다카노 히데유키님의 와세다 1.5평 청춘기,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를 비롯한 그의 수많은 책들과 모리미 도미히코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태양의 탑 등등) 여기에 마키메 마나부님도 합류시켜야 할 듯 ~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속에는 프롤로그를 비롯 가모가와 (소)호루모, 로마풍 휴일, 연애편지와 레몬, 도시샤대학 황룡진, 마루노우치 정상회담, 나무 궤 사랑 등등 6개의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모두 '호루모'라는 일본 교토 대학가로부터 천년에 걸쳐 전승되어온 수수께끼의 경기로 인해 미스터리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주제의 여러개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단편의 즐거움과 그 이야기들이 모여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장편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수 있는 연작스타일이라 더 좋았다!!!

(읽다보면 여자들의 작지만 치열했던 첫번째 풍경 가모가와 (소)호루모 경기가 네번째 풍경 '도시샤대학 황룡진'편에 살짝 나오는둥 풍경과 인물이 조금씩 교차하는 자잘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를 읽는동안 '밤은 짤아 걸어 아가씨야' 라는 소설이 많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을때의 쇼킹한 재미가 떠올라 은근 서로 비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판타지와 연애소설의 즐거운 만남,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는 독특한 연애판타지라는 느낌 그것때문에!!!

로맨스와 판타지의 절묘한 만남이라 둘 중 하나만 갖고 이 책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지만 그래도 나에겐 '로맨스'보다는 '판타지' 부분.

특히 '호루모'라는 경기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겠더라. 그정도로 너무나 독특했던 것 같다.

양 팀 에서 귀신을 천 마리씩 끌고 나와서 교토 시내에서 전쟁놀이를 하는 것. 교토대학 청룡회, 리쓰메이칸대학 백호대, 교토산업대학 현무파, 류코쿠대학 피닉스에서 각각 500대 회원들이 겨루는 누구도 믿지 못하고, 설명못할 경기.

가모가와 (소)호루모에서 나란히 앉는 것만으로도 연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 곳. 가모가와 강가에 나란히 앉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남친 옆에서 친구와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여야했을 사다코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구아아이기우엣(진격), 즈루우기이, 가자앗(좌익으로 전개), 보고키, 구에게봇, 봇(기다려, 추적하지 마), 베켓, 쿠옹쿠옹쿠옹쿠옹(앞,열,뛰어,뛰어,뛰어,뛰어) 등등의 이해못할 단어 '귀어'를 외치는 사다코의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지 웃음이 나왔다.

작지만 진지했던 호루모경기도 보고, 소녀들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많은 느낌이 풍족했던 첫번째 이야기가 젤로 기억에 남는다.

(이번주에 조카가 교토대와 동경대 둘 중 한곳을 결정해 일본으로 떠나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꿈을 꾸는데 교토대에 들어가 호루모 경기를 벌이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는 ~ 요정도면 중증;;; )

 

기념일을 언제나 둘이 보내자 친구끼리 약속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어쩔수없이 친구와 결투를 벌어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도 못한채 떠나보내기도 하고, 1년전에 헤어진 남자친구지만 거절하지도 못하고 만나, 밥먹고 헤어지는 미련스러운 모습도 보이는 다양한 우리들의 모습과도 만나게 될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그 어느때보다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지 않을까 싶다.

 

"고마워, 나를 발견해줘서"

이런 멘트를 날려줄 멋진 사람 어디 없을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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